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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1화 - 신화혈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11화 - 신화혈전 -

개성공단 2021. 6. 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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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왕 메디크에게도
대영웅 아르티아가 말하는 세계는 이상적이었는지 모른다

인류가 스스로 국가를 만들고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문명의 대하를 일으키고 대륙의 패자가 되는 것

마성의 가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삶을 구가하는 것이며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내 손으로 결정하는 것이였다

기아로 자식을 잃는 부모는 없고
부모의 시신을 먹고 살아남는 아이도 없다

그런 세계가 바로 메디크가 꿈꾸던 미래였다
어릴적 누구나 꾸었던 꿈의 한막
마성에 침범당하지 않는 자유의 세계



과거 아르티아가 꾼 꿈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그녀가 단지 마의 힘을 가진 인간이며
단지 인간을 구하려고 했을 뿐이었다면

분명 인간왕 메디크는 그녀가 보는 세계를 지탱했을 것이다
어리석거나 바보같다고 해도
인간의 꿈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믿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미래는 사라졌다




"정말 최악이군, 이것이 당신이 꿈꾸던 세상이라는건가?"




메디크는 자기도 모르게 창끝을 땅에 떨어뜨렸다
눈알이 뒤틀릴 정도의 혐오가 온몸을 엄습하고 있었고
구역질마저 날 정도였다

북쪽 메드라우트 보루
이제 군세의 그림자도 볼 수 없는 그곳은
어쩐 일인지 사람들로 뒤덮여 있었다

사람... 사람.. 사람의 시체, 시체, 시체...

땅으로부터 돌출된 손목, 노출된 내장
눈으로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대량의 혈액

일체 생명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눈이 삶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
이 자리에서는 생명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저항도 못하고 참살당한 것이며짓
밟히고 압살당한 것이였다



살짝 메디크의 손가락 끝이 떨렸다
작은 움직임은 경련이 되고
경련은 충동이 되고 충동은 통곡으로 변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만큼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서야 메디크가 입을 열었다




".....살려두지 않겠어"





메디크의 말은 눈앞의 참극을 일으킨
인간에 대한 역연한 살의이자 자신에 대한 회한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서 바로누스의 이상을 발견하고 말렸다면
루기스와 겨루지 않았더라면, 비극을 멈출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망상일 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메디크는 결심했다

반드시 이것을 행 한자를 죽이겠어


코를 킁킁거리자
농밀하고도 뇌가 타는 듯한 마력의 잔향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는 맛이 났다

바로누스가 말한
대마 아르티아는 이 마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메디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화살을 들었다

순간 대지가 터져나가더니

인간왕이 뛰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누가 내 편이고 누가 적인가
망설일 필요조차 없어진 것이였다

그 눈동자는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직 한마음으로 마성을 도살해 인간의 왕으로 설 수 있도록
태어난 자의 눈빛이었다





 ◇◆◇◆





이런 젠장할

갈라이스토 왕국 왕도 아르셰의 성벽에서
브루더는 이를 악물고 나서야, 떨림을 멈출 수 있었다
고용주에게서 받은 담배의 향기가
차분함을 주었지만 곧 공포는 용솟음치고 있었다



"저게 먼 줄 알겠어, 베스?"




평소의 남자다운 말투가 아니라
자매 사이에서만 쓰이는 말투였다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였다




"....응? 뭐라고, 언니?"




옆에 선 베스타리누 게루아는
도끼를 들고 힘겹게 말을 받았다
조금은 재치 있는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아버렸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브루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것은 기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선 채로 발판을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
정말 자신의 발밑에 땅이 있는지 불안했던 것이였다

브루더든 베스탈리누든,
용병으로서 또한 신왕국에 속하는 자로서 많은 마성을 보아왔다

때로는 마인을, 때로는 마안수를
아마 마법사와도 상대했을까
일반 병사들에 비하면 농밀한 마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시야에 있는 것은 매우 이상한 존재라고...




8만의 군세 속에 그 이물이 보였고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단 한 사람이 모든 군세보다 전력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이상하고, 불합리하고, 포학하고, 규격외의 현현

그녀는 떨리는 이빨과 무릎을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성벽 위에 늘어선 군사들에게 그런 소리는 들려줄 수 없었으니까
떨지 않기 위해 브루더는 다시 한번 말했다




"불안해 하지 마, 저거는 단지 적이다"




순간 성벽 위의 군사들이 술렁거렸다
바로 옆에서 땅바닥을 떠는 굉음이 울렸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브루더는 곧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의 전장 마법이 허공을 파괴한 것

사람을 녹여 공기를 먹어치우는 불길은
일체의 거리낌없이 주위의 마력을 소각했다
용의 심장을 가진 마녀가 쏘아대는 마는 절대
공중을 질주하여 길을 막는 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동시에 핀 엘디스가 기원주술을 허공에 뿌렸다
허공을 갉아먹고 생명과 빛을 용서하지 않는 진정한 저주

대정령의 가호를 받은 자는
요정왕의 이름을 이어받아 축복과 저주를 구현하고 있었다
파괴야 말로 생물에게 어울린다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둘의 마는 한 점에만 쏠려 있었다
보통 사람 상대라면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날아갈 전력

이것은 바로 신화의 재현
영웅용자만이 이룰 수 있는 한 시대를 상징하는 힘

하지만...





