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73화 - 마성과 사람 -
요란한 천둥소리의 신음과 마탄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아낌없이 꺼져가는 불길의 단말마
그 협주에 뒤섞이듯 마성의 흐뭇한 포효가 쏟아졌다
조류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더한 듯한 아인이 있는가 하면
독수리를 그대로 거대하게 만든 이형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것들은 아가미로 고대언어를 말할 수 있었다
전체의 통일성은 전혀 없고
강렬한 개수를 모은 그것은 군이 아니라
무리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다종다양한 마족 마수가 여기에 나타났다
하지만 후세의 호칭에 따른다면, 이것은 바로...
동방 마군
마군은 언덕에서 날카로운 포효를 올리며 돌격하였다
그것은 마을에 대해서이기도 했고
마스티기오스가 이끄는 볼버트군에 대해서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군이라던가 아닌가 하는 구별은 있을 수 없었다
특히 대마 브리간트 밑으로 모여드는 마성들은
특히 인간이라는 씨앗을 싫어했다
타고난 습성이기도 하고 후천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점만은 공통이였다
그래서 더욱 분별이 없는 것이였다
"...어? 어어엇? 으악!"
가장 먼저 희생된 것은
마을을 태우는 쪽에서 만난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늦게 도망친 그를 동료라고 판단할 수 있는 마성은 여기 없었다
그저 눈에 띄는 모든 것은 적 일뿐
증오하니까 죽인다
눈앞을 지나가서 죽인거야
전쟁터로 끌고 가는 것은 그 정도의 생각만으로 그들에게는 충분했다
다음에는 가까운 볼버트 병사들이 수십 명 희생됐다
불의의 마성의 돌격을 쉽게 받아들일 만큼 인간은 강하지 못했다
누더기 천처럼 사람의 혈육이 뜯겨져 땅바닥에 비명을 울려갔다
사실 인간이 마성보다 뛰어난 점은 적다
하나라는 단위로만 본다면 우수한 종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성일 것이다
만약 인간에게 마성보다 강한 면이 있다면 개성이 아니라 그 군성
"내가 너희들에게 명령할지니
정신은 광기로, 광기는 다시 정신으로, 자 괴물이 돼라"
마성의 돌격으로 단숨에 죽은 볼버트 병의 시체 속
전우의 시체를 그 원통으로 밟고 지나가듯
마법장갑병들은 일제히 발을 내디디며 무기를 갖췄다
이미 진형 또한 갖춰져 있었다
주위를 덮는 것은 마법사 에일린의 감염 마법
병사의 폐부를 불태우고 공포 따위는 조각도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그 것
동료가 눈앞에서 참살되어도 여전히 그 행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감염 마법의 강점이란 그까짓 것이 아니었다
전쟁이라는 틀에서 본다면 기동성에서야말로 가치가 있었다
농도와 지향성의 고삐만 잡히면 지휘관은 그것의 하나로 즉시
그것도 수족처럼 군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전쟁터에서 어느 정도의 우위를 낳을지는 상상하기 쉽다
바로 그녀는 마법사로서의 기량이라면 몰라도
현장 지휘관으로서는 볼버트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진 자였다
그것은 마성을 상대로 해도 변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진형도 짜지 않고
단지 개인의 힘으로 돌격할 뿐인 마성들
가령 아무리 강렬한 것도 능가하는 군을 당해낼 수 없었다
철까지 생각되는 두툼한 피부를
마법 장갑병이 여러 겹의 창으로 내리쳤고
마조의 종류를 마법수병이 송곳니를 가지고 쫓아냈디
다소 진을 깨고 탈출한 자가 있었다고 해서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하인드가 이끄는
마법사대가 쏘아대는 마탄의 폭우
하인드는 에일린의 어디가 강하고
어디가 약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멍이 나기 쉬운 곳도 저절로 알고 있는 것이였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마스티기오스군에도 손해는 날 것이다
하지만 마군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경미했다
마성들은 숫자는 다수일지라도 그 일진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것들을 두고 잠시라도 발이 묶이다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늘에서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신들이 낼 수 있는 굉음이 용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비유가 아닌 틀림없는 섬광의 깜박임
그 대마법을 앞에 두고 혹자는 불에 타 죽고 혹자는 날아가 버렸다
군사가 적군을 막아내고
잔뜩 당겨진 대궁이 적을 죽였다
모든 연계는 완벽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마성의 첫 번째 진이 잡아먹힌 뒤
말을 탄 인간이 보였다
그러자 마스티기오스의 목소리가 울렸다
"네가 마수들의 지휘관인가
마인의 명을 받고 나를 죽이러 온 건가!"
