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00화 - 탈출구 -
어둠 속에 불꽃이 튀었다
동시에 쇠와 쇠가 접합하는 소리가 나면서
누가봐도 어둠 속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예감케 했다.
여기애 있는 것은
고작 십수명 정도로 구성된, 두 병사의 무리였다.
그 두 무리가 이 왕궁의 탈출구인
지하도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었다
한쪽은 적의 수괴를 토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혁명군
한쪽은 자신의 주군을 지키겠다는 사력을 담은
라기아스 직속의 정예군 이였다
전쟁터라고 하기엔, 이 곳은 너무 작았다
어둠 속에서, 전장의 화려함 따위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눈동자에는
그 어느 때보다 열광이 가득했다.
자신의 손으로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자신의 손으로 이 역사의 흐름을 결정한다
그렇게 방금,
어둠 속에서 서로의 그림자가 사라져 갔다
수는 서로 소수였지만,
승기를 잡고 있는 것은 라기아스의 정예들이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엘디스의 병사들은 전선에 나가본 적도 없던 잡병.
정예롭게 선발된 라기아스의 병사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상대가 안되는 것이였다
그러나 적의 수괴가 눈앞에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작용했는지 몰라도,
혁명군 병사들도 힘이 부치는 것이 아니였다
일대일 승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적병을 들이받는다
마구잡이로 뒤 병사가 가기 위한
길을 터주면 된다고 하며 포효했다.
그 노도와 같은 기세에
라기아스 직속의 정예병들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런 엉터리 돌격을
결코 관철하려고 들지 않았다
라기아스의 정예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예감하며
혁명군을 하나하나 베어나갔다
이후 적은 얼마 되지 않았다
창에서 튀어나오는 은광이 어둠을 가르며 반짝였다
엘디스를 섬기는 병사의 목시 다시 뛰어올랐다
그렇게 마지막 혁명군의
목에 창이 꽂히며
라기아스의 정예병들은 승리를 맛보았다
정예병들이 가슴을 안도시키는 사이에
박힌 창을 빼러 갔던 한 정예병이
힘없이 스스로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 병사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죽은 적병의 그림자에서 번갯불이 치며
다시 피가 튀어오르는 광경이였다
*
나에 손에는 검이 쥐어져 있었고
적병의 손에는 창이 쥐어져 있었다
젠장 이것은 사거리가 안맞잖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놈들의 살을 도려내려면
나도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이거 진짜 곤란한 상황이 되버렸군
잘못하면 죽어버리겠는데?
그렇게 창에 힘을 준 순간...
"창을 거두라!
이 곳은 위대한 엘프가 지나는 길
피로 이 곳을 더럽힐 생각인가?"
지하에도에 큰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귓속에 감기는 듯한 목소리
영락없는 엘프 공주의 목소리였다.
물론, 단지 그것 뿐이였다.
환영인 엘디스에게는 사물을 만질 수도,
무언가에 간섭할 수도 없었다.
단지 목소리는 울리는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눈 앞에 있는
세 개의 창을 떨리게 했다.
그 하나는 경악의 표정을 내비쳤고,
다른 하나는 공주를 죽이면
승리가 내 손에 굴러온다며, 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루기스는 그 틈을 타서
떨고 있는 창을 밀어내고 검으로 병사 한명의
턱을 갈라내었다
다른 적병이 그 기습에 놀라서
창을 떨어뜨리자, 그것을 주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그 순간,
루기스는 허리를 비틀어서
왼손에 힘을 준 다음
고개를 숙인 그 병사의 머리통을 박살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머지 한명의 병사를 보는 순간
루기스의 몸은 좀 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너무 무리한 탓인가
전부 소진한 체력, 슬슬 다 떨어지는 정신력
그리고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오른팔...
이제 내 몸에 좋은 조건이란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내가 싸운 것 치고는 잘 싸운것 같았다
시야에는 나를 쳐죽이기 위한 적병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이제 끝 인가, 하는 와중에
주마등 처럼 카리아가 장검으로 찌르는
모습을 기억해냈다
이것을 찌른다 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왼손으로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나에게 다가오는 적병에게 날렸다
그 단검은 적병에 입안에 명중했고
그 적병은 피를 흩날리며, 지하도에 쓰러졌다
그렇게 싸움은 끝났다.
루기스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려는 사이에
갑자기 이상한 웃음소리가 나오는 것을 들었다.
내 것도, 엘디스의 웃음소리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지하도에 살아있는 단 한 명...
"역시 나의 조카야
많이 성장했구나, 허허허"
"...오랜만이군요, 숙부님"
깊은 주름을 일그러뜨리는 미소와
쉰 웃음 소리는
틀림없는 적의 수괴
핀 라기아스의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