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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5화 - 겁내지 않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5화 - 겁내지 않는 자 -

개성공단 2021. 5. 2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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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에 꾸며진 간소한
군의실 한켠에서 문답이 나오고 있었다



"경계... 나한테?


"네, 누구든 당신에게 말입니다, 영웅 님"




그녀는 완성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간의 상쾌함이 그녀의 심장에는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선 앞에서 루기스는
순간 어안이 벙벙한 듯하다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인상 깊은 눈이 한 생물처럼 잘 움직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서 역시 유쾌한 듯 안은 입술을 움직였다
어딘지 득의 양양한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영웅 님
동쪽에서는 브릴리간트의 목을 떨어뜨리고
중앙에서는 대마를 무찔렀습니다
제가 그냥 일반인이라면 좀 믿기 어려울겁니다
동화의 영웅담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반대라면... 이렇게 생각하겠죠
무서워, 죽이는 것보단 적으로 만들지 말도록 하자"




안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루기스 본인이 아닌, 오히려 주변이였다
여왕 필로스에 비오몬도르 등
귀족과 성녀 마티아마저 다소 초조해 하는 것은 의외였다



"……그렇게까지 할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루기스는 루기스란 말이에요"



피에르트가 참다못한 듯 말했지만
강하게 부인하지는 못했다

이 자리의 누구나 안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을지도...?


모종의 공포를 품지 않을 수 없다
용을 죽인 자를, 정령의 신을 죽인 자를...

두렵게도 이런 종류의 공포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의미가 더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만큼 무서운 것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일리저드의 테르살랏이든
볼버트 왕조의 마스티기오스도
물론 공포에 질려 움직인 것은 아니였다
당사자들 나름의 감정을 루기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루기스를 알기 때문이였다

소문으로만 알고 보지도 못한
민초는 한번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마성을 쏟아낸 위대한 영웅에게 갈채가 있으라
그에게 영광 있으라



하지만, 잠깐만

대마도, 아니 마인조차도 사람이 다루기 힘든 괴물
인간을 먼지처럼 취급해 만의 군사조차
죽여버리는 틀림없는 괴물이었다

그럼 그걸 죽인 자는 무엇인가?
마인의 손을 비틀어 올리고
대마의 목을 베어버린 자는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정말로 그것은 인간인가




"제가 다른 세력의 사람이라면
침실에 여자를 십여 명이라도 내던져 줄 텐데요
한 사람만 좋아하면, 다행이겠지만 말이에요?"



안이 크게 어깨를 움츠리며 말한다
우스갯소리로 말해도 그녀가 말하는 것이
진담으로 들리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결점인 것일까




"너 정말 나에 대해서는 가차 없구나, 안
그렇게 나쁜 짓을 한 기억은 없지만 말이야"


"왜냐하면 저 말고는 아무도 안 하잖아요?
게다가 제게 영웅 님은 갈루아말리아 때부터 영웅 님이였어요
그것이 변하지 않을 뿐이죠"




나중에 나쁜 짓을 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없다는 건가
나는 안의 치켜올린 눈꼬리를 응시했다

안으로서는 좀 더 가벼운 말을 했어도 좋았을 텐데
이 이상은 주위를 너무 자극했고
게다가 이것으로 나와 그녀와의 관계는 충분히 인상받았다
아마 그녀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루기스는 그 지위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맺어진 인연이 좁았다
당연하다, 보통은 많은 인연을 맺고
그것들을 발판으로 하면서 위로 올라가는데
그는 사람들과의 인연조차 거들떠보지 않고 이곳에 있었다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은 특례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 안이라면 자신이
그와 가깝다고 귀족들에게 의식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충분히 견제가 되고 앞으로의 궁정정치도 수월해질 것이기에 말이다

결코 돌아와 인사다운 인사도 하지 않았던
그에게 짜증을 느꼈거나 그런 것은 아니였다

자신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동안
여러 상대와의 연결이나 지반을 다져준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안은 판단했다



"그럼, 납득하셨으면 본론으로 돌아가죠
이제부터가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꼭 집중해주시길 바랍니다"




굳이 성색은 바꾸지 않고
그저 눈빛만 바꿔가며 안은 말했다
천진난만해 보이던 얼굴에서 달콤한 빛이 사라지고
문장교 정치를 관장하는 이가 그곳에 있었다




"적군은 10만이 넘습니다
서방 로어의 군세를 더하면, 더욱 막강해지겠죠
하지만, 그 최고 지휘관 호국관
제이스 브래켄베리에게 밀서가 도착했습니다
요건은 한마디로 내전의 종결이자 휴전이라고 할까요?"



 
안의 한마디에 군 회의실이 휘청거렸다
문자 그대로 여러 사람이 일제히 허물어진 것으로
안의 시야에선 방 자체가 움직인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저 쪽의 조건은?"




재빨리 달려든 것은 비오몽도르였다
기회를 보는 데 민첩하다는 것은
그의 지금까지의 행동이 증명하고 있었다



"이것은 호국관 개인과 그의 편에 서 있는
귀족의 문서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아무튼 그들은 구 국왕을 정식으로 폐하고
필로스 폐하를 정식 국가의 주인으로 인정해도 좋다 말했습니다"


"...뭐라고요?
아니,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군요
호국관이라고 하면, 국가의 방패
그가 과연 국왕을 저버릴 수 있을까요?"



