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6장 성녀 마티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0화 - 우연한 재회 -

개성공단 2020. 3. 16. 11:29
반응형

보검이 보라색 선을 그리면서

브루더의 피부를 한가죽 뜯어내고 멈춘..

아니,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브루더의 손목에 있던 바늘이

나의 가슴팍을 살짝 뚫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한발짝만 더 내딛이면,

서로의 생명을 앗아갔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모두, 무기를 내려 놓아라

그것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공기를 무겁게 하는

중량감 있는 목소리가 뒷골목에 울렸다

 

그것은 틀림없이 이쪽을 향한 

목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등골을 내리치는 듯한 목소리는

일찍이 들었던 강철공주 베스타리느의 것이였다.

 

여기서 그녀의 눈에 들었다간 안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내가 베르페인에서 뭘 하든

그녀의 감시가 따라다니게 될 것이다.

 

여기서 더 이상 무기를 드는 것은

현명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선택지였다.

 

"너희들은 용병인가, 아니면 부랑자인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여기서 그녀에게 해야할 것은

방금 할 말의 대답이 아니라

다시는 무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고

엎드려서 맹세해야 할 것이였다

 

강철공주는 영주의 외동딸, 상류층의 인간이며

나와 브루더는 저열한 서민이였다.

 

그러고보니, 이전에 베르페인에 왔을때도,

같은 일이 있었고,

이때 그녀의 냉철함과 모멸의 시선은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브루더와 시선을 맞추며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손에 있던 무기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좋아요, 이제는 서로 소란을 피우지 않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부랑자 취급을 받게 될테니"

 

나는 굴욕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치욕감에 몸이 얼고 말았다

 

나는 두번다시 이런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이런 한 도시의

영주의 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니...

 

강철공주의 마수가

고개를 돌리며 뒷골목으로 돌아서는 순간

 

"말 위에서 잘난체 하는군"

"철신병자 새끼..."

 

두 사람의 말이 겹쳤다.

말투는 서로 달랐지만, 

그 말투에 포함된 열기만은 다름이 없었다

 

나와 그리고 옆에서 벌떡 일어난

브루더의 목소리였다.

결코 큰 목소리는 아니였지만,

강철공주에게 들릴만큼 명료한 목소리였다.

 

강철공주는 등을 꿈뜰하며

고개를 이쪽으로 돌아보았다

 

그리고 항상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녀가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들의 얼굴은 잘 기억했습니다

다시는 이 곳에서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들의 말을 받아넘기는 것도 아니고

단지 씹어 으깨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유유히 뒷골목을 빠져나갔다.

 

아 미친....

 

 

 

 

*

 

 

 

 

"아까 나보고 어리석다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너도 상당히 바보잖아, 하하하"

 

나는 브루더가 근거지로 삼고 있는

싸구려 여인숙으로 초대를 받고 왔다

 

아까는 서로 생명을 노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한 방에서 숨을 쉬고 있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이것을 동병상련이라고 하는 걸까

어찌됐든, 지금은 서로, 이 도시의 지배자인

강철공주에게 찍힌 상태가 되어버렸다

 

평볌하게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강철공주를 따르는 용병에게

목숨을 노려질지도 모르는 것이였다.

 

"아아, 나도 잘 알고말고

나도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뭐, 확실히 좋은 행동은 아니였지만

하지만 싫지는 않은 걸

나쁜 말은 아니였어"

 

브루더는 순진한 듯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에는 의자가 없었고

가구다운 것은 테이블과 

삐걱거리는 침대 뿐이였다.

브루더는 침대에 걸터 앉으며

값싼 양주를 술잔에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나는 그 정적을 깨고자 입을 열었다

 

"브루더, 당신이 아직 이 도시에 계속 있을 거라면

저번에 말한대로 당신을 용병으로 고용하고 싶어"

 

브루더는 꺼억, 트림을 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의뢰 내용은, 

베르페인의 양륜(両輪) 중에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

 

브루더의 가늘어진 눈동자가 움찔하며 흔들렸다

그는 분명 동요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가 할 말을 알고 있다.

약간의 기복이 있더라도 

그의 마음은 뻔할 것이다.

 

나의 옛 친구 브루더

그가 베르페인에 머무르는 이유는

나의 생각과 그대로 일치하고 있었으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