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6장 성녀 마티아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22화 - 기둥이 되는 자 -

개성공단 2020. 3. 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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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여자가 여기에...

 

눈동자를 깜빡이며

어깨를 움직이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나의 뇌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말은 계속 떠올랐지만

목은 전혀 소리를 내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목을 쉬려고 해도

입술에서는 오직 한숨만 새어나왔다

 

결국 집창촌에서 

그대로 서서 이야기 할 수도 없었기에

약간 인적이 없는 거리를

마티아와 함께 걸었다

 

"제가 여기 나타나서

상당히 당황한 얼굴이군요"

 

마티아는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속삭였다

 

곁눈으로 보이는 마티아의 모습은

남장 미인처럼 보였다.

긴 머리카락을 추스리고

남자의 옷차림을 입으며, 

날카로운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면

그 인상이 잔잔하기보단 가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카리아처럼 겉으로 드러낸게 아닌

안에서 배어 나오는 것 같은 것이였다.

 

"당신은 너무 튄 행동을 하는군요

어제는 실질적인 지배자에게 맞섰다죠?

어리석음은 때로는 빛을 발하지만,

대부분은 그 목숨을 깎는 법입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였다

나도 자신을 현자라고 생각하기 보단

어리석다고 생각한 기억이 많았다

 

그리고 이 베르페인에서

강철공주를 거역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의 기억에도 남을 것이다

특히 나 같은 외지인라면 더더욱...

 

이것 때문에 성녀가 온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난 바보같은 짓을 해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한번 그 강철공주의 업신여김을 떠오르니

나로서는 오히려 그 정도의 말로 끝마친 것을

칭찬해 주었으면 하는 기분이였다.

 

"정보 수집을 위한 잠복이라는

변명은 듣지 않겠습니다

탐색은 저에게도 자신 있고

이미 이 곳에 잠복한 동지들도 여럿 있습니다"

 

마티아는 나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종일관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표정을 보니

과연 성녀란 칭호가 걸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녀와 맨 처음 지하신전에서 봤듯이

때로은 위험을 피해 몸을 숨길 때도 있지만,

목적을 위해서

적진 한가운데에 잡입하다니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강인한 인간이였다.

육체라는 의미가 아닌,

그 정신의 근본이 부러지지 않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역경과 땅 밑바닥에 있더라도

그녀는 더럽고 때묻지 않은 고결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더러워진 나에게는

이것만은 도저히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틀림없이 마티아만의 특성일 것이다.

 

아무튼 그건 일단 상관없다

 

그녀가 내가 있는 곳을 알게된 이유는 납득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어째서 여기에 왔냐는 것이다.

 

"...정무는 안에게 내동댕이치고 온거야?"

 

나는 뭐라고 말을 꺼낼지 망설이다가

억지로 그 말을 꺼냈다

 

왜 여기에 있느냐고

똑바로 묻기가 머뭇거렸기 때문이였다.

그보다도 그렇게 물으면

무슨 말이 돌아올지 아는 것도

큰 이유이기도 했다.

 

"걱정마세요, 안과 저의 측근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능하지 않으니까요"

 

그것만은 나도 인정했다.

안이 마티아의 일을 해내는 모습은

어딘가 악마처럼 보였다.

 

그리고 대화하면서 깨닫은 거지만,

성녀 마티아는 질문을 받으면서

주위 사정을 대부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하나를 들으면 백에는 못 미쳐도

구십구까지 알 수 있는 엄청난 능력 같았다

그것이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였고

통치자로서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마티아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됬다

어떤 천재가 모여도 당해낼 수 없는 그녀가

지금 여기 적진 한가운데에 있었다

 

지금의 문장교라는 조직은

마티아라는 지주를 잃고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것은 틀림없다

여기 베르페인에서 그녀에게 만일의 일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당신은 여기에 있어서는 안돼

...라는 표정을 짓고 있내요"

 

마티아는 나의 마음을 단번에 이해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반대로 물어볼께요

당신은 어째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여기에 온거죠?"

 

이렇게 되물을까봐

목구멍에서 말이 안나왔던 것이다

 

카리아에게도, 피에르트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고 증명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그런 바보 같은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따돌리듯 시선을 굴리며 억지로 말을 굴렸다

 

"...나랑 너랑은 지위가 다를텐데...

나 따위는 죽어도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하지만 말야..."

 

그렇다, 나 말고 대체자는 여럿 있다

 

나란 존재는 문장교에게 그냥 손님과도 같은 것

이 존재가 죽든 말든 대세에 영향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마티아는 특별하다.

그 존재가 사라지면

더 이상 문장교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늘 계산 많은 그녀가 그런 걸 모를 리 없을 것인데

 

"아닙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나의 말을,

마티아는 그 자리에서 바로 끊으며

이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그 강한 몸을 찌르는 듯한 시선에

나는 무심코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억지로 피하고 있을 시선이,

빨려들 듯이 마티아의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큰 길에서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마티아는 눈동자를 겹치면서 마주보았다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거리를 가깝게한 가운데,

마티아는 마치 속삭이듯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복음전쟁은 끝날 것입니다.

하지만, 루기스

당신이 죽어도 이 전쟁은 계속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건 또 뭔 소린가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진지하다고 생각되는 말투에 의해

나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하면 좋은 것인지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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