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1화 - 운명의 톱니바퀴 -
마인 라브르는 배에서 은빛 내장을 드러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 호박색 눈동자는 피에르트를 손에 안으면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참으로 기묘한 색조였다
뭔가 쳐다볼 때마다 불쾌한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인간이란 개념이 많이 변했군요
인간이란 이렇게 뒤틀리는 존재인가요?
즉각 알고 있는 것을 수정하겠습니다"
"그래, 변했어
이왕이면 그 생각도 수정하면 좋겠는데"
나는 말하면서 눈꼬리가 가늘어졌다
내 가슴속에 불쾌한 예감이 흐르고 있었다
마인 라브르
마인 때문에 약간의 특이성은 가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상처를 입고 아직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것은 어찌된 영문인가
비록 마성의 종류라고 해도, 피는 통하고 있을 것인데 말이야
피를 흘리는 상대라면 언젠가는 죽일 수 있을 텐데
피를 흘리지 않는 상대는 어떻게 죽여야 할까
내 눈초리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피에르트가 적에게 사로잡혀 있는 이상
머뭇거릴 겨를은 더 이상 없었다
나는 숨을 삼키며 보검의 칼날을 어깨에 얹고
앞쪽으로 기운 자세로 발을 내디뎠다
보검이 내 뜻을 따르는 듯이 칼을 진동시켰다
맥이 뛰는 그 칼날이 그 몸을 더욱 날카롭고 강대하게 움직여갔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죽여버리면 그만이야
주인이여, 죽여버린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죽을 것이야"
그런 뒤숭숭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것 같았다
스스로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루기스 씨!"
내가 한 걸음을 내딛음과 동시에 외친 것은 마스티기오스였다
그 표정에는 고통을 참아내고 더 나아가려는 것이 보였다
말은 듣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은 알고 있었다
피에르트의 신세를 염려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시선만 잠깐 나눠주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피에르트에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마인 따위에게 나의 몇 안되는 동료가
빼앗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사태라고 하는 것
손을 놓고 있는 것만으로는 언덕길을 굴러 내려가는 것처럼 악화되는 법
설령 상처를 입더라도, 손을 뻗지 않으면 호전 될리 없다
특히 적이 재해 그 자체인 마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상응하는 싸움 방식이 있지...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이제 그곳은 라브르의 영역
변덕스럽기까지 한 청동색의 마각이 내 심장을 솟구치듯 뻗쳐왔다
그리고 그 한 번이 아닌 심장과 뇌수
나의 모든 것을 파고들려는 마각은 튕겨져 나갔고
바람 베는 소리가 강하게 귓전을 때렸다
살의라는 것을 그대로 다리에 심어놓은 듯한 그 연격
너무 화려하우면서도 지나친 듯 했다
반사적으로 반신이 되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발목, 무릎, 허리를 구동시키고 손목을 돌려 보검을 휘둘렀다
보랏빛이 허공에 원을 그리며 둔탁한 쇠물림 소리를 요란하게 냈다
놈의 마각을 보검이 잡아먹으며 궤도가 뒤집혀 갔다
하지만 그런데도 완전하게는 처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
뺨과 어깨의 살이 빠져 자유를 얻었다는 듯이 뛰어올라 갔다
나는 한순간에 깨달았다
장기전으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이 쪽을 잡아오는
드래그만보다는 상당히 수월한 상대일 터였다
보검과 마각을 맞물린 채
다시 손목을 사용해 마각의 칼끝을 땅에 내려뜨렸다
나는 한 숨도 쉬지 않은 채 라부르의 목 부분을 노려 보라색의 선을 그었다
놈은 피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허공이 진동을 이뤘고, 나와 라브르 사이에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녀석은 양손으로 잡은 피에르트를
방패로 내세우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보검이 일체의 멈춤없이 라부르의 목을 꿰뚫었디
그 광경이 영락없이 두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 전에 확실히 귀에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라브르가 단정하기 짝이 없는 입술을 벌리고 있었다
"참으로 불합리한 생물이군요
제가 즉시 교정을 해드리겠습니다
인간의 껍질을 깨는 법을 가르쳐주죠"
보검의 칼날이
피에르트에 상처를 입히지 않은 채 라부르의 목을 파고들었다
인간이든 마성이든, 피를 뿜어내게 하는 치명상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손에는 살을 도려내고 피를 튀긴 느낌은 없고
무엇인가 딱딱한 것을 두드려 버린 위화감만이 있었다
이게뭐야
사고가 한순간 멈추었다
생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마치 무기물에 손발이 자라나 서성거리는 것 같았디
두려움보다 불가사의함이 먼저 왔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의심과 곤혹스러움이 사고를 마구 어지럽혀 나갔다
어떻게게 된 일인지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것도 마인의 눈 앞에서...
