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87화 - 마성의 계략 -

개성공단 2021. 4. 29.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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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소 안에서
카리아는 오랫동안 송곳니를 마음으로부터 드러냈다
송곳니는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렇다면 당연히 이를 이룰 것이다

아직 가슴속은 진흙과 같은 희미한 한기에 젖어 있어도
손발이 무서울 정도로 그 힘을 잃었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도

그래도 카리아는 떨리는 무릎을 세웠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확실히 상황은 나빠진다
피에르트는 사로잡혔고, 엘디스는 왕도에 묶여 있으며
그렇게 루기스는 마성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끝없이 최악의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승리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당연히, 최대의 염려는 그... 루기스다

그는 자기 일 따위는 모른다고 했다
그것이 진실이고 그가 인간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없앤 것이라면
카리아에게는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손가락이 떨려 침대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가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게 분명하다면

다른 여자의...
그래, 그 여자의 일조차 상실해 버린다면...

지금이 내가 그를 점유할 기회가 아닌가
나 자신만으로 메워버릴 수 있지 않을까



오싹 저린 감촉이 카리아의 등줄기를 어루만졌다
물론, 그가 자기 자신만을 알맞게 기억해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고려할 만 했다
최악의 결과가 될 수도 있지만
최고의 막을 내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기회를 얻은 사람은 자신뿐이다
카리아는 흔들리는 은색 눈을 굳히면서 볼을 일그러뜨렸다
뭐, 그가 파괴되었다고 하면, 다시 한번 만들면 되는 거야

하긴 만일 병들의 말대로
그가 계략의 하나로 자기를 모른 척 했다면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면

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카리아는 그때 자신이 어떻게 되어버릴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자, 그럼 계책을 짜보자
오일란트라 했는가? 패배가 아닌 승리를 위한 것인다
나도 있는 힘을 다해 봐야겠군"






카리아는 테이블에 그 팔을 내리치며
눈앞에 있는 볼버트 군인, 그리고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카리아가 생각하는 발상은 바로 거인의 것이었다
거인이 관장하는 것은 파괴와 재생
그 거룩한 존재가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전력은 오직 한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일체의 고민도 없이 말이다




"마스티기오스를 구출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내 바램도 들어줘야 겠지?"





 ◇◆◇◆






라브르의 호사스러운 침실 안
주위의 찬란한 세간을 깨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마인 쥬네르바가 말을 내 뱉었다
마디마디에서 나오는 호흡에 독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분노의 증거




"어이, 신품 마인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이봐 남이 물어보면 대답은 해야지"





어조만큼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그 말이 노기로 넘치는 게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마성이라면 꼬리 및 날개를 흩날리고 달아날 만한 열량이 거기에 있었다
또한 독수리 같은 눈이 원수라도 노려보듯 부릅떠 있었다

하지만 시선 끝에 있던 마인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두 다리를 내던지며 대답했다





"하하핫! 새대가리! 네가 뭔데 네 허락을 맡아야 하나?"



 

그러면서 마인 루기스는
이미 옆에 있던 마검에 손가락을 걸고 있었다
눈동자는 어두워 있었고
눈앞에 있는 존재를 증오하고 경멸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그 마인 본연의 자세였다

공기가 증발하고
독과 증오가 혼탁해지며 공간이 뒤틀리는 듯했다

두 마인은 서로 느끼고 있었다
이녀석과는 전혀 마음이 맞지 않아
그 존재부터가 정반대인거야

그렇게 살육전을 벌이기 직전
마인 라브르가 단정한 입술을 열었다




"즉각 그만두세요
마인끼리 서로 싸우는 건 무익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한 순간 기운이 빠져도
그래도 견딜 수 없다는 듯 쥬네르바는 말했다





"라브르, 나에겐 모르는 것 투성이야
왜 이런 놈을 마인으로 만들었지?
왜 이 놈이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허락하지?"




한 박자를 놓고 라부르는 화답했다




"나는 그의 운명을 바로잡았을 뿐 이에요
그 결과, 그가 마인이 되버린 것 뿐
우리 마인들에게 마인을 만들어낼 권능이 없다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으실 텐데요, 즉각 이해의 수정을"




라부르는 그렇게 말하고 한순간 옆의 루기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검은색과 보라색을 바탕으로 한 옷을 입으며
아직도 마검에 손을 얹고 있었다

하지만 라부르는 적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의 안에 넣은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뿐

라부르는 표정을 바꾸진 않았지만
마음 속 만은 싱글벙글 했다
그것이 감정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라브르는 이해하지 못했다




"심장은 이미 안정되었습니다, 이제 이식을 할 수 있을 거에요"




심장, 피에르트는 강인한 영혼과 정신의 소유자였다
라브르는 그것이 이치를 벗어났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육체에서 마력의 박리를 반복하며
몇 번이나 참기 어려운 격통을 안겨줘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마법사이기 때문에 마력을 빼앗긴다는 것은 드문 충격일 것이다
장기를 산 채로 빼앗길 정도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맛보았을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사람을 미치게 할 것이다
육체도 정신도 사람은 생각하는 것처럼 튼튼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신은 육체의 노예이며
육체를 억압하면 반드시 정신은 이상을 초래할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데도 꺾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라부르는 판단했다

그녀는 원래 어딘가 치명적으로 이상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그래서는 곤란하다
영혼이 완전히 굴복해야만 새로운 마력이 몸에 익는다
그렇지 않으면, 대마 브리간트의 마력을 순환시키는 기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끝났다
그가 눈앞에서 마인으로 변했기 때문에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내던져 버렸다

역시 그가 피에르트의 근간에 있는 무엇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는 라브르에게는 당연히 짐작이 가지 않지만
상황을 관측하면 아마도 그것은 분명했다

아무튼 이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쥬네르바는 뭔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원래 인간이야, 언제 배신할 지 몰라"




쥬네르바가 의아한 눈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루기스를 노려보았다
루기스는 시선 같은 건 아랑곳없다는 듯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어이, 배신? 그건 동료한테나 하는 말이잖아"




순간, 쥬네르바의 양날개가 퍼졌더
피부 등을 쉽게 잘라내는 손톱 끝이 독액과 함께 허공을 긁었다
그것은 정확하게 루기스를 세로로 양단하는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검은 그 한 걸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듯 소리를 울렸다
독액 냄새를 가르며 마검이 굉음을 내며 거대한 날개를 갈랐다

순간 공기가 갈라졌다
강력함을 동반한 난폭한 일격이 충돌해, 일그러진 잔향음을 울렸다

몇 차례 그런 일이 계속되면서
진정으로 쥬네르바가 살의를, 루기스가 증오를 눈동자에 떠올리기 시작한
근처에서 라부르는 조용한 목소리를 다시 질렀다
그녀로서는 익숙한 듯한 행동이었다




"이제 당신들에겐 더 이상 말도 통하지 않군요
그의 배신이 그렇게 우려된다고 한다면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즉시 양해를"





라브르, 루기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쥬네르바는 공격을 멈추며 라브르를 응시했다
아마 그는 톱니바퀴에게만은 약한 것 같았다



"내일 모레 인간영웅인 마도장군의 처형을 거행하겠습니다
우리에게 반역하는 이상 안타깝지만 그것밖에 길이 없으니까요"



라브르는 한 박자 쉬며, 말을 이었다
루기스는 그저 흥미도 없다는 듯이 듣고만 있었다




"당신의 손으로 그를 처형하세요, 즉각 수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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