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8장 영웅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89화 - 인간왕 -

개성공단 2021. 5. 2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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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교군
산 자와 죽은 자가 일어선 병사를 합친 군세
선행군과 합치면 총 10만이 넘는 병사
하지만 그 중에 마성과 죽은 자가 부활한 자는 얼마나 될까

이것을 제대로 인류군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호칭을 부여해야 하는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대의 신인 아르티아가 그들을 인류의 주군으로 정하고
그들에게야말로 왕권을 주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언뜻 보기에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동화로 따진다면 훌륭한 영웅담일지도 모른다

갈라이스트 왕도는 마의 수렁에 빠졌다
거인과 용, 정령까지 꺾은 대악은 권능을 떨치고
국가의 중추에 마성은 가득 차버릴 것이다

그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과거에 죽었을 영웅들이 다시 깨어나 무기를 들었다



뇌광의 용사, 초월자인 인간왕, 백은의 대영웅
이들은 인류의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도 모자라
아주 그냥 찬란한 빛을 남길 것이다

영웅들과 성녀
그 수호자들이 함께 싸우는 모습은 하나의 동화

영웅들과 성녀 그리고 성녀 수호자들이
지금 운명에 맞서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메디크! 야, 메디크! 이 멍청아!"



마녀 바로누스는 스스로 파괴한 두 눈동자를 주위에 돌려
시야가 아닌 자신이 가진 마력과 그림자를 들고, 자신의 주인를 찾았다
고함치는 모습은 주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포나 맹우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 같기도 했다

인간왕 메디크는 이 시대의 인간들이 보기에도
머리 하나를 뛰어넘는 장신의 큰 남자다
가는 곳마다 약간의 소동을 계속 일으키므로 잘 눈에 띄었다
그가 이 진지에 머무르고 있다면
그렇게까지 계속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바로누스도 그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었... 정확하게는 믿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눈을 떠버린 그였고
천년의 시간을 영혼만으로 보낸 그 왕이
생전처럼 난폭한 짓을 할 거라고 말이다...



"인간 한 명 관리 못하는가요, 바로누스"


"닥쳐, 너랑 얘기할 시간 따윈 없어
영혼을 되돌리는 손재주에는 감탄하긴 했지만 말야"




푸른 머리카락을 흔들며
수호자 질루이는 잔소리라도 하듯
바로누스 옆에서 두 팔짱을 꼈다

바로누스는 질루이을 내려다보며
빛조차 거의 받지 못하게 된 눈동자를 가늘게 찡그렸다
실제로 질루이를 파악하는 것은 마력을 포함한 다른 감각이였다




"아무튼 너 말야, 메디크 봤어?"


"그에게 육체를 준 이상
인간왕은 더 이상 저의 관할이 아닙니다
게다가, 기분 나쁘니까, 내려다보지 말아주시겠어요?"




수호자 질루이 히노는 예전의 장성한 여성의 몸매에서
열 살 정도 된 어린이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눈가의 험난함은 얇아지고 어림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 신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저 영혼만의 존재로 큰 몸을 재현하는 것보다
아이의 모습이 더 나았을 뿐이다

물론 바로누스도 그 점은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아르티아와 영웅 수호자들을 눈여겨보는
질루이가 메디크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
그렇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 녀석은 왕도로 먼저 간다더군
재미있지만 한가한 녀석이라니깐"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은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모종의 박력을 가진 사나이

눈이 번쩍 뜨이는 은색 눈은 분명 크고 사나워 보였다
똑바로 쳐다보면 그것만으로 목덜미에 물릴 것 같은 위용이 있었다
키는 인간왕 메디크 만큼은 아니지만
몸매는 어김없이 단련된 전사의 몸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남달랐다
마인인 질루이, 바로누스 보다는
여전히 엄청난 열량이 그에게 있었다

그는 물고 있던 담배를 익숙한 솜씨로
입가로 끌어들이며 한 숨을 쉬고 나서 말했다




"이봐, 이래뵈도 군인데 술이 너무 적지 않아? 담배도 말이야"


"규율을 무턱대고 어지럽히는 짓을 허락하진 않습니다"


"병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지금 이 때만은 즐겁게 해야지"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남자는 덧붙였다
질루이에 대한 말투에는
어딘지 적의조차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뇌광의 용사
대륙에 있어서의 첫 번째의 마수 재해를 억누른 주역이며
동세대에 견줄 자가 없었던 영웅
리처드 퍼밀리스의 전성기가 여기에 있었다

튕기는 뇌화와 같은 열량을 휘감아
허리춤에 찬 영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칼은
그의 손과 발의 연장처럼 보였다
마인 두 사람과 상대하여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이 있었다

질루이는 눈동자 속에 탁한 빛을 띠고 리처드를 보았지만
즉각 반응한 것은 바로누스 쪽이였다



"젠장할, 일단 그 바보는 왕도로 향한 건가
그렇다면 어떻게든 내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좋을 대로 하게 냅두죠
어짜피 그는 남의 말을 잘 듣는 성격이 아니잖아요"



