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06화 - 만상 통제 -
보라색의 선이 내달리며, 거무스름한 빨강색을 흩뿌렸다
시간조차도 멈춰버린 것 같은 순간
끝없는 야만인 같은 소리를 목에서 짜내어 두 팔을 흔들었다
더 이상 통각은 없었고, 오직 하나의 감각만 쥐어져 있었다
마인 통제자 드래그만의 심장이자... 마핵...
그 치명적인 것을 참획했다는 그 확신만이 수중에 있었다
엄청난 피가 옥좌를 더럽혔다
튕겨 나간 심장은 듯 피를 토해내며 대지를 기어다녔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드래그만의 체구는 더 이상 지금처럼 재생되지 않았다
녀석이 그 불사성을 갖는 것은 발을 땅에 닿게 하고 있을 때 뿐
심장이 있던 자리가 검은색으로 도배된 듯 텅 비어 있었다
눈꺼풀이 저렸다
나는 아직도 실감하지 못한 채, 그저 입술을 벌리고만 있었다
가쁜 입김이 이빨 사이로 새어 나갔다
끝났다... 이것으로 죽인 것이다
헤르트 스탠리가 일찍이 죽인 강인한 마인의 일각을
지금 여기서 이루어낸 것이다
아, 이제서야....
그런 안도와 의심이 뒤섞인 감정을 가슴속에서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깨달았다 그리고 인정하지"
귀에 닿는 목소리로 인한 섬뜩한 한기가 등줄기를 달렸다
온몸을 가누는 근육에 전율이 흐르고 있었다
이 세상에 직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한 가지를 느꼈던 것이다
나는 여기서 죽는다... 그런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직감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시선 앞에서 드래그만은 그 뺨에 피를 흘리며 눈을 찡그렸다
이제는 더 이상 절명을 면할 수 없을 정도의 모습이였다
그런데도 그 표정에는 무시무시한 마가 흘렀다
그야말로 인간으로서는 미칠 수 없을 정도의 열량
드래그만의 입술이 움직였고 눈이 움직였다
"자그맣고 하찮은 존재였던, 너희는 이제 우리의 확실한 적인 셈이야
인정하지, 너희들은 가축이 아니야, 지금 이때를 기해 적이 됬다"
「......그래? 그런거 인정안해도, 괜찮은데 말이야"
적이 되면 보상이라도 있는거야 뭐야
이상한 압박감
게다가 심장의 고동이 언제까지고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쓰러지지 않은 것 자체가 기적 같았다
드래그만은 두 팔을 들어 그 살을 파고든 거목을 깨뜨리고 발을 땅에 댔다
하지만 그 심장은 텅 빈 채로 다시 재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이 녀석은 여기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기묘할 정도로 드래그만은 조용했다
격앙된 것도, 흔들린 것도 아닌, 파도 한 점 없는 정적을 보이며
그렇게 두 손을 벌렸다
"루기스, 명예로운 적이여
그대에게 경의를 바치고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거리를 통제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찍이 세계를 누비던 나의 권능을 보여주마"
마인의 두 눈이 피를 튀기며 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 목과 가슴속엔 한 가지의 직감이 떠올랐다
아, 역시...나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
드래그만은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았다
이제 의문의 몸이 마핵을 잃고 다시 나는 긴 잠에 빠져들 것이다
그것이 언제의 일이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다시는 눈을 뜨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 말이다
순간 드래그만은 눈앞의 남자를 흘깃 쳐다보았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터인데
그 흉포한 눈만은 아직도 의지력 있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그의 신념일 것이라고 드리그만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얼핏 보기에는 난폭하고, 모습은 맹수같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마인의 심장을 빼앗을 수 있을 리는 없다
자신의 죽음마저도 희생할 수 있고자 하는 그가 여기에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육체에 온갖 고통을 더하며
본래 넘을 수 없는 것들을 초월하면서 그는 지금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을 두 번의 해후로 드리그만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에 있어서도, 사람에게 있어서도 존귀한 것
역시 그가 아르티아의 권속은 아닐 거라고 드래그은 생각했다
그 자의 권속이라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여기서 죽여 두어야 한다고 드래그만은 마음먹었다
가축이 아니라 위협적인 적이라면,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죽여버려야 한다
전신에 마를 퍼뜨리고 그것의 기동을 허가했다
본래 정령신 제브렐리스를 위해 만든 마법기구
이 왕도 일대에 환상을 심어 가상 신역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적
이전에 있었던 올바른 세계의 일부를 되찾는 의식을 위해서 만들어 낸 기구
드래그만은 그것을 모두 자기에게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래야 만 해
이러한 위협과 인간들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주인께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드래그만은 그렇게 믿었다
끊임없이 공급되는 마력이 드래그만을 연명시키고
그렇게 다시 한번, 그의 권능을 되찾게 했다
"마의 이름으로 명령하겠다
대지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모조리 추방하라
그들은 우리들 모든 마의 적이다!"
만상통제
본래 드래그만에게 거리 개념이란 없다
거리 제한 같은게 있다면, 그의 최대 권능이라 말할 순 없으니까
일찍이 그가 마의 통제자였을 무렵
그 시야 모두가 그의 손아귀 였다
시야는 세계를 누비고 있었고
잡을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는 패배하지 말자며
자신의 부하들을 남에 의해 잃을 때 맹세해 얻은 이 능력
비겁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권능이 그의 능력이였다
그는 양팔을 휘둘렀다
일찍이 시야 전부를 움켜쥔 권능이 손가락 끝에 깃들여 있었다
그것은 이 땅의 모든 인간을 모조리 사멸시키기 위해 휘둘러졌다
땅을 뒤흔들고 붕괴시켜, 이 혼란한 세계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이전의 세계보다 마력이 농밀했으니,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다
드래그만의 마원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에게 있어 시야 전부가 자신의 영역이니 말이다
아직 불완전하더라도 왕도 주변, 그 일대를
자신이 영역으로 삼아 무너뜨리는 일 정도는 쉬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영역을 넓혀, 이 세계를 잡아먹을 것이다
그렇게 언젠가는 온 세상을 뒤덮겠지
그 동력원, 화로가 되는 것은 드래그만 자신의 원전
그는 지금 이 때에 이르러, 그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그리 마음을 굳혔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얕볼 수 없는 적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이제, 일체의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우리 가축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정령신 제브렐리스를 위해, 그리고 모든 마성을 위해
이 대지의 인간 세계에 쐐기를 박을 것이다
드래그만의 가슴속에서 이를 결정한 찰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그 아래로 파편이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다음에는 불빛이 쏟아졌다
그것은 옥좌를 지워버리고, 그 주변을 없애버리기 할 정도의 열선
그 발원지는 머리끝을 붉게 물들이며 흰눈을 반짝이는 한 여인
그녀는 검은 눈을 한 여인을 옆에 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몇백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군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 할 말은 없지만...
일단 난 네가 하려는 거 반대야
그렇다고 대화도 안 통할게 뻔하니
이제 끝을 내볼까? 드래그만?"
여기서 소멸하도록 해
나 자비롭지? 응?
그 말을 마치고
보석 아가토스는 보석을 퍼부었다
일체의 것을 남기지 않도록, 정성껏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마와 빛이 뒤엉키는 양상은 마치 신화 시대가 재림한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