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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29화 - 행운은 원하는 자의 손 안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29화 - 행운은 원하는 자의 손 안에 -

개성공단 2021. 4. 1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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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처럼 가느다란 손발
그러나 사람과는 동떨어진 추악한 모습과
짐승의 손발을 가진 그 마수를 사람들은 지레노라고 부르고 있었다
뜻은 허술한 짐승

이들은 항상 떼로 움직여 이종족을 덮쳐
그것을 먹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다
응축된 폭력과 식욕만이 이들의 존재 의미였다

영혼이 마성으로 변한 짐승의 길들여진 끝은 그들이려나

학자 중에는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의 시신이
다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넓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보따리 장수에게는 충분한 위협이였고
모험자도 혼자 마주치면 그저 죽게 되는 것이였다
숫자가 차면 촌락이나 도시를 덮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장비를 겹친 병단으로서는 큰 위협이 아니였다
무질서하게 돌진을 거듭하는 모습은
스스로 강물에 뛰어드는 작은 동물에 가까웠고
죽음의 돌격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제 사람인지 짐승인지도 알 수 없게 된 머리가 창 앞에 부서지며
괴상한 외침과 함께 부서져 갔다
그 꼴은 한결같이 군사를 불쾌하게 했다
그 뒤부터 다시 돌진이 반복되는 모습은 전쟁터에 있으면서도 
뭔가 질리게 까지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은 마치 지레노 스스로가 죽음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나드는 살레이니오의 종자로서 그의 말 옆에 있으면서도
더 이상 마수의 죽음을 주시하지 않았다
그는 좀 더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주인 살레이니오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였다

문장교 성녀파 라르그도 안, 그리고 일리저드의 사자 테르살랏 르와나
이들의 생각과 이야기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치에 맞는 말이였지만, 그렇기에 더욱 주인인
살레이니오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제안을 받아 버렸으면 좋겠는데
물론 얘기 자체가 덫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때는 당초 예정대로 정면 돌파구를 펼치면 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한 제안이라면
살레이니오는 상처없이 오거스 대하 동쪽을 직할지로 둘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병력도 손상시키지 않은 채
도시 필로스를 점령했다면 성녀 마티아와 영웅 루기스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더 원활하게 협상이 진행될 것인데 말이다...

그렇게 되면 문장교는 무사히 둘로 나뉘어
성녀파와 원로파의 양두체제가 될 것이다

그게 최선이라고 버나드는 생각했다
그는 살레이니오가 대립하는 두 세력을 두고 싶지 않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협력할 수 있다면, 손을 잡고
대립하지 않을 수 없다면 그것을 행한다
그게 더 나은 선택 아닐까?



버나드는 말 위에 있는 살레이니오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주름이 새겨진 얼굴이 살짝 일그러져 전쟁터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덩달아 버나드도 그 시선을 쫓았다
마수떼가 서서히 붕괴되고, 곧 승리는 손아귀에 굴러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살레이니오의 시선 끝에 있었던 것은 정확히 그것이 아니였다
그 앞의... 조금 움직이는 삼림 속을 보고 있었다

버나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사 같은 것이 숲속에서 움직이고 잇다
순간 마수의 증원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마수는 그렇게 정연하게 움직이지는 않는 법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숲을 술렁이며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인간 무리 일 것이다



마수를 쫓아다닌 결과
본래 갖추어져야 할 진형이 기울어져 버렸고
인간 무리는 그 옆구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산적인 것인가?
하지만 저들의 진군은 묘하게 빨랐다
이쪽의 진형이 복구되기도 전에, 그들은 여기로 달려올 것이다

버나드가 살레이니오에게 말을 건네기도 전에
살레이니오는 이미 저들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지휘관 전용 지팡이를 흔들어대며 주위에 말을 외쳤다

바람이 목소리에 반응한 것처럼 쌩하고 떨렸다




"마수들을 더 이상 쫓아가지 말라!
전군, 모두 창을 겨누어라!"




