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03화 - 예전부터 계속된 바퀴 자국 -

개성공단 2021. 5. 3. 10:53
반응형





구릿빛 용 샤드랩트를 짊어지며
마인 루기스는 뺨을 허물고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는 보기 드문 솔직한 표정이었다



"잘봐, 인간도 할 수 있는 거였잖아?"




마인과의 투쟁은 멀리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알 수 있었다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는 마인 쥬네르바를 짓눌렀다
도하스라가 조력에 가담한 것은 뜻밖이었지만

무언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것도 힘의 하나




"그런데 샤드랩트, 예전의 동료였던 네가 보기에는 어때?
새대가리는 쉽게 죽을 패거리일 것 같아?"




루기스는 팔꿈치를 괴며 물었다
그의 등에 숨고 어깨 너머로 앞을 보며 샤드랩트는 화답했다
키 큰 샤드랩트가 앉은 루기스에 숨어 있는 것은 기묘한 광경이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하지만 저 정도로 죽는다면, 쥬네르바는 수 없이 죽었을 거야
놈은 불사성이 없긴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을 성질은 아니야"





등에 숨어 있는 것에 비해 그녀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도하스라와의 약속을 어긴 것을 까먹은 걸까?

샤드랩트가 흥미를 가지는 것은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가느냐 하는 것 뿐
그리고 그녀는 지금과 같은 사태에 빠져도
아직 인류가 쥬네르바를 죽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쥬네르바는 신이었을 무렵
브리간트에게 아무리 치명상을 입어도
마지막에 그 머리를 꿰뚫릴 때까지는 죽지 않았다
아마도 그 과거는 원전에도 짙게 남아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그를 살해하려 한다면
몇 번이나 치명적이고 고깃덩어리가 된 뒤
머리를 파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인류에게는 가혹하다
지금 이 결과를 보더라도 그들은 한번 죽이는 게 한도
도하스라가 조력으로 돌아선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샤드랩트는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시선 끝에는 눈부시게 내리쬐는 태양이 있었다
눈 속에서 구름을 뚫고 나오는 이상한 열기...
뺨에서 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지?




문득 샤드랩트는 해를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왜이리 이렇게 뜨거운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그녀는 어깨를 축 느려뜨렸다
아, 그런 일인가 하고 납득이 갔다
쥬네르바 하고 싶은 일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톱니바퀴 라브르가 주도한 것이겠지
지금의 쥬네르바 단독으로는 할 수 없을 것이니까

샤드랩트는 킁킁거리며 루기스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주위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조심하는 것 같았다





"저...저기 지금부터 나와 함께 도망치지 않을래?
잘못하면 도시 자체가 사라져버릴거야, 네가 있어야 나도 안심이고"




당돌하고, 그리고 간단한 말
누구라도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루기스는 눈썹을 찡그리며 무슨 소리냐는 듯 돌아보았다

그러나 샤드랩트의 표정은 분명 진지했다
그녀의 뒷다리가 재빨리 도망가려는 듯 한 걸음 물러섰다

루기스의 시선을 재촉하듯 샤드랩트가 다시 위를 올려다봤다
이상하게 커 보이는 태양이 거기 있었다




"태양이 가까워지고 있잖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도 모르니
그렇다면 일단 도망치는게 최선책일거야"




휘황한 빛과 열을 발하는 태양
아니, 그 마의 덩어리가, 조금씩 신음 소리를 내며
볼버트 수도를 그 시야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샤드랩트와 루기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무게중심은 낮았고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양 날개를 등뒤로 웅장하게 편 모습
그것은 쥬네르바의 자세 같았다
독의 마력이 물결을 이루며
그 몸집을 더욱 거대하게 보이게 햇다

마인이 전투 자세를 취하는 것은 드문 일이였다
여하튼 자세란 적과 싸우기 위한 것
그것을 마인이 취하고 있다는 것이였고
아무래도 뭔가 낯선 모습이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 이때 독극물 쥬네르바는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
그리고 마안수 도하스라를 적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삼자의 뜻을 헤아린 듯 마가 솟아오르며 맞물려 있었고
세 명은 시선만으로 견제의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

