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04화 -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거짓말 -
"살레이니오님이 갈루아마리아를 나갔다니요?"
라르그도안 은 자신의 손톱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그 보고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온 가느다란 숨결을 놓치지 않은 채
용병 브루더는 모자를 고쳐 썼다
그리고 몇 초 동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안의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의자에 칠칠치 못하게 걸터앉은 모습은
별로 보고자의 태도라는 투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수가 2천이 넘는대요!
갈루아마리아에는 수비병만 두고 나갔답니다!
젠장할! 이제 어떻게 하지?"
물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꺼림칙하게 중얼거리자
브루더는 그제서야 앤과 시선이 마주쳤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은 조용하지만 깊은 곳에서 감정이 떨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은 모종의 동요인가
아니 당연한 일이였다
설마 폭설이 내려 쌓이는 판국에
어리석게 군대를 보낼 인간이 있을까 하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그런 것은 자신들을 깔아뭉개 버릴 뿐
적을 이롭게 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이 통상적인 사고의 흐름이였다
하지만 그 살레이니오라는 자만큼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브루더에게는 살레이니오의 감정을 알 것 같았다.
인간이란 본래는 이성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만약 마음속 깊은 곳에서
증오해야 할 적이 생겨났다면, 이제 거기에 이익같은 것은 작용하지 않게 된다통상적인 사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녹아내리는 법
그것을 브루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만큼 적이 되면 매우 귀찮아지는것이였다
게다가 살레이니오라고 그냥 군사를 이끈 것은 아니다
명목은 성녀에 대한 원군이라든가 좋은 직함을 달고 있었다
아무튼 그쪽에서는 안이 특권을 자기 것으로 삼아
전횡을 휘두르며 성녀를 등 뒤에서 찌르고 있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살레이니오로서 보면 이는 정의의 행군인 셈이다
위난 속에서 불리함을 알면서 군사를 이끄는 영웅같은 행동
반대로 이쪽은 살레이니오의 동향을 성녀에 대한 배신 행위로 몰아붙였다
그것을 판단해야 할 성녀, 그녀는 멀리 있는 전선에 있었다
정말 이해하기 쉽군
결국 이는 단지 세력 다툼인 것이다
살레이니오가 이끄는 원로 패거리와 안이 이끄는 젊은 파벌
양쪽이 서로 삿대질을 해서 힘겨루기에 패배하는 쪽이 배신자가 된다
서로 더러운 진흙탕에서 싸우는 것과도 같았다
브루더는 주변의 인기척을 오감으로 살피고 입술을 열었다
승산이 있느냐고, 조용히 물었다
어쨌든 적의 수는 이쪽의 배 이상
저항한다고 해도 조금은 어떤 수가 필요했다
내기를 하려면, 그만한 판돈이 필요한 법이니까
안은 자그마한 몸을 의자에 기대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길 확률은 적습니다
비록 공식무대에서 물러나, 피골이 상접한 양반이지만
살레이니오 님은 한 때는 좀 날렸던 인물이라서요"
안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휙 돌려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브루더는 물고 있던 담배를 세차게 이빨에 들이밀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한층 빨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는 그저 유도자일 뿐
성녀 마티아님 같은 카리스마도, 영웅님처럼 길을 열어줄 수 없어요
그래서 전쟁터에서는 이길 수 없죠"
엉겁결에 브루더는 표정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왜 상대에게 시비를 거는 짓을 했을까
그런 짓을 하면 아무리 후덕한 상대라도
버럭버럭 화를 내며 팔을 치켜드는 것은 당연한데
브루더는 안이라는 소녀에 대해
매우 훌륭한 인간이라고 루기스로부터 들었다
재치있는 인간이라고도 말이다
뭐, 남을 비방하긴 그러니, 칭찬할 수 있다고는 해도...
