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92화 - 잊을 수 없는 일 -
"발밑을 흔들어서
왕도로 들어온 더러운 벌레놈들을 잡아낸다
그것이 우리의 작전이다"
리처드 할아범의 손가락이 간이적으로 만들어진 왕도내의 지도를 나타냈다.
큰 건물과 거리만 그려졌을 뿐인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왕도 내의 뒷골목의 여인숙.
할아범은 꾸며진 방 안에서 가능한 한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조금의 불밖에 피우지 않은 탓에, 그 흉상이 어둠에 떠오르는 듯이 보였다.
밤의 어둠이 할아버지의 주름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주위의 가라이스트 장병들은 긴장된 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듣고 있었다.
이것이 잘못되면 살아서 얼굴을 볼 마지막 기회라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할아범이 세운 작전은 단순한 것이다.
일출과 동시에 왕도 주변을 에워싼 갈라이스트군, 문장교군이 양동을 시작
동시에 왕도 각지에서 불이 번지게 하는 것
군대를 몬 끝에 놈들의 실체는 보았다.
유일의 존재가 아니라 무리를 짓고 있다.
무리는 그를 이끄는 자가 죽으면 무너진다.
그렇게 한 번 무너진 무리는 불능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마성병들이 소동의 대처에 매달려 있는 잠시
그 와중에 내부의 우리가 놈들의 마인을 죽인다.
그렇게 하면 나중의 마성병은 군세로 충분히 짓밟을 수 있다.
크게는 그런 것이였다.
공격로는 두 가지.
갈라이스트의 병단들과 문장교 및 가자리아의 병단.
그 어느 쪽이든 양쪽이든 놈이 진좌하고 있는 왕궁에 발을 디뎌 그 목을 친다.
그 루트를 말하는 할아범의 뺨에 엉겁결에 말을 던졌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겠어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하되
자질구레한 건 자유롭게 해도 되는 거겠지?"
말과 동시에 다른 장병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까부터 말을 할 때마다 이러니 이상하게 마음이 심란했다.
카리아는 그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피에르트와 엘디스에게라도 다른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아무래도 나 혼자 갈라이스트군 속에 있다는 건 불편했다
아무리 일시적으로 손잡았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적의란 당연히 존재했다.
게다가 이 중에는 서니오 전투에서
나에게 전우를 살해당한 자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의 군은 대성당의 출병이라지만
갈라이스트병도 다소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할아범는 공격수를 둘로 나눈 것이였다.
그들과 우리는 다른 인간
사상, 출생, 이상, 생각 모두가 다 다르다
같은 것을 먹기도 하며.
모두 왕관을 받들어 모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상충되지는 않는다.
그러한 차이는, 전쟁터라고 하는 최악의 장면에서 쉽게 싹텄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목적이 같다고 사이좋게 손을 잡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할아범은 어스름하게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그의 하얀 이가 잘 보였다.
"그래, 본격적으로 전쟁이다
어딜 건드려도, 그 놈은 반드시 나올거야
나머지는 무슨 방법을 취하든, 네 맘대로 해라"
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나도 모르게 씹는 담배를 이빨 위에 굴렸다.
갈라이스트 장병 한 명이 지도에 시선을 주며
리처드에게 양해를 구하며 소리쳤다.
아마 부대장 격인 남자 같았다.
"대대장님, 저... 불을 넓히는 범위에 왕궁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남자가 그 앞을 말하기가 거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갈라이스트 장병들이 모두 시선을 할아버지에게 모은 것을 보면
누구나 궁금해하면서도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 당연한걸 말하듯이 대답했다.
턱밑의 수염이 들먹였다.
"신경 쓰지말라, 마성들 중에는 불을 뿜는 무리도 있다
그 놈들이 난리 통해 잘못 불을 질렀다는 걸로 처리하면 돼"
아마 그것은 남자가 요구한 대답은 아닐 것이다
할아범도 알면서 그렇게 대답한 것이였다.
왕궁을 태우다니 말이 되는가
남자가 묻고 싶었던 것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오랜 세월,
금 그리고 기술 및 문화를 정성껏 짜내어 만든 건축물
이전의 건축왕이 걸작으로 꼽은 지금의 왕궁.
그것을 정말로 불태우는 것인가
남자의 의문, 망설임의 원인은 그것이었다
납득하지 못한 장병들의 모습을 보고
할아범은 순간 나를 돌아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어이, 부대장 너 서니오 때 있었냐?"
반사적으로 볼이 씰룩였다
왜 하필이면 그런 화제를 고르는 거야, 이 영감탱이는
주변 장병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여하튼 이 어두운 속에서도 나에게는 싫을 정도로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네, 하고 그 남자는 대답했다
그만둬, 괜히 뭔가 불편해지잖아.
그런 나의 가슴을 신경도 쓰지 않는
할아범은 책상에 손을 대고 그 시선을 홱 돌렸다.
마치 그 앞에 있는 것을 노려보고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왠지 마인과도 가까웠다
그러더니 수염을 크게 움직이며 할아범은 말을 뱉었다.
