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06화 - 도마에 오른 고기 -
대성벽 내에 존재하는 작전실
이곳이 이번 회의장이였다.
자리에는 문장교도의 우두머리, 마티아
그 측근, 라르그도안
주위에는 문장교도의 주요 인물들과
카리아, 피에르트, 내가 앉아있었고
가자리아의 사자가 찾아왔다
"뭐야, 루기스
내 얼굴을 잊어버린거야?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귀청을 찢는 듯한 목소리가
회의장을 울렸다.
나 뿐만 아니라
이 회의장에 참석한 모든 인간이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가자리아에서 온 사신은 바로
다름아닌, 엘프의 여왕, 엘디스 였다.
물론, 몸을 이끌고 온 것은 아니였고
그녀의 환영술을 이용해, 여기에 참석한 것이였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거리가 꽤 멀텐데...
이거 참 놀랍군
어찌보면 더 나은 선택이긴 했다.
여러번 사신을 주고받는 일은
너무 번거로울 수도 있었다
그러든 말든 카리아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고,
내 어깨에 기대며, 몸을 흔들었다.
사신이 각국을 오가다가
암살을 당할 수도 있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엘디스의 환영술은 어느 정도
장점이 부여되어 있었다.
"핀께서 직접 참석해주시다니
저희로서는 매우 영광입니다"
마티아가 공손히 예를 올리며 말을 고했다.
그 자세는 매우 좋아보였다.
예를 받은 엘디스도 역시 답례로
입술에 미소를 띠우며, 예를 표했다.
"성녀 마티아님, 우리 가자리아는
문장교의 도움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너무 딱딱하게 대해 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예의를 잃지 않을 정도의 엘디스의 명량함에
실내의 긴장이 천천히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안이나 주위 문장교의 대표자들은
우리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회의는 빨리 시작했으면 했다.
나는 도대체 왜 참석했는지가 의문이였다.
말단으로 앉아서, 내가 참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무심코 팔꿈치를 탁자에 붙이면서
눈을 가늘게 뜨다가,
나도 모르게 엘디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언짢은 듯 일그러졌다
"네놈 거기서 뭐하는 것이냐, 어서 이리오도록"
젠장, 뭐라는 거야?
엘디스의 당돌한 말에
주위의 사람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모습 이였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쳐다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나였다.
주위의 시선이 조금씩 나에게로 모여들었다.
"...루기스 자네 말이야
너는 나의 기사잖아.
그렇다면 주군에 옆에 서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야?"
엘디스가 초조한 듯이 말했다.
나는 공기가 질량을 갖는다는 것을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알 수 있었다
그것보다는 왼팔에 감긴 카리아의 팔과
오른쪽 어깨에 얹힌 피에르트의 손이
서로 옥죄듯 통각을 전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자..잠깐, 이거 잘못하다간 부러지겠어
시선을 슬쩍 움직이면서
주위의 상태를 모두 엿보았다.
카리아는 이쪽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활짝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냉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피에르트는 검은 눈동자를 짙어가면서
나의 어깨를 꽉 쥐기 시작했다.
주위에 존재하는 눈동자들은
모두 이쪽을 향하고 있었고,
성녀 마티아 조차 눈빛을 강화해
마치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듯 했다.
이제 그만 쳐다봤으면 하는데...
몇 초 동안 그 상황이 유지됬기에
나는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입을 열었다
"아니... 뭐....이건... 오해...."
"그래? 어디 해명이나 들어나 보자꾸나"
입은 열린 순간, 강제로 닫히게 되어버렸다
카리아가 만면의 미소를 보여주며
나의 말꼬리를 조금씩 잡아먹어 갔다.
분명, 내면에는 흉악함을 품고 있겠지
무거운 공기가 한층 더 나를 압박해나갔다
그러고보니 과거 구세의 여행 멤버
대부분이 모이다니...
이것 때문에
나를 더 짓누르는 기분이 들게 하는 걸까?
"....어, 일단 시간도 가고 있으니까
회의부터 진행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를 바라보던 시선들이
진행자인 라르그도 안에게 돌아갔다.
안의 어깨가 솟구치며,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글쎄요, 핀 엘디스, 일단 회의부터 할까요?"
마티아가 안의 말을 이어붙이며 엘디스에게 말했다.
엘디스도 한쪽 눈을 치켜드며 끄덕였다.
그 말을 계기로 회의장의 공기는
조금씩 완화되어 가는 듯 했다.
반면 나의 왼쪽 팔과 오른쪽 어깨의 압박은
전혀 풀리지 않앗고
오히려 압박이 더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러다 진짜 부러진다니까!?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이번에 엘프의 국가인 가자리아와
우리 문장교도 사이에
무사히 동맹이 체결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 합니다.
자, 이제 세부적인 첫번째 사항을
의제로 내걸겠습니다"
안의 말을 시작으로
동맹 간 회의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