그 말에 전령의 군사가 오가고 전체가 흔들렸다

본래는 후퇴로 진형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살레이니오는 그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다

이미 발돋움한 병사 몇 명이 적의 진격에 부서지고 있었다
만일 지금 그들에게 후퇴를 명령하면
더 이상 그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번 등을 돌리고 달아나면
선렬한 공포에 사로잡혀 앞도 못 돌아보는 게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피해를 각오하고 발길을 멈추게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지시였는데... 이내 살레이니오는 혀를 찼다
버나드도 덩달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살레이니오 님… 이건"






자연스럽게 버나드는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전쟁터에서 살레이니오에 대해
버나드가 충고하는 짓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들이닥친 광경을 보고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숲에서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달려온 산적...
아니 그렇게 판단한 것을 잘못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이들은 능란하게 옆구리를 물고 늘어져
이쪽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저것이 산적들일 리가 없다

첫째 아무리 마수와의 전투 중이라지만
장비를 갖춘 군사를 향해 덤벼드는 산적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물자를 목적으로 한다 해도, 차라리 야습의 형태가 제일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산적이 아니라면 저것들은 대체 누구인가




솔직히 그것을 생각할 만한 여유가 버나드에게는 없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감쌌고, 목은 자꾸 침을 삼켰다

굳어진 뇌는 지금이 위기라는 것만 떠벌리고 있었다
병력은 확실히 이쪽이 위
감싸안는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가 침착성을 되찾아 기습을 정면으로 맞이하면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대로 군사가 모두 무너질 가능성도 동등하게 점쳐졌다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 있을 리 없다
만에 하나 패배해 이쪽은 주축인 살레이니오를 잃으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이였다

전령병이 달라오며, 큰 소리로 살레이니오에게 외쳤다




"적병이 더 많은 병사들을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서 후퇴해야 합니다!"




버나드와 전령병의 말을 듣고
살레이니오는 한순간의 머뭇거림 뒤에 말했다
오랫동안 썩어버린 이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후퇴하라! 전선의 병사들은 창을 들고 전열을 유지하라
후열은 모두 퇴각을 개시하도록!"




일부 군사를 떼어내고, 그 사이에 대부분을 도망가게 한다
전쟁터에서 패배한 측이 내린 결단의 하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병사들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위에서 내린 결단을 무조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이라고 하는 것은 문장교의 교의에서는 가장 먼 존재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위의 모든 것을 그대로 따른다...
지식을 얻고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을
교의의 하나로 삼는 문장교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것이였다

하지만 군은 그래야 기능을 하는 것도 사실
문장교 병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누구나 명령에 따랐다





"살레이니오 님은 한시라도 빨리 호위들을 데리고 물러나세요
그 누구도 살레이니오 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버나드도 허리의 장검을 뽑아들며, 앞으로 나와 소리를 질렀다
그 칼은 보다 적에게 상처를 남기기 쉽게 하기 위한 칼이었다

어쩌다 이 지경에 빠졌는가
그 원인에 대한 추궁은 나중에도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은빛의 반짝임이 전쟁터 안에 떨어졌다
버나드의 모습을 보고 살레이니오는 탄식했다
그제서야 스스로 늙었음을 살레이니오는 진심으로 실감했다





"죽지 마라, 버나드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무대의 막은 아직 열지도 않은 것이다"


"네, 물론입니다
꼭 살레이니오 님에게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버나드는 장신을 솟구치며 전선으로 발길을 돌렸다
갈색 피부가 바닥의 눈에 잘 비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장신의 체격으로, 그 다음엔 검술로 이 자리에 올랐다
어느새 성격과 교의에 대한 순종으로 지금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버나드는 자신이 행운아 였다고 생각했다
태어난 마을에서는 이국의 피가 섞인 피부에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축이나 이물질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었다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용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남자에게
길을 제시해 준 사람은 살레이니오라는 사람뿐이었다

문장교의 교의가 없었다면 버나드는 글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식이라는 말도 모르고, 언젠가 어느 전쟁터에서 사는 의미도 모르고
죽어갔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설령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다
여기서의 죽음은 의미 있는 죽음이다
자신을 섬기는 주인을 지킨 죽음인 것이다

박해당하고, 돌팔매질을 당하고
아무 의미 없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버나드는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도끼와 창을 휘두르는 적의 모습을 보고서야
그들의 정체를 알았다

칼 휘두르는 법과 표정...
이들은 산적이 아닌 용병들이다
그것도 장비의 질 높이를 볼 때, 아마도 베르페인의 용병일 것이다.