신화시대의 대영웅이 상대편에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마차 안에 눌러앉는 것을 멈추고는
성녀의 드레스를 벗고, 다른 차림새를 취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긴 금발을 한데 모아 동여맸고
묶은 머리카락의 끝은 허리께까지 자라 있었다
한 손에 드는 것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 검
그녀 왕권의 상징이었던 강철을 멋대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위해
제작된 옅은 흰색 갑옷을 입은 채 입술을 실룩거렸다
바로 그 자리에 불과 저주가 다가오고 있는 데도
유연하게 말을 하는 것이였다




"참 아쉽네, 내 사랑스러운 영웅들
나는 이래뵈도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인류를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모두 사랑"




찰나 황금빛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눈동자에 담긴 것이 진정으로 애정인지, 광기인지
혹은 신앙인지는 그녀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에는 감정이 없었다
표정은 웃는 것 같지만, 전해지는 것이 없었고
있는 것은 오로지 격절한 열량뿐

그녀는 검을 치켜들었다
공기를 녹이는 전장 마법도
삶을 마구 먹어 치우는 기원 주술도
그녀를 죽이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단지 그녀의 마력을 몇초간 붙잡을 뿐

엄청난 마력을 담은 신검이 세계를 가르기 시작했다




"신위의 검"




그렇게 아르티아는 노래하듯이 검 하나로 세계를 유린했다

동시에 날아오른 하늘까지
치솟는 일격이 빛의 기둥이 되어 성벽을 무너뜨렸다
그것은 번개 이상으로 화려하고, 탁류보다 파괴적이였다

그 충격은 견고해야 할 성벽을 무너뜨렸고
이제 방비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왕도의 진정한 주인은 그녀였다
그녀가 자신의 옥좌에 귀환하려고 하는 데
어째서 발이 묶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8만의 군세가 전진을 개시했다
성벽의 의미를 잃은 도시에 더 이상 항거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아르티아만이 불쑥 중얼거렸다
그녀는 신검을 땅을 향해 떨쳤다




"어머, 왔네"




순간 성벽 붕괴부로 달려가던
구 왕국군이 하늘로 튕겨나갔다
마성과 사람의 혼성군 한 귀퉁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이였다




"아아아아악!"




전쟁터에 울려 퍼지는 대음성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잃어버린 성벽을 훨씬 웃도는 거구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적의 흐름을 막으려는 듯
날개를 피며,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구리의 여왕룡이 혁혁한 위력을 발하며 하늘에 있었던 것이였다




"나를 왕도에 넣고 싶지 않다는 것일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 하지만..."





신검이 다시 아르티아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나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고 있겠지?
가장 오래된 생물이여, 정말 멸종당하고 싶은 것이냐?"




많은 인간이, 단지 두 존재에 주목을 하고 있었다
용과 성녀의 전쟁터는 병력에겐 더 이상 손이 닿지 않는 세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소수의 영웅들뿐

생각하자면, 더 이상 이 전역은 병사의 수 같은 것은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승패를 뒷받침하는 존재일지언정
결정짓는 전장의 주역은 아니였기에 말이다

전장의 생사, 승패, 운명
저울이 좌우 어느 쪽으로 흔들릴지를 정하는 것은... 영웅들이였다

대영웅을 추종하는 백은의 영웅과 용사

적동룡과 함께 술식을 펼친
쌍벽은 용의 마녀와 요정 여왕

신왕국과 구왕국이 칼을 함께 휘두르던
성전의 종식은 영웅들의 손에 달렸다
이제 누구도 말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찬연히 장식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최후의 전역



영고전변
신화 혈전이 막을 열었다


제18장 영웅 편이 끝났습니다

 

호국관 제이스 브래켄베리의 정변은 대실패로 끝났으나

구왕국군의 병력 절반을 줄이는 기여를 했고

마녀 바로누스는 자신이 사랑하고 믿었던 인간왕 메디크에게 죽임을 당하는 군요

카리아는 마인 질루이에게 현혹되어 잠시 동안 흑화

루기스도 마력이 고갈되어, 전투 불능인 가운데

아르티아, 헤르트, 리처드의 신왕국군의 왕도 침략

 

 

영고전변(栄枯転変) 인생이나 사물의 처지가 번창하거나 망해버린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쓰이는 사자성어로 영고성쇠(榮枯盛衰)와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습니다

이것 또한 인생이나 사물이 서로 흥하고 쇠락한다는 뜻이죠

아마도 다음의 이야기를 예상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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