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70화 - 신을 죽이러 -
동경하던 존재가 있었다
그는 태양보다 더 빛나고, 신화의 영웅보다 더 영웅 다웠다
보통사람에게는 얻기 어려운 재능과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천부적인 재능
아니 재주라는 말조차도 그에겐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일체의 무리와도 비길 데 없는 대영웅
나는 그것을 동경했다
조금이라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나의 일생은 반드시 그 동경 때문에
엉망이 되어, 소망을 위해 길을 놓쳤다
그래도 여전히 그 길에 매달리고 싶었던 것이였다
그의 영웅이 인간인 채 위대한 경지에 있었던 것도
내가 인간이라는 틀에 집착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 그것을 공제한다고 해도
마성이 된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싫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인채로 죽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간인 채로 있으면
꿈꾸던 모습에 닿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두 팔로
세계를 구원해 줄 영웅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는 마인이라도 돼 보이겠어
나를 인간에 집착하게 한 것이 애타는 것이라면
나로 하여금 인간을 버리게 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래도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경을 떨쳐버리면서까지 손에 넣는
진흙탕 맛 나는 행복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
잘가닥하고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마검은 마력을 강화시켜 나의 내부를
보다 마인으로 적정하게 만들었다
비로소 이해가 갔다
마인이란 바로 자신이 소원을 이루기 위한 그릇이 된 자
생존을 지상목적으로 하는 생물
본능은 지워지고 손가락 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환상의 마종이 되었다
브릴리간트의 전투에서 이제 내 몸은 마인의 것
뇌가, 마력을 비축하는 장기와
신경의 한 조각에 이르기까지 마에 물들었다
눈동자 밑바닥에는 예전에 마인이 되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인 라브르에 쥬네르바, 대마 브릴리간트
아니, 그것보다, 제일 먼저 하나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세게 움켜쥐고
왼손에 잡은 마의 검을 삐걱거리게 했다
"좋아, 루기스
당신 마인이 되어도 하는 짓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잖아
그 권능도 드래그만의 것일 것이야
마인의 싸움 방식은 그렇지 않아
보다 괴멸적이고 파멸적이어야 해"
나는 본능적으로 대지를 박차고 도약했다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인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마인은 인간을 이끄는 자가 아니다
그리고 남을 믿는 자가 아니다
볼버트 왕조에서의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본질적인 마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정한 마인이라면, 그 몸은 재해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아무리 봐도, 황폐한 마인이군
신에게 상처 하나 줄 수 있겠어?"
"이봐 대마성, 너의 신화는 벌써 몇 백년전에 끝났어!"
나는 마검을 크게 쳐 들었다
그것은 고작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투박한 보라색의 마검이
눈앞의 종족을 멸종시키면서 신음하고 있었다
내 의지는 이 녀석이 알고 있고, 이 녀석의 생각은 내가 알고 있었다
마검이 짖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위에서 무진장하게 마력을 흡입하고
기능을 다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기분이 들었고
눈꺼풀의 뒷면에 거인의 모습이 지나갔다
마검이 거인의 피를 삼키고
그의 권능을 자신으로 만들며,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완벽한 유린과 일방적인 정복
마인이라는 재해의 본질은 이거라고..."
소리조차 잃은 마의 덩어리가 대지를 꿰뚫었다
제브렐리스를 표현하던 검은 액체가 증발해도 마검은 멈추지 않았다
낡은 신화여, 여기서 썩어라
그렇게 말하는 듯 마검은 검은 액체로부터도 마력을 빼앗아
건조물 제브렐리스의 껍질을 뚫기 시작했다
찰나, 거인의 파쇄만이 눈앞에 있었다
체내의 피가 맥동했고, 오직 파괴만을 목적으로 한
파괴 및 재해로서의 본질이 거기에 있었고
극한의 마력 덩어리가 속박에서 풀려난 것처럼 날뛰었다
검은 액체는 이미 시야에 없고, 허물어진 껍데기 조각만이 있었다.
"엘디스, 너도 어서 도망가!"
머리가 뜨거웠다
마치 열에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마력에 취해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느 쪽이든 엘디스를 챙길 만한 여유가 없는 건 분명했다
이미 제브렐리스의 역습은
잔해 속 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본래의 신 죽이기는
그녀의 권능을 이용해 이뤄낸 방책이었지만
그녀를 잃으면서까지 수행하려는 것은 아니였다
엘디스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대답했다
"짜증나네, 농담이지?
기사를 버리고 튀는 주인이 어딨어?"
다부지고, 그러면서도 불손함을 감추지 않는 목소리
그녀는 훌륭한 여왕이며, 나에게는 과분한 주인님이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앞을 보았다
잔해 속, 어둠 속에서 기어나오는 듯한 모습이 있었고
그것은 녹색의 광택을 반짝이며 송곳니를 드러내는 용이 있었다
"너 재밌겠어, 우리 친구하자"
제브렐리스 목소리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것은 그녀의 몸속
어디서나 말할 수 있고 어디서나 보일 것이다
다종다양한 마성의 시조인 그녀에게 있어서
용을 낳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눈앞의 일이 말하고 있었다
결코 모조품은 아니였다
녹룡은 영락없는 용종의 풍격을 띠고 있고
보는 자 모두를 저리게 하는 저주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용의 브레스는 적대자를 절대적으로 사멸시킬 정도이며
옛 천상의 패자가 마치 개를 기르는 것처럼 제브렐리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협을 앞에 두고, 엘디스는 명랑한 소리를 질렀다
이상하게도 미소마저 짓고 있는 그녀였다
"엘디스?"
"아, 아니, 미안해, 루기스
솔직히 난 지금 너무 신나
사실 난 너와 이런 여행을 하고 싶었어"
그건 마치 노래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나의 마력에 맞추어져
그녀도 열에 들뜨지 않았나 걱정이 될 정도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단단히 대지를 딛고 있었다
"적은 강대해, 하지만 너는 포기하지 않고
언제나 앞을 내다보고 있지
그런 너의 등을 따라가고 싶었어"
"그런가, 모험자 같군
나중에 같이 미궁도시라도 한 번 가보자"
"응, 그래"
엘디스는 양손에 두른 기원주술을 허공에 흔들며 웃었다
"가자, 신을 죽이러"
용의 포효를 앞에 두고
나와 엘디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앞에는 우리가 죽여야 할 자가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원래 그녀는 이미 끝났어야 했다
제브렐리스는 더 이상 신이 아니라
그저 대마성으로 전락했다
제브렐리스, 브릴리간트, 프리슬라트가 창조한
신화시대는 이제 먼 옛날 이야기
그들은 아직도 여기에 매달려 있을 뿐인 망령에 불과하다
그렇고말고, 아르티우스 조차도 그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끝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제 그들의 시대는 가고 지금을 사는 자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승산은 있겠지, 루기스?"
엘디스가 반가움에
발꿈치와 손가락을 울리며 푸른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용을 향해 마검을 겨누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고
씹는 담배가 그리웠지만, 이런 때 사치스러운 짓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이기기 위해 여기에 왔는 걸
게다가 신이 상대라고 해든, 죽는 것은 마찬가지겠지"
나는 녹룡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이제 거기에 무예는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