1초가 지날때마다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누군가가 숨을 쉴 때마다
누군가의 목숨을 잃어버릴 것 같기도 했다
싸움 자체는 긴 시간 일지언정, 최후는 순식간인 법이니까


도하스라는 솔선수범해 발을 앞으로 내밀며 적과의 사이를 좁혔다
마스티기오스는 상처를 입었고 마수인 내가 더 튼튼하니까

게다가 지금은 호기이기도 했다
마인 쥬네르바는 마스티기오스의 결사의 마법에 의해 충격을 받고 있다

현재 전쟁에서의 균형과 주도권은 모두 인류에게 있다

그렇다면 그대로 분쇄하면 될 것이다
기습이나 기습 같은 충격을 받은 적들은
그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쓰러져 버리니까

마안이 커졌다
쥬네넬바가 독을 갖고 녹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물질이 풍화를 일으켜 모래알이 되어 부서졌다

도하스라는 마안으로 아직도 썩지 않은 가옥의 기둥을 바라보았다




"이젠 좀 썩어주세요, 독극물 쥬네르바"






동시에 가옥의 기둥이 모래와 흩어지고
목재가 큰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렸다
가옥 두 채분의 질량이 그대로 쥬네르바에게 쏟아졌고
어두운 그림자가 독 새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피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도하스라도 쥬네르바도 이해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움직여, 빈틈을 보이는 것은 더 최악의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옥의 붕괴 이후에, 뭔가 오는 것이 틀림없겠지

독 출력을 높이면서 쥬네르바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때마다 내장이 느껴본 적도 없는 고통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억지로 마력을 순환시켜 다른 장기 기능을 유지시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조치였다



마스티기오스에 의해 초래된 파괴는
어떠한 마인이라 해도 전투 중에 복구될 수 있는 여지를 넘어서고 있었다
드래그만과 같은 재생자라면 몰라도
그러한 권능을 쥬네르바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쥬네르바의 원전들은 죽음에 얽매이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본래대로라면, 쥬네르바는 다시 한 번 철수를 해야 할 것이다
적의 속셈을 파악했고 한계도 알았다
반면 적은 이쪽의 속셈을 모르니까

내장만 복원하면 더는 승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쥬네르바의 기동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 따위
이 세계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도망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바로 마인으로서의 긍지와 자신감
그리고 일찍이 동포를 배신하고 도망친
구릿빛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였다

나는 그렇게는 될 수 없어

쥬네르바의 모종의 자부심이 그를 이 자리에 몰아넣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있다는 것도 틀린 소리는 아니다
지금 이 자리로부터 패배할 것이라는 것을 쥬네르바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너진 가옥의 나무토막과 가구, 벽돌들이 일제히 주네르바로 쏟아졌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의 몸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며 사라졌다

독은 여전히 굳건한 상태로 남아, 쥬네르바의 체구를 덮고 있었고
독수리의 눈은 무너져가는 나무들 사이로 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래가 흩날리는 동시에 번개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당장은 움직여선 안 된디



적이 자신의 시야를 가린 후
마법이나 권능을 쏟아붓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움직여야 할 때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쏜 직후의 틈을 타야겠지

그것은 바로 독수리류의 사냥법이였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쥬네르바는 기척을 가다듬었다

눈 깜박임 뒤 뇌광이 잔해를 날려보내고 모래 폭풍이 주위를 덮었다
완전히 쥬네르바가 마음에 그리던 대로 대였다

마법도 마안의 권능도 대단히 폭력적이다
틀림없이 이쪽의 숨통을 끊으러 온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죽지 않을 것이야, 쥬네르바는 확신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달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주네르바 주위에만 머물던
독의 마력이 반격을 가하자
일제히 주위를 침식해 들어갔다
사람도, 가옥도, 세계 그 자체도 잡아먹을 산성을 띠고 있었다

쥬네르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한 것은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은 자유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모두를 해치워버리고 다시 자유를 쟁취하자

그 시야 끝에, 자신의 근원이였던 태양이 있었다
그것은 한층 더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