물론 브루더가 보기에도
루기스의 평가는 틀려 보이지 않았다
도시 필로스에 있어서의 그녀의 통치가 순조로운 것이 그 증거였다
솔직히 도시의 통치 같은 것은 브루더가 전혀 모르는 영역이지만
점령 후의 도시를 훌륭하게 다스린다는 것은 충분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그녀가, 스스로 싼 값에 걸어 건 싸움에
이렇게도 엉거주춤한 것일까
설마 이렇게까지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나오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것일까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의외이긴 하군요
이렇게 빨리 군사를 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살레이니오 님의 구심력은 아직도 큰가 보군요"
"...젠장할, 예상을 했으면 그런 짓 함부로 하지 말라고!"
브루더는 피해를 입는 사람은 한 사람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생각을 담아 소리치며 말했다
긴 갈색 머리가 허공을 흔들었다
안은 그런 브루더의 모습을 보며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그녀의 뺨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하하, 브루더 씨, 역시 이기긴 힘들 것 같군요
그래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포기하죠, 하지만..."
◇◆◇◆
모래와 돌의 나라, 남방국가 일리저드
그곳에 사는 이들은 모두 연구을
자신의 양식으로 삼아,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는 나라였다
피부를 강인하게 근육을 철썩같이 바꾸면서
이들 모두 뛰어난 투사가 되는 것이다
그 나라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부와 병력을 가진 나라이지만
본래는 열매가 맺히지 않는 안좋은 땅이 많았다
과거에는 모래밖에 없는 나라라고 비웃음을 받기도 했다
그런 땅이기 때문에 그들은 힘을 존중한다
그 광적으로 단련된 무력이 그의 나라를
갈라이스트 왕국에 버금가는 존재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명예로운 일리저드의 고위 투사
테르살랏 르와나는 자신이 마련한 방 한 칸에 있었다
도시 필로스 중에서도 상당히 넓은 방을 객실로 쓰고 있는 걸 보면
자신을 중요한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테르살랏는 이제 이 방에서 지낸 지 꽤 되었다
어차피 목적인 문장교 세력을 접촉하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잠적한 상황이였으니 말이다
대우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급한 부분이 많았다
물론 안달해봤자 소용없을 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러한 초조함과는 다른 의미로 씁쓸한 얼굴을 보이며
테이블에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꼬리가 꽉 치켜져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기호식품으로 준비되어 있던 설탕과자들
설탕이 그렇게 싼 것도 아니고
이것이 나오는 것만 봐도 테르살랏은 특별대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가무잡잡한 뺨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허공을 더듬으며 과자를 집었다
그리고 테르살랏은 그 하나를 반쯤 입에 머금었다
설탕이 살살 부서져 입안에서 녹아갔다
조심스레 조정된 단맛이 천천히 혀를 핥아갔다
눈물이 날 정도로 달다
맛잇어, 너무 너무 맛있어
목이 달아오르는 것이 테르살랏에게 느껴졌다
일리저드에서는 이런 단맛을 느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음식 문화가 생소해서가 아니라
일리저드의 식사는 고기나 기름을 사용한 것이나, 향신료를 살린 것이 많았다
적어도 이러한 과자라고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강건함을 좋은 것으로 하는 일리저드에서는 경시되기 십상
그러므로 테르살랏도 설탕 과자 등 입에 댄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니... 진지하게 먹는거라면, 이번이 처음일지도?
이토록 감미로운 것인가
한숨을 내쉬며 테르살랏은 벌써 절반을 입에 물었다
알고는 있다
이것은 분명 갈라이스트의 함정일 것이다
이 쪽을 타락시키려는 속셈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만 더... 하나 정도라면 타락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손가락을 설탕과자로 뻗는 순간
쿵 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울렸다
테르살랏은 설탕 과자에 뻗은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자세를 자로잡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문장교라는 세력엔
그 사람도 소속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단 맛이라도, 그 사람 앞에선 꼴불견일 순 없다
목을 가다듬고 나서, 테르살랏은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목 언저리에 아직도 설탕의 단맛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테르살랏 님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자주 들어 본 목소리
이 도시의 대리 통치자를 자칭한
여성의 목소리가 귀를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