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0화 - 술집의 결투 -

개성공단 2020. 2. 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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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오른쪽 어캐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찌르기 였다.

이것을 피하는 것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 일격을 날리고 있다. 나는 주위를 배회하면서, 한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술집에서의 결투 규칙은 단순하다. 한 쪽이 피를 흘릴 때까지 결판을 내는 것이다

서로 목숨을 빼앗지 않는, 신사적인 룰이라는 것이다.

 

카리아 버드닉의 은빛 장검, 내가 마수에게 썼던 두 개의 짧은 나이프

이 두 무기의 차이는 어느 정도 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이 쪽이 압도적으로 불하다

 

 

'키이이이잉'

 

 

은색의 장검이 하늘을 가르는 소리를 내고, 궤적을 구리면서 다시금 내게 다가 왔다. 

짧은 나이프로는 멀리서는 그녀와 상대할 수가 없다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승기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은빛의 장검은 끈임없이 찌르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러한 찌르기에 경악하는 바람에, 더 이상 한 걸음도 나갈 수가 없었다.

만약 이 참격에 당한다면, 치명상까진 아니겠지만 어느정도의 상처는 입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녀는 나를 부려먹을 것이고, 미래는 변하지 않을 테고, 내가 지나갔던 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위협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 쪽이 수고를 안내게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이였다.

적을 물리치고 짓밟기 위해서는 연격이 좋고, 또한 그녀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상식 이였다.

 

그동안 집요하게 몸통을 훼손하려고 했던 은빛의 장검이 손목을 표적으로 삼았다.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칼을 튕겨냈지만, 너무 무리한 움직임 이였다.

이 여자... 이런 잔재주도 부릴 수 있었나

 

*

 

리처드라고 불리는 노장은 턱밑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런가? 이제 끝인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카리아 버드닉은 약간 거칠어지기 시작한 호흡을 보이지 않으려고, 느릿하게 숨을 몰아쉬려고 애쓰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유리한 점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이봐 이봐 좀 참아달라고... 나도 그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고"

 

루기스가 도발하는 것 같은, 또는 부탁하는 듯한 목소리는 술집에서 고요하게 울렸다

 

주변 분위기는 당초 축제의 분위기에서 두 사람의 공방을 숨죽여 지켜보는 모습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승부는 루기스가 겨우 두 합 정도 버텨보고 패배할 것으로 예상 했던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견습이라고는 하지만, 기사는 기사다

그런 상대를 루기스는 두개의 단검으로 셀 수없이 장검을 상대로 맞서고 있던 것이다.

한번이라면 우연, 두번이라면 기적 이였지만, 세번 이상을 버틴 다는 것은 확실한 실력 이였던 것이였다.

 

리처드는 자신이 이 곳을 떠나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속으로 갸우뚱하며, 

재미있다는 듯이 이를 드러내 웃으며, 제자의 모습을 보며 목을 까딱 거렸다.

 

물론 그에게 있어서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좋고, 이용 가치가 있는지 없는 지만 판단하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루기스는 미끼에 사용 될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키이이잉'

 

카리아 버드닉은 갑옷 입은 기사를 반갈죽 할 것처럼 위에서 내리치는 일격을 하였고

나의 짧은 칼은 도저히 그 은빛 장검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칼은 손잡이 부터 부서지고 가까운 테이블로 꽂혀 버렸다.

이제 끝 인가, 나머지 한 쪽 칼로서는 완벽한 연격을 앞에 두고 피할 수도 없다

 

리처드는 여기까지인가 생각하고 시합을 중지 시키려고 했다

잘못하면 저 기사가 루기스를 죽여버릴 지도 모르며, 아직 루기스는 이용 가치가 있다

그런 그를 그냥 죽이는 것은, 리처드도 정말 아까운 것이 였기에

승부가 났다고 이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이였다. 그렇기만 한다면 이 짧고, 본래 보다 훨씬 길었던 전투는 끝나게 되었다.

 

하지만 리처드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

 

기묘한 광경 이였다. 녹색 옷이 조금 찢어진 루기스는 옆구리로 다가오는 참격을 나머지 한 쪽 칼로 물리쳤다

 

이러한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악' 그 자체 였다.

마치 오래동안 단련된 산물 같은 움직임, 카리아 버드닉이라는 저 기사의 기술을 속속 꿰뚫고 있었는 듯

그녀의 표정도 그 순간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의 거리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결투가 시작된 이래, 둘의 거리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지만, 방금 그 순간의 공격으로 형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루기스는 이 흐름에 맞춰 그녀의 어깻죽지를 베듯이 칼으로 선을 그렸다

그 궤도는 정말 훌륭했고, 상대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카리아 버드닉도 무너질 인간은 아니였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티기 시작했다.

 

카리아는 당황하면서도, 재차 상대를 정확히 공격하려고 집중했다. 그 근력과 정신은 틀림없이 나날의 단련과 그녀의 재능에 의해 길러진 것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 이였다면, 칼의 궤도에 겁을 먹은 채, 때를 맞추려다 피하지 못한 채 잘려나갈 것이다

 

단검이 조금 궤도를 바꿔 버드닉의 목덜미로 향하고, 동시에 장검이 비틀어서 루기스의 어깨로 향했다

 

그렇게 우열도, 궁합도, 강약도 아무것도 없이 오직 인과에 의해 그 승패가 가려지려고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결투의 끝을 알리는 리처드의 목소리가 술집의 고요 속에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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