라브르는 여전히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조각 같은 손가락이, 몹시 당황한 나의 가슴에 와닿았다
어쩌면, 내가 보검을 목에 꽂는 순간에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통증은 없었고, 열만 가득한 이 순간
라브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운명의 톱니바퀴는 언제나 우리의 손아귀
톱니바퀴 하나의 엇갈림으로, 운명은 즉시 아득히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
루기스... 당신은 그 운명을 그르쳐버렸군요
원래대로라면, 당신은 분명 이 쪽일 것입니다"
어째서... 이 녀석은 내 이름을 알고 있지?
그런 의심보다도, 라브르의 손가락이
살 속으로 억지로 들어가는 불길함이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시야가 명멸하고
지금 자신이 왜 서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혼이 억지로 휘젓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찰칵
머리 깊은 곳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라브르는 무슨 짓은 한 건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속이 뒤틀린 듯한 감촉만 있었다
순간 보검이 우는 듯이 준동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의식을 억지로 되돌아오게 했다
허리를 무리하게 구동시켜
놈의 손을 뿌리치고 칼날을 옆으로 눕혀 놈의 목뼈를 부러뜨렸다
본래라면 절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라브르는 드래그만처럼 재생하는 것도 아니고
은의 내장을 노출하면서, 그대로 목소리를 자아냈다
"네, 저항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한 번 돌아가는 톱니바퀴에선 절대로 벗어날 순 없어요
한 마디로, 당신은 절대로 도망칠 수 없는 것입니다
즉각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거기에는 단정한 인형 같은 얼굴이 만든 일그러진 미소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등골이 싸해졌다
여전히 라브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생각을 없애고, 목이 반이상 부러진 채
여전히 당당한 행동으로 계속 지껄이는 그 모습은 너무나 섬뜩했다
"젠장할, 나는 내게 좋지 않은 운명은 믿지 않는 편인데...
그러니까 여기서 끝내주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칼날을 날렸다
구조는 모른다, 정말로 살아 있는지조차 불명
하지만 어떤 녀석도 목을 완전히 끊어 버리면 살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칼날을 홱 쳐드는 다음 순간
폭발음이 터졌다
그것은 무엇 하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목소리 같았다
새
그것도 인간보다 훨씬 큰 마조가 우는 소리였다
그것이 몇 마리, 나와 라브르의 바로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요란한 울음소리는 마치 우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내뿜어대고 있었다
그 엄청난 괴성에 순간 몸이 마비됬다
내 볼이 비뚤어지면서, 그 자리에서 귀마저 막고 싶기까지 했다
고막 깊은 곳까지 날카로운 바늘로 꿰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전부였다
라브르는 마치 멋을 내는 척
마각을 땅에 박고 허공을 날았다
마조는 익숙한 모습으로 라브르를 등에 태웠다
그리고 피에르트도 같이...
라부르가 목을 만지며, 유유히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칭찬하겠어요, 마도장군
뜻밖에도 저의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말이에요
다음에는 적당히 서진을 계속하도록 해요
즉각 실행하도록"
마스티기오스는 아무런 대꾸도 할 겨를이 없었다
분명 라브르에게 인간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아닌 것이다
일방적으로 명령을 시키고 인간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마인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본래 그런 상대일 것이다
아가토스가 그저 특별한 부류일 뿐이지
시야 가장자리에 마탄의 섬광이 번쩍였다
마조의 큰 날개를 살짝 스쳐갔지만
쏘아 떨어뜨리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그리고, 하늘은 나에게도 이미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였다
유일하게 대항할 만한 피에르트는 지금도 라부르의 수중에 있다
이제 그녀의 모습은 하늘로 사라지고 볼 수조차 없을 것이다
어금니를 세게 물어뜯었다
고뇌 같은 것이 입안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저... 저 새끼가...."
치명적인 뭔가가 내 안에서 소리를 낸 것 같았다
과거 아직도 빈민굴에 있을 때의 풍경이 눈꺼풀에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