맑은 목소리가 진중을 맴돌았다
질루이에 바로누스, 그리고 리처드까지 원래 주목받았지만
그녀의 출현으로 이 진지의 중심은 여기가 되어버렸다




"호방하며 웅장, 멈출 수 없는 자
마성 속에서 인간 국가를 이룩한
그런 위업의 대명사인 사람이잖아요
그렇다면 그는 그답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런 말씀을 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녀 알류에노의 말에 먼저 수긍한 사람은 리처드와 질루이였다
대성교도인 이들에게 성녀의 말씀은 대신하기 어려운 것
이를 거역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누스만은 일순간 알류에노에게
반항심 같은 것을 보인 뒤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그가 적과 싸우다 죽지는 않겠지만...
그는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과 조금 달라
아... 몹시 귀찮다고나 해야 할까나"




바로누스가 말을 가로채자, 알류에노가 말을 이었다
어느 쪽이든 군대로 인간왕 메디크를
쫓아다니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호국관이 선행군을 장악하려 합니다
그는 재주가 있으니까, 그 정도는 해낼 것입니다
그 다음은 아마 아멜라이츠 폐하와 저의 확보"




브래켄베리의 장성으로서의 재주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로이메츠 등 귀족과 발레리를 비롯한 장병들의 포섭
아마 그것도 별 탈 없이 진행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충돌은 머지않아 있을 것이겠지

직접 알류에노와 국왕을 거칠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무력을 배경으로 한 권력 찬탈 정도는
해낼 수 있는 기량이 그에게는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위한 준비를 계속하는 겁니다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상, 반드시 궁지는 찾아오기 마련
궁지를 한 번도 겪지 않은 자는 평범한 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궁지를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할 때, 비로소 영웅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





그 대장부는 당돌한 충격을 가지고 거기에 있었다
지면이 도려낼 정도의 기세로 창을 찔러
문장교 마차를 세우고 홀로 호위마차를 덮치려 하고 있었디




"원래는 왕도에 갈려 했건만, 이거 다행이잖아!
이렇게 마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을 만날 줄이야!
자, 거기 숨어 있지말고, 뛰쳐 나올 생각은 없나?"




그 행위도, 모습도, 언동도. 모든 것이 엉망
도저히 착실한 인간이 할 일이 아니였다
이것이 단순한 인간이라면, 그냥 미친 놈일텐데

문제는 그냥 미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였다




"샤드, 네가 말한게 저거였어?"



구릿빛 용 샤드랩트는
마차 안에서 그 대장부를 보고 나서 중얼거렸다
단어 하나 하나에 기묘한 실감과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눈치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저건 분명히 인간왕이야"


"그런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도 반쯤은 확신이 있었다
분명히 보통 인간과는 다른, 그렇다고 마인과도 또 다른 기색
단지 인간인 채로, 방대한 열량을 가지고 있는 것

역사 속의 영웅... 인간왕 메디크
이야기 속에서밖에 듣지 못했던 인물이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한 번 자신에게 물어 보았지만
곧바로 대답은 돌아왔다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나는 장갑을 다시 끼면서 말했다




"마티아, 먼저 협상장까지 가줘
카리아도 이들의 호휘를 부탁할게
곧 따라잡을테니까 말이야
샤드는 알아서 도망가든 말도록 해"


"어이, 네놈..."




나는 마검을 허리춤에 차고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등에 카리아의 목소리가 걸렸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눈바닥에 발을 들여놓았다

카리아도, 잘못하면 마티아도
나를 말려줄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티아에게는 이 후의
구왕국과의 교섭을 성립시키는 역할이 있었고
카리아도 호위로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샤드는 인간 왕과 정면으로 대립할 마음은 없을 것이고
레우로 하여금 그런 역할을 맡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원래 있던
기마대의 호위로는 전원이 살해될 수 있다

요컨대, 내가 나가는 것이 가장 마무리가 좋다고 하는 것이였다
메디크가 마력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
피에르트 로부터 마음껏 마력을 받아 버린
나는 알기 쉬운 표적일 것이다

대장부... 인간왕 메디크는 창을 휙 돌려
어깨에 두면서 이쪽을 보았다




"호오, 난 너처럼 단순한 녀석이 좋아
아주 그냥 마음에 드는 군"




단순하다니, 모욕 아닌가?
원래 인간 자체가 단순한 생물일지도

나는 마검을 들고 인간왕을 바라보았다
왕이라 칭하기엔 그다지 호사스러운 모습은 아니였다
오히려 낡은 의상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처럼까지 보였다
갑옷을 입지 않은 것은 적에게 상처를 입는
일이 없다는 자부심의 발로일까

전율이 등골에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역사 속의 영웅이 있다
그것은 두려움과 동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저림이었다

인간은 한 번쯤 역사 속 인물에 대해 생각해본다
때때로 동경하고 모방하기까지 할 정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인 줄 알면서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 이 때, 내 앞에 역사가 있었다
인간 역사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는 것이였다




"이름을 대지, 나는 메디크
이제는 왕이 아니니까, 그냥 메디크다
네 이름을 들려주겠나?"




이름 하나에도 위풍당당
창을 두 손으로 든 모습은 신화 속 모습 그대로
나는 하얀 입김을 흘리고 나서 말했다




"루기스, 그냥 루기스다
가능하다면 옛날 이야기라도 듣고 싶은데
나에게도 동료가 있고, 도와주고 싶은 녀석도 있으니
네가 어디의 누구든 여기서 죽어주겠어?"





메디크의 긴 눈썹이 꿈틀하고 올라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정말 재미있다는 듯 입술을 치켜올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 이거 재미있군, 참으로 행운이야!
그래.... 루기스라고 했지...?
그럼 그 목을 받아가겠다... 대악 루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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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너무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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