비오몽도르의 착잡한 표정을 뒤로한 채
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느끼는 바를 안에게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비오몬도르는 필로스파 귀족의 대장격
재빨리 필로스를 받든 일로
지방 귀족이란 자리에서
중앙 정치에까지 파고드는 지위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만약 이곳에서
호국관과 만이 넘는 군사를 거느린 귀족들이 합류한다면
비오몬도르의 지위는 결코 안녕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호국관들이 한 번 구왕국 편을
들었다 하더라도 내전을 진압하고
십만 병사와 함께 내려가 버리면
필로스는 여왕으로서의 입장에서
그들을 무겁게 다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였다

파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필로스에 걸었던 비오몬드로서는
재미없는 결말임에 틀림없었다




"난 별로 믿을 수가 없네
여유 있는 사람이 여유가 없는 상대에게 손을 뻗다니 말야"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그게 가능할까?
대성당 기사들뿐만 아니라, 귀족들 중에도
대성당 신앙을 절대적으로 하는 사람은 많아"




마냥 루기스의 목을 노려보던 카리아도
조금은 진정된 듯 엘디스에게 이어 느긋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녀의 의문은 지당한 것이었다

그왕국과 신왕국의 대립은 단순한 왕위 다툼에 지나지 않는다
대성교와 문장교라는, 종교 싸움의 성질도 내포하고 있었다

게다가 카리아는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그 입술 끝에는 프리슬라트 대신전에서 본 여자도 끼어 있었다
그래서 호국관의 제의에 대한 반응도 반신반의하는 입장이 아니였다

마티아가 카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의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종교의 면에 대해서는
소소한 기재가 없었습니다
호국관들도 그 점이 문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치와 이익을 따질 수 있는 군사와
신앙과 교의에 기우는 종교는 전혀 분야가 다르다
후자는 때로 타협이 통하지 않는 세계이기도 했다

호국관 문서를 중심으로
깊은 의혹과 수많은 기대가 순식간에 얽혀 갔다
이 상황을 호국관이 만들어내면서
혼란스러움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난처하게도
호국관이 말하는 내용은 이치가 있었다
지금 내전으로 소모해 버리면, 그 다음이란 없다
구왕국과 신왕국이 맞붙으면 조만간
공멸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미래였다

게다가 필로스의 왕위를 인정하는 것은, 호국관으로서도 큰 양보
그리고 쉽게 거절하는 것도 어려웠다
왕도와 군대를 갖고 있는 이쪽은 그 점을 꺾을 수 없다고 읽었겠지만
속을 읽고 싶은 안으로서는 불안할 정도로 솔직한 제안이였다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위 사람들이 잠시 훤조를 띠는 가운데
필로스는 느닷없이 루기스를 보았다
그녀가 루기스를 당신이 라고 부르는 것은
여왕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어쩌면, 마치 군 회의에 참가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 루기스를 빗댄 것인지도 모른다

주위에서 보면 루기스의 그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본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단지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라는 걸 필로스는 알고 있었다




"호국관이 무슨 속셈이든지
적대하는 놈은 절대로 있을 거야
모든 것이 평화롭게 갈 것 같지는 않아 보여"




그 존재를, 눈앞에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루기스는 말했다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틀림없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 줄어든다면, 그것이 낫겠지
설마 문서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네, 영웅 님
서로 사자를 내서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루기스와 안의 말을 듣고 나서 
필로스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렇게 되도록 종용했다는 투 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가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그 후에 국가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비오몽도르, 저는 당신의 공적을 잊은 적이 없으며
문장교의 역할도 부인하지 않아요, 가자리아와의 동맹도 마찬가지
하지만 우리의 번영을 위해선, 이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겠습니다"



필로스가 말을 마치자
안은 약간의 감탄사까지 터뜨렸다

원래 필로스를 여왕으로서 무능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직정적인 면이 있다고는 느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그저 교활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호국관 협상에서
가장 손해 보지 않는 것은 필로스
지지기반이 완전히 교체돼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여왕이라는 지위는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오몽도르를 비롯한 귀족과
문장교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고
잘못하면 동맹국의 가자리아에서도
반발이 날아드는 것이 눈에 선했다

그래서 먼저 루기스에게 말하게 하고
다른 의견을 양단했던 것이다
귀족 파벌에도 문장교 파벌에도 속하지 않는
그의 의견을 정면으로 때려눕히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럼 협상을 진행하도록, 움직이겠습니다"




안으로서도 이렇게 되면 그렇게 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군 회의에 있어서의 제일의 주제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방비의 방향성과
다른 나라와의 절충의 세세한 부분 확인에 불과했다



"아, 그리고 영웅 님"




마지막으로 안이 불쑥 덧붙였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목소리 톤을 바꾸고 있었다




"푸념이라면 됐어, 이제 충분하다고"


"아니에요. 저어, 그게 아니라"



이쪽이 가벼운 어조여서인지
가볍게 대꾸하는 루기스를 향해
안은 불쑥 말을 흘렸다





"대성교 마녀가
영웅 님을 향한 성명을 냈습니다
읽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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