내동댕이치는 듯한 목소리에 말 위의 마술사는 되받아쳤다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
안경 뒤에서 보이는 번쩍이는 두 눈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마스티기오스 단 한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건 단지 상대가 지휘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을 마스티기오스는 직감했다
그것은 그 자신이 왕궁에서 자주 느꼈던 시선
질투나 선망, 기억할 수 없는 악의를 쏟는 감각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것
지위란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악감정을 한꺼번에 받아내기 위한 옷일 것이다
왕궁을 섬기는 고위 마법사조차 저 눈빛으로 마스티기오스를 보았다
그래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저 자는 자기를 원망하고 있다, 그러니 표적은 나 혼자겠지
마스티기오스의 가슴속이 지독하고 불쾌한 것으로 채워졌다
원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불쾌한 것은 아니다
마스티기오스 자신이 전혀 원망받지 못할 인생을 살아왔는가 하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대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어쩔 수 없이 싫었을 뿐
"마스티기오스
네가 거기 있는 것만으로
나한테는 너를 죽이는 이유가 될 거야"
한 박자를 내려놓으며 마스티기오스가 말했다
입가에 손을 얹고 생각하는 기색을 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너를 모른다
원한을 산 기억도 없다
넌 누구냐?"
적 지휘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지고
흰자위가 축 처진 뒤 살의로 변했다
냉정함과 이성을 잃은 이들은 한결같이 이런 얼굴을 하곤 했다
그는 곧 입을 열더니
"킬 바자로프다
여기서 죽어라, 그리고 재주를 떨쳐라
이 나라를 구하는 건 네가 아니라 이 나다!"
마스티기오스는 마력이 담긴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주먹에는 인간 한명을 죽이기에 충분한 위력이 담겨있었다
뇌화를 터뜨리며 마스티기오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재주 한 번 보여주지"
조금 전보다는 작은, 그런데도 화살과 같은 예리함을 가진 일격
그것은 안경을 쓴 그 모습을 그대로 날려버릴 터였다
냉정함을 잃은 자는 불의의 일격에 대응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 일보 직전
마조가 갑자기 그 체구를 튕겨 뇌격을 받아냈다
그대로 마조는 요란한 고함을 지르며 절명하고 재가 됐다
자신도 모르게 마스티기오스는 눈을 부릅떴다
마수가 인간을 감싸주었다...
그런 일은 본래 있을 수 없다
아니, 마수끼리라도 서로 감싸주거나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가령 부자간에 그런 일은 드물 정도인데
있다면 자기 무리의 우두머리를 지킬 때 정도
그렇게 생각했을 때 마스티기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것은 더 험하고 더 흉악해졌다
눈에 담긴 것은 연민에서 모멸로
분노에서 증오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여니..
"마성에 영혼을 팔아넘겼느냐, 네 놈...."
"인간인 채로 썩어 죽는 것이 상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수단 사상을 가리지 않고 힘과 재능이 전부라고 가르쳐 준 건 볼버트잖아!
내가 하지 않아도 누가 했겠지
그럼 누가 하기 전에 내가 한 것일 뿐이야!
이제는 마성 그 자체가 된 눈으로 킬이 말했다
한시가 지나면서 마스티기오스군은
쏟아지는 마군의 공세에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군은 집요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단 한 명의 신병을 구하기 위해
그 군대의 추격을 계속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그 진격은
그야말로 정신을 잃은 듯했다
이제 인간은 그 군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