버나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만 굳어 있던 사고가 비로소
얼음이 녹듯이 피에 섞이기 시작했다




용병은 어떤 목적을 위해 고용되는 것
그것도 베르페인의 용병이 문장교 병사를 습격한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베르페인의 용병은, 영락없는 영웅 루기스의 긍정자들

버나드의 눈앞에 낯익은 갑옷이 보였다
용병들을 거느린 자, 도끼를 가볍게 휘두르며
병사들의 머리를 부수는 그 웅장한 자...

잘못 볼 리가 없다
베르페인의 철강 공주
문장교에 가담하기 전에도 버나드는 용병들과 협상을 하면서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강철 투구가 눈에 잘 띄는 버나드의 모습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순간 그녀는 나를 아는 사람처럼 대했다




"이런, 당신도 있었군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전쟁터의 규칙은 잘 아시겠죠?"




도끼가 하늘을 베는 장렬한 소리를 동반하며 휘둘려졌다
일체의 주저 없이 살의의 덩어리가 되어
버나드의 목을 튕기기 위해 내리쳐졌다

순간 쇠가 쇠를 깨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신자... 전쟁터에서 긍지라는 것을 잊은 거냐?"




도끼와 물결치는 칼날
두 개의 쇠가 부딪치며 굉음을 울렸다
그 모습은 아름다운 칼춤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전장에 용사란 자가 있다면
틀림없이 이 두 사람을 가리키는 것일 것이다



한 합, 두 합, 세 합
이젠 더 이상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선명한 살의의 응수가 되풀이 되었다
한쪽 날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면,
그에 대응하는 쪽이 궤도를 뒤집어 눌렀다

이때 용병들의 진군은 그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그저 강철공주와 버나드의 맞물림만이
지금 이 전쟁터의 전부가 되고 있던 것이였다

버나드는 분명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주인을 놓는 동시에, 스스로 적을 방어한다
그것만큼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반면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게루아 역시
자기가 받은 임무를 충실히 실행하며 그 역할을 완수하고 있었다

갑자기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멎었다
베스타리누의 도끼가 버나드의 칼날을 물리치며 한발짝 물러섰다





"저도 본의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휘관님의 부재를 노린 당신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베스타리누의 눈이 한 순간 전쟁터 멀리서
후퇴하고 있는 문장교병의 모습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 ◆ ◇ ◆





살레이니오는 자신의 말을 몰고
약간의 호위를 붙인 채 본진으로 뛰어 가고 있었다

마음 속에는 동요보다
자신의 칠칠치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라르그도 안, 그 이단아...
성녀의 광신자들이 쉽게 자신의 신앙을 던져버릴 리가 없지
당연히 언제 통수를 칠 지, 생각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것도 표정엔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야...
그래... 사람은 웃는 얼굴로 살인자가 될 수 있는 법이였지

그 점에 이르렀으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아 판단을 유보한 자신에게
살레이니오는 분개했다



이건 그 녀석이 자주 하는 수법이였잖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그 자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몰아넣어 버리는 것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어

말이 발굽을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살레이니오는 마음을 먹었다
일체의 망설임은 없었다
이제 저것은 다룰 수 없는 맹독의 종류야
독을 사용하는 자도 독 자체를 사랑하진 않는 법
그렇다면 처분을 할 수밖에 없겠군

전선에서 한참이나 떨어지니, 곧 본진이 보였다
그곳에서 대기시켜 둔 군사들을 이용하면
전선의 병력도 일부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살레이니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이였다
호위를 대동하고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무엇인가를 외치며 말을 멈췄다
그것은 자신 진영의 전령병처럼 보였다

덩달아 다른 호위병도 고삐를 당겨 말을 멈췄다
살레이니오도 뒤늦게 그 병사에게 얼굴을 돌렸다

또 누가 매복이라고 하고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얇은 은색의 것이 살레이니오와 호위병의
뺨과 머리를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전령병의 머리에서, 갈색 머리카락이 흘러 나오더니...





"싫은 역할이네, 뭐 어쩔 수 없지
날 너무 원망하진 마,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줘
뭐, 어짜피 인생이란 다 그런 거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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