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6장 성녀 마티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14화 - 관리자 -

개성공단 2020. 3. 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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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마티아님? 냉정하게 행동해주세요"

 

냉정하게, 라르그도 안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에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냉정해져라, 그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였다

 

그녀는 항상 냉정함을 빠뜨린 적이 없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티아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거울을 산산조각 낸 오른손을 가볍게 벌렸다

 

"저는 괜챃습니다.

안,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 남자가 갈루아마리아에서 나간 지

얼마나 됬는 지 알고 있습니까?"

 

마티아의 오른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표정과 가슴속에 냉정을 유지하려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안은 마티아의 오른손에서 거울조각을 빼낸 뒤

공손한 손으로 붕대를 감으며 입을 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밤중에 나간 것 뿐이란 것만...

성녀 마티아님, 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안은 당신 답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고,

마티아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루기스가 밤 늦게 이곳을 떠나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보고를 받는 순간

자신의 오른손이 거울을 향한 것이였다.

 

그 광경을 본 순간, 마티아는 깨닫고 말았다.

 

자신의 이성이 냉정을 유지하고,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

거울을 파괴시키는 짓을 했다는 것을

 

이런 일은 당연히 처음이였다

내가 나의 감정을 주체 못하다니

 

"아직 안돌아왔다고 해도

어디선가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안, 그런 낙관적인 생각은 버리세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짐승과도 같습니다"

 

붕대를 촘촘히 감고 응급처치를 끝낸

안이 내뱉은 말을 마티아가 끊듯이 말했다.

 

"그가 이때 사라졌다면, 

그 행선지는 분명히 이 곳 일겁니다"

 

그러면서 탁상에 놓인 지도를

마티아는 무사한 왼손으로 가리켰다

 

그 곳은 용병도시 베르페인

지금 갈루아마리아에 동맹을 제안한 도시였다

 

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도와 마티아를 번갈아보면서

무슨 근거라도 있냐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안의 곤혹을 떠나서

이제 마티아에게 루기스가

베르페인으로 행했다든 것은 거의

확정된 사실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것을 암시하는 장면은 여러번 있었다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어야 적성이 풀리는 그가

베르페인과의 동맹 반대를 주장한더단가,

평소 보지 않던 책을 읽던가 말이였다.

 

마티아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자기 자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루기스라는 인간은

사람이 하는 말 따위는

전혀 듣지 않는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지말라고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지르고 만 것이다.

 

마티아는 그딴 인간과 협력하고 있다는게

기가 막힌 듯, 여러번 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리니

안이 불안한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을 진정시키듯 느슨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 당신에게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문장교도의 지령자로서의 명령이니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세요"

마티아의 입에서 말이 매끄럽게 나왔고,

안은 다시 평소의 표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안은 좋은 측근이다.

자기가 이런 꼴을 보여도, 잘 따라와주니

 

"베르페인 전략을 수정하겠습니다

당장 베르페인 사자와의 회담을 조정해주세요"

 

안은 순간 의문을 품는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뛰쳐나갔다

 

할 일이 태산이였다.

벨페인과의 조정 뿐만 아니라,

갈루아마리아의 민심 장악, 

몇몇 구조의 복원도 필요했다.

정말이지 안에게는 조만간 보답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홀로 남은 집무실에서

마티아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루기스... 당신 같은 남자는

자신 또한 관리하지 못하는군요"

 

루기스라는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성도, 지위도, 영예도 아니다.

 

그를 관리할 관리자가 필요한 것이다.

 

카리아 버드닉으로는 안된다.

그녀는 단지 루기스의 기세를 가속시킬 뿐이고,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도 마찬가지다.

그녀도 루기스가 폭주하게 만들 뿐이였다.

 

올바르고 선한 일로 인도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그를 행동시키는

그런 생활 전체를 관리하는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

 

이번 건으로 나는 깨달았다

그 남자는 눈을 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문장교도에서도 영향력이 커저버렷기에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였다

 

아, 내가 계속 수고 할 수 밖에 없나

 

마티아, 성녀라고 불리는 자

그녀는 분명 온화하고 인자한 자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미소는

뭐라고 할까... 영락없는 아름다움?

 

마치 모든 것을 감싸는 성녀와 같은 것이 아닌,

마성의 것이라도 되는 아름다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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