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09화 - 뒤엉키는 마 -

개성공단 2021. 5.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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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지 하나의 동산처럼 보였다.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반사를 남기는 그림자가 산을 수놓았다
때로는 넘실거리고 때로는 날숨을 내뿜는 산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살아있다
지금 그 광포한 눈동자를 형형하게 빛낸 채 
그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거대한 몸 안에 마력이
순환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는 커다란 것이였다

심장이 쿵쾅쿵쾅 뛸 때마다 마력이 온몸을 맴돌았고
주위의 마력이 점점 밀도를 더해 갔다

조금만 더 하면 그것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대륙의 패권을 가져가며 마성을 통괄할 것임에 틀림없다
구릿빛 용 샤드랩트는 그 광경이 눈에 선했다

대마, 천성거수, 용의 왕이자 삼(三) 신의 한 기둥, 브릴리간트

아득히 상공에 있으면서 양 날개의 감촉이 딱딱해졌다
샤드랩트의 해이해진 표정이 이때만큼은 굳어졌다
아직 먼 곳에 있긴 하지만
지금 다시 그의 모습을 엿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가 그 놈 영역의 맨 바깥쪽이야
떨어뜨린다면 지금이 충분하겠지?"




산이 내려다보이는 고도
사람이면 여기서 떨어지면 으레 죽을 것이다
이제는 자살행위라는 말조차 뜨뜻 미지근할 것이다
보통 마성 또한 이 정도 높이는 반죽음이였지만

샤드랩트에게 안긴 마인은 늘 하는 투로 말했다




"충분하구말구, 그냥 떨어지기만 하면 그놈에게 닿을거야, 편하고 좋겠군"





조금 즐거워하는 모습마저 보이며 마인 루기스는 볼을 치켜올렸다

몇 분 후, 아니 몇 초 후에도 목숨을 잃을 줄도
모르는 순간에 웃음을 흘리고 있다니, 역시 제정신이 아니군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브릴리간트에게 맞설 수 있는 거겟지

샤드랩트는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말을 그대로 입 속에 태우며 말했다





"거대한 용에 맞서는 개미라니, 넌 그것대로 제정신이 아니구나
대체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야?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구"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샤드랩트도 잘 몰랐다
특별히 루기스를 붙잡는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불가해한 존재 앞에 있으면
아무래도 의문 한두 가지는 던져 버리고 싶어졌다
루기스의 삶은 샤드랩트의 삶과 정반대였다
이미 사상의 차이 따위가 아니라 영혼이 동떨어진 곳에 있음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철학관에 다소의 흥미가 생겼다
루기스는 순간 말을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




"그래, 죽으면 그 것으로 끝이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의 발 밑에서 살아야 할 거야
그럴 바에 차라리 거창하게 죽는 것이 낫지 않겠어?"





샤드랩트를 올려다본 그 눈동자에 허위는 없었다
강한 척도 아니고, 정말로, 진심으로 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허식도 허영도 아무것도 없었다

소감은 딱 하나
그는 인간일 때도 미쳤지만 마인이 돼서도 여전히 정신이 나가 있다
단명의 씨앗이라 할지라도 그와 같이 생각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뭐. 영웅이라고 불리는 존재는 언제나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며 샤드랩트는 껴안은 몸을 양손에서 뗐다

순간 루기스의 몸이 한순간 붕 뜨더니 그대로 중력에 끌어내려졌다





"두고 봐, 샤드"





루기스는 정말 샤드랩트에게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마검을 어깨에 얹고, 추락을 개시했다

산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뺨에 미소를 지으며, 그는 떨어졌다
샤드랩트는 그것을 보며 무심코 중얼거렸다.




"뭐... 이름 정도는 기억해 주지"




큰 용은 날개를 펄럭이며, 바람을 갈랐다
시야의 끝에 있는 대마가 마인에게 패배를 당한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






아득한 상공에서 추락한 것은 자칫 넋을 잃을 뻔한 충격이였다
바람과 중력이 주는 압력은
손발을 휘감아 물속에 있는 것보다 더 성질이 나빴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짓은 날개 달린 종족이 아닌 한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은 아직 인간의 영역이 아니였으니 말이다

하늘에 내던져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몸부림쳐져서 땅에 내던져지는 것뿐

하지만, 마인이라는 존재만은 이 대륙 어디에 있어도 변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더 이상 재해이지, 생물이 아니였은;까



허공의 루기스는 풍압을 이기며, 마검을 휘둘렀다
마검은 달라붙듯 루기스의 두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리고 그 의지가 원하는 대로 궤도를 그렸다

그것이 아무리 폭력적이고, 아무리 엉망진창인 궤도일지라도
마검은 그것을 긍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이론을 세웠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오오, 마중을 나왔군"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 들이는 루기스가 중얼거렸다
마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듯 뛰었다

검은 용은 깨어났다
하지만 온몸을 움직일 만한 마력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그를 수호하기 위한 종자가 거기에 대기하고 있었다

호박색 눈동자에 요염한 조형의 인형
두 다리를 칼날 자체의 마각으로 변모시킨
톱니바퀴 라브르가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아마 루기스가 내려온다는 것을 예감했을 것이다
그 입술이 살짝 움직인 것이 루기스에게 보였다
여느 때와 같은 어조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라브르의 태세는 만전을 기하고, 이쪽을 요격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떨어지는 물체를 쏘아 떨어뜨리는 일은
그녀에게는 아이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루기스에게 그녀의 존재는 더 이상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베어내야 할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가 섬기는 자
그것은 단연코 변하지 않았다



땅은 아득히 먼 저편
대마도 라부르도 아직 멀게만 보이는 가운데
루기스는 양손에 있는 힘을 다해 마검을 움켜쥐었다
독살스러운 빛이 호응하여 준동하였고
보랏빛이 마력을 누출시켜 선을 그렸다

소리는 없었다
다만 당연하다는 듯 마검이 단두대처럼 흔들렸다
바람이 스스로 체구를 가르고 그 길을 만들어 갔다

그 광경에 라브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찰나 섬광이 번쩍이며
마검이 허공을 마구 물어뜯으며 혈육을 토해냈다

동시에 대마 브릴리간트의 오열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비늘에는 상처 하나 없었고
아까와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톱니바퀴 라브르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주군의 마력에 약간의 금이 가고 있다
그것은 어딘가에 상처를 입었다는 징표... 그럼 대체 어디에?

간단한 일이었다
그것은 강고한 외각은 건드리지 않고
거리를 죽여 내부에서 대마에게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라브르는 그 마법을 본 기억이 있었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야의 모든 것을 없애버렸던 마인...

라브르는 그제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판단했다
이 사태는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마각이 구부러짐과 동시에 라브르의 입술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 여기서 그 마인을 잘라내야 해야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여유로울 것이다

한순간의 호흡 후 마각이 지면을 잔혹하게 파고들어 허공을 뛰었다
그녀는 마치 날개 달린 종족인 것처럼 하늘을 달려
적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라브르 자체가 쏘아진 화살촉 그 자체 같았다



그리하여 마의 검과 다리가 교차했다
불꽃이 허공을 비추어, 낙하할 때까지의 한정된 순간을 잘라내고 있었다

그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마인 루기스, 지금까지의 당신에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만 철수를 부탁드립니다"

"마인 라브르, 설마 내가 고개를 끄덕일 줄 알고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 좀 멍청한걸"





마인과 마인이 서로 물고 뜯으며 서로를 깎아내렸다
대마 브리간트의 포효가 바로 곁에서 육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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