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81화 - 마인 현현 -
마인 라브르는 호박색 눈을 굴리며 눈앞에 있는 인간을 보았다
흉안을 두 눈에 빛내며 쏟아지는 마를 뿜고, 보검을 내미는 그
그냥 인간이라고 하기엔 좀 광포했다
인간의 영웅
마인을 죽인 인간 루기스
그의 표정, 아니 피부의 한 조각까지
지금 격분하고 넘쳐흐르고 있다는 것을 라브르에게도 알 수 있었다
감정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옅은 라브르이긴 했지만
분노는 곧 이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확신에 찼다
눈꼬리는 타버릴 정도로 타오르고
발하는 것은 단 하나, 순수하고 강렬한 살의
상대를 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망설이지 않고
자, 어떻게 죽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색조
그만큼 검은 머리의 마술사는 그에게 특이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 좋다고 라부르는 판단했다
검은 머리의 그녀는 주 브리간트의 심장이라는 역에 가세해
또 하나의 역할도 맡을 것이다
"동족이 한 일?
있잖아, 너희 같은게 가슴을 펴고 다니니 그런 게 나오는 거야
그렇다면 너희의 목숨을 치면 그것으로 끝이겠지"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듯 루기스는 표연히 말했다
한 걸음이 가볍게 나왔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목덜미에 물고늘어지겠다는 표정이 있었다
영웅 살해라는 명이 새겨진 보검이 투명한 빛깔을 보이며 준동했다
아마도 그 말은 진심이고
그리고 그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라브르는 이해했다
한번 그를 세공했을 때, 조금 그 안이 보였다
루기스라는 인간은 타인에 대한 불신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용해되는 것이 아니였다
어린 시절의 체험인가, 아니면 타고나는 것인가
인간 따위는 어딘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라브르는 감정이라고는 나타낼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 오랫동안 이상함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그가 사람과 함께 있으려 한다는 것이
신기해서 견딜 수 없었다
불합리에도 정도가 있는데 말이다
라브르는 마각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공손하고, 그러면서도 정교한 인형이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듯이
"흐음... 즉각 인식을 바꾸도록 하죠"
라브르는 관찰과 분석에 능한 마인
그 관찰은 감정을 이해할 수 없지만 약간의 이해는 할 수 있다
상대가 가장 만지지 않았으면 하는 감정이 어디인지
또한 등을 떠밀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쉬웠기에
공기가 긴박한 색을 띠어
한 호흡조차 쉽게 내쉴 수 없게 되어 갔다
피부에 느껴지는 것은 마의 기운
그 모든 것을 낳고 있는 것은, 보검의 담당자 단 한 명
그러던 중 라브르는 애써 무표정하게 말했다
"지금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시죠
기뻐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도, 저를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
아무래도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는 존경과 동시에
상당히 원한을 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를 위해 무릎을 꿇은 사람도
경력이 끊긴 사람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 딸이 마인에 사로잡혀 고통에 빠져 그 미모를 일그러뜨리고 있다니
기쁨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녀가 울고불고하는 모습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감로라고...
"그래?"
루기스는 그 한 마디만을 했다
라브르가 자신의 눈꺼풀을 깜빡이는 동시에
쇠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라브르가 눈을 깜빡이는 순간
이미 보검은 무참히 어깻죽지를 물어 죽여나갔다
은빛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검은색 액체가 튀었다
그 참격에 일체의 용서는 없고 오직 마인의 심장을 베기 위한 것이 있었다
그럴 만도 한게
루기스는 라브르의 한마디를 영웅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루기스 안에 있는 가치관을 열거한다면
상위에 오는 것은 자신의 행복이나, 하물며 미덕이나 선의도 아니였다
다만 한때 애태웠던 영웅들에 대한 경의일 뿐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라면
그저 말이려니 하고 웃어넘길 것이였지만
그것이 그가 믿고 의지하는 타인이였다면 달랐다
순간 그 톱니바퀴가 크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단계에 이르러 라브르는 확신에 이르렀다.
