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91화 - 전장의 성녀 -
"안 되겠어. 결말이 나지 않아
우리가 전선에 나서지 않으면,
이 싸움은 지고 말거야"
카리아가 눈 앞의 엘프의 배를 절단하며
문장교의 지휘관인, 마티아에게 향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는 장수의 신분입니다.
균율을 어지럽히는 일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후위도 중요한 지역이지 않습니까?"
마티아 일행이 배치되어 있던 곳은
전선에서 벗어난 후위에 불과했다.
아무리 협력자라고 해도,
역시 엘프측으로부터 신용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중요한 전선이나, 엘디스의 주위에 둘 수도 없고,
결론적으로 후방 지원을 명목으로,
후위 옆이라고 하는 이상한 위치에 발령을 받았다
이 위치에서는 전선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카리아는 마티아의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 전선을 유심히 보거라
아군 측의 깃발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 측의 전선이 기능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확실히, 마티아도 그 말에는 수긍할 수 있었다
최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마티아 일행의 전선에도
적병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공성전의 적병이 세어 나오지 않는 이상,
이 숫자는 불가능한 숫자였다.
마티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경험해 온 전쟁은 기껏해햐 소규모의 난전이였다.
마티아는 대규모 전투 지휘 경험 같은 것은 없었고,
어디까지나 글로 배운 지식 뿐 이였다.
갈루아마리아 공방전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지휘가
효과가 있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지휘 아래, 많은 기사들이 쓰려져 갔고,
잘만하면 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우위에 섰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마티아는 고민했다.
여기서 무턱대고 군사를 이동시킬 것인가
"당신의 명령이고 뭐고, 나는 갈거야
말린다면, 당신의 등을 쏘겠어"
고민하는 마티아와 카리아의 옆을 지나치듯,
피에르트는 망토를 흔들며 이미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녀의 등에서 마력으로 인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아직 피에르트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녀의 성격상
스스로 전선으로 가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런 생각에 이르렀을 때,
마티아의 머리를 찌르는 불쾌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박아넣었던 검을 통해서 보니까
지금, 그 남자의 상태가 위험해"
그 피에르트의 목소리에
그건 내 검인데, 하고 카리아가 덧붙였다.
역시나 인가
마티아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피에르트나 카리아가 예외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는
거의 다 그 남자가 관련됬을 때의 일이다.
그 남자가 누굴 말하는 건지는
일일히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협력자, 용자, 루기스가 아닐 리 없을 것이다.
방법은 모르지만, 지금 피에르트는 그의 상태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탐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 놈은 어떻게 하겠느냐?"
카리아의 짧게 묻는 소리가
마티아의 귀에 닿았다.
"네 놈들이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간다.
올 테면 따라오거라, 길은 열어주겠다"
카리아는 어딘가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
솔직히 마티아는 아직도 자신의 감정 속에서
루기스라는 존재를 잘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를 악인에게서 구해낸 생명의 은인이며,
동시에 나의 감정을 뒤흔드는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행동할 때는 이성과 타산아래 움직여야 한다고
그렇게 다짐 하는데도,
루기스에 대해서는 감정이 이것들을
모두 무시해버리도록 만들어버린다.
그 남자 하나 때문에
부대를 움직이는 것은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마티아는 부대와 함께 전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아냐, 그 남자 때문이 아니야
이건 카리아와 피에르트 라는 중요한 전력을
지키기 위한 타산에 불과한거야
성녀는 결코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성녀는 고귀한 신이나 마찬가지니까
루기스는 단지 협력자이자, 손님일 뿐이다.
특별히 문장교도 인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 행동은 결코 감정을 뒤흔든 것이 아닐야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군사를 헤치고
전선으로 들어서는 순간,
피에르트가 말한 것처럼 확실히 루기스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적장에게 목숨을 빼앗기려 하고 있었다
마티아는 그 광경을 본 순간,
굳었던 결의는 얼음 녹듯 사라졌고,
이성과 타산이라는 사슬은 가볍게 끊어져 버렸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카리아의 은빛 장검보다, 피에르트의 마력 보다
더 빨리 그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준비를 마친 궁병을 향해, 마티아는 말을 뱉었다
하늘을 가르는 듯한 큰 소리가 주위에 울러 퍼졌다
"쏴라! 우리의 동료 루기스를 구출하라!"
그렇게 전장에 성녀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루기스를 협력자도, 손님도 아닌
동료라고 칭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