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86화 - 후방 전선 이상없다 -
문장교 성녀 마티아와 루기스의 왕도 원정은
분명 복음전쟁의 가혹한 전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애당초 원정지에서 군사작전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아무리 잘해도 원정에서 한번 패배를 당하면, 그걸로 모든게 끝
더욱이 행군이 폭설 속이라고 생각하면 장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전역에 해당되는 일이지만
전방에서 큰 싸움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후방에서도 비슷한 것이 일어나는 법이였다
괴뢰도시 필로스
그 사법과 통치의 대부분을 짊어진
라르그도 안은 잔뜩 험악한 표정으로 입술을 꽉 다물었다
양피지를 몇 번이나 봐도, 거기에 새겨진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썩어진 요인은 명쾌했다
전선으로 보내기 위한 식량과 물자가 눈에 띄게 부족해진 것
성녀님이 떠난지 겨우 2주정도 밖에 안됬는데 말이다
당연히 좋은 사태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왕도를 마인의 손으로부터 빼앗아 함락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로 하는지는 전혀 불명
잘못하면 수 개월, 아니 반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분은 전부터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반년의 물자 정도는 확보하고자 했었다
남방국가 일리저드의 사신을 맞아들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부족해질 수는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은 이미 안이 파악하고 있었다
"....행정관님, 갈루아마리아의 통치관은 뭐라고 했는지?"
보고서를 가지고 온
남자가 안의 말에 응했다
"눈 때문에 식량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하더군요
또 보급로가 마수의 공격을 받아, 손실되었기 때문에
보수에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럴 듯한 이유내요, 안은 농담조로 말했다
안은 다리를 비꼬며, 자세를 바꿨다
그의 입장에서는 먹힐 것 같은 변명이였지만
안은 이미 갈루아마리아의 물자 보유량을 파악하고 있었고
보급로의 보수가 필요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면
반드시 출병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보고는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 보고서는 당연히 헛소리
"원로들의 지시겠지요
노골적으로 말하면 노골적이긴 하군요
현재로서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안은 행정관의 말을 비웃듯이 속눈썹을 움직이며 말했다
아무리 성녀님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나올 줄이야
성녀 마티아에 루기스, 거기에 주된 면면이 전선으로 향한 지금
발언권이 큰 살레이니오를 중심으로 한
원로원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이번의 이 괴롭힘도 원로들의 속셈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이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일 것이다
물자의 집적지인 갈루아마리아의 보급이 끊어지면
당연히 중계지에 지나지 않는
필로스로부터 전선으로 보낼 수 있는 물건은 없어진다
전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 그 자체
보급이 끊긴 병사들은 죽은거나 다름없어지기 마련이다
전선의 병력은 철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주변 촌락으로부터 현지 조달이라는 이름의
보급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장교병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문장교는 협력적인 귀족들에게 군사통행권만 허락받았을 뿐
만약 약탈 등을 감행한다면, 그들은 분명 문장교와 맞설 것이다
게다가 이제 문장교가 이뤄야 할 것은 필로스 트레이트의 대관
그녀의 입장은 매우 웅색했다
그 왕권을 증명하는 것은 약간의 문서와 귀족들의 후원 뿐
문장교는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했다
왕족에게서 버려진 공주가 왕이 버리고 간 왕도를
친히 군사를 이끌고 구하러 온다는 동화같은 이야기
그걸 생각하면 약탈이 가능할 리 없었다
필로스 트레이트. 문장교는 구세주여야 한다
아마도 원로들은 그렇게 되는 걸 싫어할 것이다
두려워하고 있다고까지 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문장교의 번영이 아니였다
그저 그들의 수중에 있는 권력의 유지였다
그들에게 문장교는 충분히 익은 열매이지
위험을 무릅쓰고 크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는 없었다
더 이상 쓸데없이 피를 흘리지 않겠다
그것이 그들 사고의 근본이였다
안은 그런 생각을 부정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안 역시 문장교라는 조직의 고삐를 잡는 것을 좋아하기 하지만
그 이상의 야심은 희박했다
어디까지나 그녀의 재주는 내향적
원로들과 안의 차이는 딱 한 가지
규칙에 어긋나려는 자를 받아들이냐 마느냐
안은 받아들였고,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원로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무려 공감대마저 있었다
짜증날게 뻔하다
부아가 치밀어야 마땅하다
현명하게 스스로 노력해서 쌓아온 것을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들보다 위를 향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생에의 부정임에 틀림없다
오랜 세월 걸어온 길을 잘못이라고 부정당하는 것과도 같았다
가슴속이 불에 타고, 심장이 찔리는 수모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굴욕은 당연히 증오로 변하기 마련이였다
문장교의 이념, 그리고 권력화된 살레이니오와 원로들은
결코 루기스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는 더 이상 성격이나 궁합 문제가 아닌 근원적인 것이였다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루기스에 대한 반항세력이
이 유일무이한 기회에 눈을 뜨게 될 것을
안은 알고 있었다
성녀 마티아의 관리가 되지 않고
루기스의 칼날이 보이지 않는 이 때에 그들은 움직일 것이다
어쩌면 루기스를 긍정하는 성녀조차 역겨워하는 건 아닐까
안은 양피지를 구겨, 책상 끝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지금 그녀 속에는 하나 확신하는 것이 번쩍이고 있었다
"허투루 보는군요
좀 더 노골적으로 했으면
당당하게 배신자로 낙인 찍을 수 있었을 텐데요"
안 앞의 행정관은 양피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제자세로 돌아섰다
안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듯 했다
안도 이 남자도
서로가 루기스에 반목하는 원로들의 합의에 참여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안의 말은 마치 루기스를 편드는 것과도 같았다
그래서 순간 대화가 멈췄다
그리고 남자는 충분히 말을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
"...저는 누군가를 부추키는데 적합하지 않군요, 루기스님 처럼 말입니다"
그의 말에
안은 이 남자가 총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진의를 읽어낼 만한 이해력이 있고
그렇게 해서 정직하게 표현할 줄이야
만약 그가 원로원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안의 말에는 모호한 대꾸를 보내고, 나중에 원로원들에게
안의 말을 밀고하면 될 것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안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루기스님은 남을 부추기는 것보단 몰아치는거에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간단한 거에요, 행정관 씨"
남자는 그 말에 눈썹을 찡그렸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저 귀를 귀울인 채, 안의 말을 들을 뿐이였다
*
며칠 사이에
그 서한은 갈루아마리아로 몸을 옮긴
살레이니오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내용은 간략한 것으로 보고서처럼
단지 일어난 사실만을 전하는 것이였다
살레이니오는 냉정하게
다른 원로원들은 초조하게 그 내용을 들었다
편지에는
라르그도 안이 배신했다고
딱 그 한 마디만 적혀있었다
발신인은 괴뢰도시 필로스의 1등 행정관
살레이니오는 그것을 읽고 호쾌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해 온 그 얼굴에 큰 미소가 지어졌다
"이 때만을 기다렸다... 간사한 계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