어떤 것의 일그러짐, 어떤 것의 불합리
아아, 이것이 그의 일그러짐인가... 이것으로 그의 운명은 뒤틀렸다
왼쪽 어깨를 깨물리고
심장에 보검이 도달하려 하면서도 라브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원래보다 그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이것은 예측하고 있던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오히려 그 손에 움켜쥔 뒤틀림을 놓치지 않도록 보검을 휘감으며 말했다
"역시 당신은 비뚤어져 있었군요, 즉각 교정을 해드리겠습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그 말에 루기스는 의아하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전혀 그 의도를 읽을 수 없다는 투였다
그는 오직 보검에 힘을 주고 있었다
라브르는 보검을 움켜쥐고
그 다섯 손가락을 공간에 펼쳐 보이며 말했다
원전 특유의 열이 몸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았나요, 한 번 돈 톱니바퀴에선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당신은 이미 운명의 수중에 놓여있어요
당신의 일그러짐을 즉각 바로 잡도록 하겠어요"
원전의 빛에 루기스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샤드! 개의치 말고, 어서 가!"
동행한 여자가 등을 돌리는 동시에
루기스도 몸을 비켜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 따위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을 테니까
라브르는 단정한 얼굴에 마적인 미소를 띄우고
그 손가락으로 루기스의 가슴을 꿰뚫었다
순간 엄청난 마력이 라브르를 기점으로
팽창과 수렴을 반복하다가 그대로 루기스로 쏟아졌다
물리 법칙이 반전되면서 과거와 미래가 시간축에서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렇게 기적과 신비가 얼굴을 내밀었다
라브르는 속삭이듯 말했다.
"원전해제, 기계장치의 운명"
아무리 우연적으로 보이는 운명이라도
그것들은 모두 신들의 톱니바퀴가 정한 사물일 뿐
그게 뒤틀렸다면, 교정하는 것 뿐
톱니바퀴 하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루기스의 운명이 라부르의 시야에 비쳤다
전쟁터, 굴욕, 친구의 죽음, 영웅, 그리고 애태우기만 하던 황금
천천히, 라부르는 그 귀에 말을 걸었다
그 사이에도 루기스의 온몸을 라브르의 마력이 뒤덮어 갔다
그 운명을 올바른 길로 유도하도록...
"당신은 운명을 그르친 겁니다, 루기스
당신이 정의를 말할 리도 없고, 선의를 가져 올 리도 없어요
즉시 기억해 내도록 하세요, 그 두 가지 모두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어요"
눈앞에서 루기스가 오열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열에 녹인 쇠를 혈관에 쏟아 붓는 듯한 감촉을
지금 그는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을 바로잡고 재탄생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거쳐야 한다
그는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라브르는 믿었다
"정의는 당신에게 발길질을 했고, 선의는 당신에게 침을 뱉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가져오는 것은 악이요, 공포와 절규일 뿐이었죠"
"으...으으으으으"
착, 착 하고 라브르는 발소리를 내면서 창고 바닥을 두드렸다
루기스가 하염없이 땀을 흘리고 변질되는 게 보였다
라브르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요, 당신은 잘못된 선택을 했어요
영웅 따위에 애태우지 않았다면, 바른 운명을 맞이했을텐데
즉각 인식을 고치도록 하세요"
운명의 사랑을 받은 영웅도 아니고
신의 총애를 받은 용자도 아니며 검과 마의 재주도 없는 자
그러던 것이 지금, 애태운 것 뿐이기만 하고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 자체는 경탄할 만한 현상이다
신들조차 생각치 못한... 그러나 결코 옳은 길은 아니였다
라브르는 원전으로써 톱니바퀴를 돌렸다
철커덕, 빙글 하고 운명의 톱니바퀴는 달리기 시작했다
일찍이 루기스가 영웅들에게 애태웠던 일도
아무리 증오를 품어도 모든 것은 동경에 젖어있던 일도...
그리하여 그의 황금을 만난 것도
모든 것은 잘못이었다고 운명의 마인 라브르는 판단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올바른 모습으로...
본디 그가 있어야 할 모습으로...
배덕자... 악덕의 주인... 대악...
만일 그가 정의와 선의를 깨뜨리고
영웅 따위에 애태우지 않는다면
이제 그 몸이 인간으로선 안정될 리 없었다
마력으로 엮어진 육체
대정령의 씨앗과 거인의 혈액
이미 인간임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그럴 운명이 있고
그렇게 해서 지금 그것을 이룰 만한 소양을 갖추었다
그래서 칭찬과 경의로 라브르는 말했다
"당신을 환영하겠어요, 루기스
나는... 운명을 나르는 자"
톱니바퀴가 한순간에 영겁이라고 생각되는 회전을 계속해
라브르의 마력을 잠식해나갔다
그렇게 원전이 활동을 끝낸 끝에 그것이 보였고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였다
하나의 원전이 생겨난 끝에...
인류의 적 마인이 현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