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5화 - 그녀의 의뢰와 그의 조건 -

개성공단 2020. 2. 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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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은 마치 장마철의 하늘 같구나"

 

카리아가 나를 노려 보며 말했다.

 

가르간티의 상공길드에 비치된 술집에서 에일로 입술을 적시며

그녀는 맛이 없다며 얼굴을 일그러 뜨리며 말했다.

최상의 길드 답게 술집도 훌륭했는데, 토사물은 물론이요, 쓰레기 하나 바닥에 나뒹굴지 않았다.

청결감을 유지한 곳에서 술을 즐기며, 다음 일에 대한 기력을 기르는 곳.

과연 일류 길드의 일류 술집이라 할 만 했다.

 

적어도 예전에 내가 다니던 술집 하고는 술 맛도 월등히 좋아 보이는 것 같은데..

기사 계급의 혀라고 하는 것은, 서민에 비해서 상당히 사치스러운 것 같아 보인다.

 

"마치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화약고라고 해야 할까나

네놈은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말이다. 내가 얼마나 애가 타는지 아느냐?"

 

단기로 대형 마수에 닥돌하는 당신보단 낫다고 되받아치자

그녀는 정곡을 찔린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카리아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라르그도안에게 물었다

 

"네 놈은 이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의자에 앉은 채 나무통에서 조금씩 새는 물에 혀를 갖다 대고 있던 라르그도안은

조금 궁리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영웅이라는 존재를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어찌 알겠습니까?

남다른 가치관과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답변은 가벼워 보였지만

우회적으로 나의 행동이 엉뚱해 보인다고 하는 가시를 띠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카리아도 그 말의 뜻을 알아먹은 듯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확실히 그런 시각으로 보일 수 밖에 없긴 하였다.

이번 의뢰의 건도 충동적으로 해버린 것이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올까요? 상대는 볼고그라드 님이라고요

그런 분들은 달콤한 이야기에 쉽게 넘어가는 졸부 장사 같은 건 안하실 텐데요"

 

아담한 신체와 다르게 꽤 유능해 보이는 군

 

한 순간 이였어도, 그녀는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의 영리함과 생각의 깊이를

어느 정도 판별한 것으로 보인다.

남의 행동을 짐작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라르그도안은 그 외에도 유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길드에 들어가자마자 나와 카리아를 길드에 연결할 만할 화술,

설득력, 교섭능력 등등, 여러모의 대인 능력을 소지하고 있었다.

역시 나인즈 씨가 소개한 인물 이였다.

 

그런 라르그도안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움츠러들이며,

마음속으로 작은 불안감이 솟았다.

 

"올거야"

 

나 대신 카리아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드시 올거야. 네 놈은 사람 보는 능력은 뛰어난데

여자 마음이란건 모르는 구나?"

 

라르그도안이 얼굴으을 찌푸렸다.

 

솔직히 나는 라르그도안은 여자로 인정할 수 있지만

카리아는 남자는 아니지만, 여자는... 음 모르겠다.

근데 그런 카리아가 여심을 운운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면 이지만, 달콤한 이야기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자라고는 생각하진 않아

그렇다고 기회를 놓치는 멍청이라도도 생각하지 않아. 내기할래?"

 

그녀의 확신을 다지는 말에, 통을 맨 소녀는 오오 하고 감탄 했지만

나로서는 그 내용 중에 어디가 여심과 관계되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카리아는 라르그도안이랑 내기로 와인 한 잔을 골랐다.

그때 흘끗 카리아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내 몸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딸랑 딸랑'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방울이 울렸다. 몇몇 사람은

그 소리를 향해 흥미롭게 쳐다보았고, 몇 사람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술을 계속 마셨다.

 

그리고 카리아는 나의 승리라며 라르그도안을 바라보고, 

테이블 위로 올라온 와인에 입술을 맞추었다.

 

 

*

 

 

"의뢰 내용과 조건을 확인하겠다"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의 맑은 목소리가 술집에 울려 퍼졌다.

카리아의 것과는 또 다르게 묘하게 귀에 남는 목소리 였다.

 

이쪽은 나와 카리아 그리고 라르그도안의 세 사람이,

상대편은 피에르트와 동석한 미래의 구세자인 헤르트 스탠리,

도합 다섯 사람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도록 마음의 진정시킨 채,

입술을 열었다

 

"하나, 의뢰 내용은 곶에 존재하는 구교, 문장교도의 지하 신전 터에 대한 호위, 또한 탐색의 협력"

 

문장교. 정확한 이름은 배상교 였었나 그런 거였는데

그렇든 말든 지금은 문장교, 대부분 구교, 아니면 이단교라고 불리기 일쑤다.

 

문장교의 신전은 대부분 헐리거나 쇠퇴해 가는 바람에, 지금은 거의 다 없어졌다.

물론 소소하게 신앙을 바치는 사람은 있겠지만,

대규모 신전 같은 대성교가 주류가 된 이 일대 주변지역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해도 좋다.

 

남아있는 신전 터는 대성교 신전으로 재건되나, 

입지가 나쁘면 방치되고, 잘못하면 짐승이나 대형마수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의뢰는 후자에 해당 되는 것 같다.

 

"둘, 무엇인가 물건을 발견 했다면, 빠짐없이 나에게 제출할 것.

물론 물건에 따라서 추가 보수를 더 지급 하겠다."

 

그러는 동시에 보여주기 용인지는 몰라도 테이블에 화폐 주머니를 올려 놓았다.

 

낭비를 싫어하는 피에르트가 이렇게나 재력을 앞세우다니 

드물다는 표현을 넘어 기이하게 보이기 까지 했다.

그 행동은 마치 무엇인가 초초해 보이기도 하였다.

 

물론 나는 이때의 그녀를 본 적이 없으니, 이 때의 그녀는 이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 나는 상관없어. 그럼 이 쪽의 조건을 들어 주실까?"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입을 열었다

 

"우선 첫째, 보수와는 별도로 선급금을 받겠다. 의뢰를 위한 준비는 빠뜨릴 수 없겠지?"

 

살짝 피에르트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 옆에 있는 헤르트 스탠리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사실 지금은 돈이 무지 필요했다.

칼은 한 자루 부러진 채 있었고, 여관에 묵을 돈도 필요 했다.

의뢰고 뭐고 뭐든 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확실히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두 번째다"

 

두 번째 손가락을 내밀며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당신은 마법사지? 

그렇다면 나에게 결코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맹세의 언약을 해줄 것"

 

그 말을 마치자 마자.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천천히 턱을 끄덕이려고 했다. 그런대 그때...

 

"잠깐 기다려 주세요. 전 의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맹세의 언약이 조건으로 들어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서로 균형이 맞지가 않습니다!"

 

헤르트 스탠리가 항의의 말을 했다

 

이 남자가 항의 하는 것은 나의 예상에 있던 일이 였다.

 

그의 눈동자에 나타난 것은, 강한 의지와 이 쪽을 향한 약간의 적의 였다.

뭐지 이 좋은 기분은?

숙적이라고 생각한 상대방이 자신에게 표시하는 적의가

이렇게 기분 좋은 것임을 나는 이제야 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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