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2화 - 용의 포효 -
눈앞에 아름다운 검은색의 비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압권 하나하나가
인간이 가공하는 철 같은 것보다 훨씬 튼튼해 보였다
게다가 서서히 나마 그 세부가 깊은 마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금씩 그가 마력을 삼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것이 깨어난다면 더 이상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시작되는 것은 일방적인 학살 뿐일 것이다
지금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보석 아가토스는 볼을 부풀리며, 그렇게 말했다
"괜찮겠어? 라브르 상대로 걔 혼자 둬도?
라브르는 의외로 끈질기고, 약하지도 않아
또한 그녀는 마인이기에 재해 그 자체인 존재인데"
홍련의 머리색을 펄럭이며 아가토스가 말했다
그녀의 고운 입술이 탐스럽게 물결치고 있다
그 말에는 내막이 있었다
아가토스도 라브르 일체에 전력을 쏟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력 분산은 어리석은 행위일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브릴리간트가 아직 각성을 이루지 않고 있었다
카리아에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오직 혼자서 라브르에게 대항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 이전의 루기스였다면
그것이 아무리 옳아도 카리아 한 사람에게
마인을 맡기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아가토스는 생각했다
그래서 물어본 것이였다
대면하는 것은 대마 브릴리간트
조금이라도 후방에 미련을 남기고 싸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혹시 본연의 자세가 돌아오지 않았나 하고...
루기스는 한 박자를 놓고 나서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카리아는 나의 적이고, 나의 여자야
난 그 여자를 의심할 만큼 천하지는 않아"
"……그래, 알겠어 참으로 훌륭하군, 그럼 목적은 알고 있겠지
이놈의 가슴을 깨부수어, 피에르트를 되찾는 거야
목표는 아마 심장부라는 곳일까?
이 놈이 제정신을 되찾기 전에 꺼내오면 되는거야"
루기스의 말이 진심인지 아가토스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거짓말하는 투는 아니였기에
어쩌면 마인화가 모종의 본능적인 대담성을
그에게 부여했는지도 몰랐다
반짝반짝 빛나면서 아가토스 주위를 보석이 흩날려갔다
그 하나하나가 엄청난 마력의 덩어리
안에 쌓아둔 존재나 생물을 마로 변환하면서
보석들은 형형하게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였다
달그락하고 구두를 울리는 소리가 났다
"구해내는 것도 있지만, 다시 없는 기회야
여기서 이 용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될 거야"
루기스의 표연한 목소리에 아가토스가 동요할 겨를도 없었다
그는 마검을 혁혁하게 치켜들었다
그저 무기를 양손으로 들고 어깨에서 검을 내려치는
누가 보면 평범해보이는 검사의 동작...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마로 가득 차 있있었다
보라색의 섬광이 하늘을 절개했고
그것은 장대한 궤도를 그리면서, 브릴리간트 내부를 어지럽혀 나갔다
마검이 신음하며 대마의 살을 먹는 것을 기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브릴리간트의 몸이 약간 맥동했다
그것만으로 아무리 브릴리간트라고 해도
인간처럼 똑같이 살아있는 생물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아가토스는 순간적인 감탄사와 초조함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다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치솟음과 동시에 루기스의 몸을 안아 올렸다
갖가지 보석이 그들의 지체를 떠받치고 있었다
"하하하, 오늘따라 안기는 날이 많은데?"
"마인화 때문에 멍청해진거야? 바보 같은 소리 할 때가 아니라고
땅에 계속 가만히 있다간, 브릴리간트가 꼬리로 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아무튼, 여기 하늘에서 네 멋대로 칼을 휘두르도록 해"
아름다운 검은 비늘에 복수의 칼자국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서는 검붉은 피를 뿜어내며, 그 상처가 났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람 하나만한 상처지만 브릴리간트에겐 찰과상 정도 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강인한 피부가 찢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아가토스에게는 충분했다
아가토스를 수놓은 보석이 원을 그리며 자신의 주인을 찬양해 갔다
홍련의 머리카락이 허공을 날렸고 아가토스는 그 육체를 크게 흔들었다
손발이 아이에게서 어른의 것으로 변모하고
체구 또한 여성적인 것으로 탈바꿈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흰 눈이 세계를 깔보듯 깜빡이고 있었다
신이 난 아가토스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좋아, 루기스 당신 마인이 되어도 하는 짓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군
그 권능도 드래그만과 비슷한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마인의 싸움 방식은 그게 아니야
보다 괴멸적이고 파멸적이어야 하지, 당장 보여줄게"
해가 뉘엿뉘엿 지는 빛을 등지며
아가토스는 한 팔을 뻗어 손가락을 움직여나갔다
그러자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빛을 띠고 호응했다
셀 수 없을 만큼의 빛이 아가토스의 손끝을 주목했다
다시 한 번 손가락이 까딱거리니
하늘에서 빛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룩함 그리고 장엄함... 광경을 가리키는 말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러나 후세에 남겨진 말은 하나
너무나 아름다운 빛의 비
수도의 백성이나 병사들에게도
인식할 수 있는 규모의 그것은 이제 일종의 기적이였다
그 기적이, 브리간트의 상처에 쇄도했다
커다란 용의 신음소리에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산이 울렸다
"완전한 유린과 일방적인 정복
마인이라는 재앙의 본질은 바로 이런 것이야!"
빛의 단비가 브릴리간트의 육신을 구워, 상처를 열어갔다
브릴리간트의 외각은 강인한데, 단지 물리적으로 공고히 할 뿐 아니라
용의 비늘과 피부는 그 자체로 마법적인 열량을 가지고 있었다
즉, 지상의 생물 중에서 가장 견고했고
특정 물질로 이루어진 용의 피부를 찢는 것
옛부터, 성스러운 존재이거나 화끈한 마 아니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을 산뜻하게 관철할 만한 저력을 지금의 아가토스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 찢어진 상태라면
그것을 확장시키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용의 피가 뿜어져 나오고, 아가토스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여기서부터 심장부까지 도달하는 것은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브릴리간트를 해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정말 그토록 강대하던 브릴리간트를 죽일 수 있을까?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단지 몸만 드러내고 있는 용을 보면
그것은 어쩌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볼이 자기도 모르게 올라갔다
아가토스는 보석에서 쏟아지는 열선을
한데 모아 극광을 이루고 하늘에서 내려쳤다
그것은 용을 죽이기 위한 하늘에서 내려온 일종의 철퇴였다
성대하게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주위의 지형마저도 변동해 갔다
이들은 싸움이라기보다 신들의 장난 같은 것을 저지르는 것 같았다
빛의 단비와 철퇴가 쏟아지고
흙먼지가 맑아지는 가운데 아가토스는 어깨로 호흡을 하다가
문득 그 소리를 귀로 들었다
대지와 하늘을 떨게 하는 용의 포효
아찔했다, 등줄기에 작은 벌레가 기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루기스가 아가토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고
하지만 아가토스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과거에 들었던 위엄을 연상시키는 포효만이 귀에 쟁쟁했다
"아가토스, 관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면, 머리를 조아려라!"
몇 번인가 루기스가 아가토스의 이름을 부르며 마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용의 턱이 보였다
그것은 작은 새의 반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호기를 내뿜는 것 같은 행동으로, 브레스를 내뿜었다
그것은 이미 단순한 열도, 불꽃이나 눈보라도 아닌 용의 숨결이라는 마.
수많은 마성을 삼켜, 그 존재를 싹 지운 위협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