"왜 우리가 졌는지 알고 있나?"
뼈 자체를 순식간에 얼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할아범은 온몸에서 배어나오는 압박감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은 채 강한 어조로 말했다
대체 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할아범은 하나하나 단어를 깨물듯이 말했다.
가령 만일 갈라이스트와 대성당이
그때 출병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서니어 전투로 돌렸더라면 어땠을까
대병이 가는 대로 문장교를 근간부터 깔아뭉개는 방안을 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할 것도 없다
틀림없이 문장교는 압사였을 것이다
그때의 1만은 영락없는 당시 문장교 전 병력으로
더 이상은 피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 전투에서 패배했다면
그 시점에서 문장교는 끝났을 것이다
군은 궤멸되고 문장교는 구심력과 통제를 잃는다
이제 두 번 다시 조직으로서의 재건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지점에 굴러 떨어졌음에 틀림없겠지
할아범은 그 말을 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결국엔 얕잡아보고 있었던 거야
갈라이스트도, 대성당도, 나도 말이야
그래서 졌다, 그래서 모두들 죽게 했다
나는 그 상처를 평생 잊지 않았다, 너희들도 잊지 말도록"
할아범이 무거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며 다시 탁상 지도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들이 소리를 내며 왕궁의 위치를 가리켰다.
"왕궁에 돌입할 때, 불을 놓는다
그것으로 조금만이라도 손이 쪼개져 주면 충분해
알겠느냐, 너희가 한순간이라도 망설이면
네 옆의 동료가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
본래 그런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의 심정이 문제일 것이다
이곳은 왕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 점을 짓밟고 불태우는 일이 벌어진다면
전혀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적어도, 뒷골목에서 태어나 자란 나보다도
훨씬 위험한 것은 틀림없겠지
어쨌든 그들은 얼마 전까지 이곳을 지키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질문한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순간 이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까지는 읽을 수 없었다.
나는 할아범이 말씀하는 동안
한마디도 참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럴 의무도 권리도 없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후에 가볍게 세부내용을 채웠다.
...라고 해도 누가 어느 길을 이용할 것인가
라는 정도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할아범이 불쑥 이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떠냐, 통제자 드래그만에게서
승리의 싹은 보였냐 루기스... 아니, 대체 어느 정도였냐"
나는 눅눅해진 씹는 담배를 꺼내며, 입술을 달싹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금 망설임이 있었다
그것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인간에게 전하려면 어떤 말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최소한 한 가지는 전해야 할 것이 있었다
"신화의 전승 그대로야, 할아범
죽여도 안 죽어, 베든 불태워도 안죽고, 살아나
참으로 마인이라 불릴만한 존재야"
전해야 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며 또한 공략 정보도 아닌
그저 압도적인 위협이라는 것이였다
그때 느꼈던 광적인 위력
시선의 압력만으로 사람을 살해할 것 같은 모습
그것을 전하지 않으면 눈앞에 드래그만의 녀석이 다가왔을 때
반드시 병사는 다리가 움츠러들 것이다
뱀이 개구리의 움직임을 그 시선으로 죽이듯
움직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부관이 말씀한 대로
가까이서라도 자유롭게 대지를 일그러뜨린다
그것은 정령이나 요정이 사용하는 마법의 종류
아마도 드래그만이라는 것은
원래 요정이나 엘프와 비슷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것이 대마에게 피를 맞아 마인이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소질이 맞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놈이 썼던 그 축복은 엘디스가 쓰는 것과 같은 종류
태초의 시작이 거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야말로 괴물이군... 여기는 놈들의 놀이터인 셈인가"
할아범은 나를 응시했다
그러고서는 말을 다시 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지 못할 괴물은 아니군
저것도 죽기는 할 거야, 죽지 않는 놈 따윈 없어"
죽지 않는 것은 없다
잘만 하면 묫자리에 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놈은 일찍이 한 번 죽은 자
그렇다면 반드시 죽일 수 있겠지
다만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정보를 아는 게 솔직한 마음이였다
어쨌든 아직 그놈의 마원조차 정체가 밝혀진게 아니니 말이다
먼저 저 불사성
땅에 발을 담그는 한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놈은 처음에 벽을 허물었을 때도
대지에 축복을 내렸을 때도, 멀리 있으면서 그것들을 이뤄내고 있었다.
젠장할, 저딴 놈을 어떻게 없애란 말야?
신이 있다면, 한 가지 계시라도 내려주면 좋으련만
할아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간 말이 끊겼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그런 광경이 펄쳐졌다
딱 하나, 상당히 어린 소녀를 빼고는 말이다
"꽤 재밌는 대화잖아?
그 군단장을 죽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
야만적이지만 좋네, 나도 수백 년 동안 여러번 생각 했거든
그 녀석과는 처음부터 마음이 맞지 않아서 말이야
심지어 다르다고나 할까? 뭐 뿌리가 달라서,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눈 가장자리에 색깔이 옅은 눈과 흰 머리카락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