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6장 성녀 마티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0화 - 옳음과 그름

개성공단 2020. 3. 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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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은 돈이 많거나, 강한 자에겐

무언가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부유한 자는 부유하기 때문에

틈이 좀처럼 생기지 않기 때문이였다.

 

그들은 오히려 오늘만을 살아가는

가난한 자들만을 바라보며 

사기를 행한다.

 

여하튼 살며시 손을 내밀어서,

달콤한 유혹을 조금이라도 속삭여주면,

가난한 자들은 악마의 손에도 키스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사기꾼들은

마음대로 그들의 재산을 털어내고

자신들의 노예로 까지 삼아버린다.

 

그러므로 사람이 약해졌을 때, 

거는 목소리야말로

한번 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나는 그런것을 경험해왔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우리 문장교는

손을 내미는 강자인가, 

그 손을 받는 약자인가?

 

"저희 도시국가 베르페인은 

성벽도시 갈루아마리아와 마찬가지로

문장교의 비호를 받고..."

 

의례의 냄새를 감싼 말은 아무래도 뜻을 알기 어려웠다.

말하기도 듣기도 어려운데, 왜 다들 즐겨 쓰려는가?

 

나는 말석에서 담배를 씹으며

작게 숨을 내쉬며, 길게 말하는

사자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베르페인에서 온 사자가

갈루아마리아의 땅을 밟은 것은

마침 회의가 그 냉랭한 공기를 견디지

못한 때였다.

 

갑자기 작전실로 뛰어든 전령이 없었다면

적어도 내 왼팔은 카리아에 의해 부러졌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자는 어떤 의미에서

나에게는 구원의 사자이긴 했다.

 

사자를 낸 상대는 도시국가 베르페인

갈루아마리아와 마찬가지로 도시 단위로

독립을 유지하고 있는 자립지역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도시이며,

갈루아마리아와의 교역도 활발했을 것이다.

상업도시의 특색인 강한 갈루아마리아가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베르페인은 다른 의미로 발전하고 있었다.

 

갈루아마리아가 상업이라는 역할을 했었다면,

베르페인은 군사력이라는 역할...

즉, 용병도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분명 그 군사력이라는 면에서 보면

도시국가 중에서도 앞선 군사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도시가 지금

우리 세력 하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고 있다

 

나는 사자가 무릎을 꿇고 방을 떠날때 까지

귀찮은 듯한 얼굴로 담배 향기를 맡고 있었다.

 

사자가 떠난 후, 다시 실내에 기묘한 정적이 찾아왔다

이번 침묵은 어색함이 아닌,

누가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해서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이였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마티아가 양피지를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국가가 발행하는 공문서와 다르지 않습니다.

베르페인의 마법도장도 새겨져 있습니다."

 

마법 도장은 틀림없이 공문서의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상류층간끼리 사용하는 것이 밀랍 도장이였다면,

마법 도장은 국가끼리 주고받는데 사용되는 증거였다.

 

국가마다 도장을 정하고 있으며,

도장이 찍힌 문장은 무엇이든 국가가 보증했다.

그 내용이 터무니 없든, 먼 과거의 것이든

자기 나라의 마법 도장이 새겨져 있었다면

국가는 그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만약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그 신용을 한꺼번에 하락시키고 만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국가간 교역도 할 수 없고

상인들도 나라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마법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신용을 상대방에게 던지는 행위다

 

성녀는 이 문서가 진짜라고 했기에

적어도 이 마법도장은 진짜일 것이다.

 

대체로 회의 의제조차 꽉 막혀 있던 상황에서

이런 폭탄 같은 편지를 던져 준다면

누구라도 혼란에 빠질 것이다.

 

흘끗, 눈 가장자리에서 흔들리는 검은 머리를 쳐다봤다

피에르트가 살짝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과거 여행때도

모두가 의견을 좋은 방법을 내지 못해서

주위가 정적에 흽싸이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의견을 내도,

수용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럴 때마다, 

제일 먼저 머리를 움직인 것은

천재인 피에르트였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냉정하게, 정확한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것을 기대하고

시선을 피에르트로 향했다.

그것은 의식적이기보다는, 과거의 습관이

아직 살아 있음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피에르트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이상한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잠깐만, 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 어떡해?

 

아무래도 의도를 헤아리지 못하는 듯한

피에르트에게 작은 목소리로 그 취지를 전했다

지금 어떻게 하는 것이 낫겠냐고

 

피에르트는 순간 무슨 소리냐는 듯

눈망울을 굴리며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모든 것은 루기스의 뜻대로 따를거야"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녀의 자유지만

역으로 나에게 의견을 구한다면, 곤란하다고

 

나의 의아한 표정은 읽은 피에르트는

어딘지 질린 듯 뺨을 무너뜨리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짜피 내 말 따위 안들을꺼잖아?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높은 곳에 올라가 버리는 아이처럼 말야"

 

과연, 그 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씹는 담배를 이빨로 세게 물어뜯었다

 

어떻게 보면 틀린말은 아니였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영웅 되는 사람의 말을

잘 따라야만,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내팽겨치고

언제나 목숨을 담배로 걸며

무모함을 친구로 삼아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였다.

 

피에르트는 내가 눈을 내리까는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내지으며, 입술을 열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루기스

나에게 있어서 무엇이 올바른가 틀린가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어.

당신이 옳다고 하면, 나도 올바르다고 할 뿐이야

하지만..."

 

피에르트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내 귓가에 대며 한 박자 쉬며 말했다

 

"내가 너의 무엇인지 말해줄래?"

 

그 목소리는 마치 묘한 요염함과

끝없는 감정의 웅덩이를 갖는 듯 보였다.

 

이런 질문은 뭐라고 대답행냐 옳을까?

좀 처럼 돌리지 않았던 머리를 

오랜만에 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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