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1화 - 과거와의 대면 -
"당신들 두 사람이
우리 아버지 모르도 곤에 대해 아는
본 것, 들은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말해주세요"
베스타리누는 약간 말을 고르는 듯한
표정을 하며 엷은 입술을 움직였다
고급 술집을 무대로 한
강철공주 베스타리누와의 밀회
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눈을 사방으로 흘겼다
지금 여기에서 일부러 우리를 불러내서까지
말을 구하다니..
분명 우리가 그녀의 가슴에 심어준 의심이
어딘가에서 싹을 틔우고
몸을 팽창시킨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이쪽이 나서야 할 시간이였다
의혹을 흔들고, 반전시켜서, 진실로 키워야 했다
정말이 나라는 인간은 편히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한 소녀를 부추키려 하다니
물론, 무턱대도 그녀에게 말해봤자
그녀가 귀를 닫고 현실을 부정하며
주위의 용병들로 하여금
우리를 분쇄시킬 수도 있었기에
일단...어떻게든 해보자
"의외군요, 우리 같은 하급 용병에게
귀를 기울이시다니...
그것도 수호자로서 의무라는 건가요?
소파에 깊숙이 주저 앉으면서
자못 맥빠진 듯한 목소리를 울렸다
그러나 시선만은 그녀에게 떼지 않으며
모든 신경을 그녀의 행동에 쏟아부으면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베스타리누의 눈썹이 기분이 상한 듯
치켜 올라갔다.
참으로 솔직한 여자군
"쓸데없는 언행은 삼가라
당신들은 내가 명령한 대로
순순히 대답만 하면 된다"
말투는 분명 짜증을 품고 있었지만
기품을 무너뜨리지 않는 말투였다
이런 성격의 인간은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 인간 이엿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조바심을 내주는게 좋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 순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원하는 만큼 들려주겠다"
끼어든 것은 브루더의 목소리였다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 낮은 목소리..
조금이라도 닿는다면
터질 것 같은 작은 목소리였다
지금의 브루더는 몹시 감정적이여서
잘못하면 강철공주의 신경을 건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브루더를 저지하려고
녀석의 말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브루더는 고개를 둘리며
날카로운 눈동자로 내 시선을 관통했다
녀석의 눈동자는
살기를 포기했다는 그런 체념의 눈동자가 아니였다
지난 세계에서 나의 손을 잡아줬던
브루더의 옛날 그 모습 자체를 보는 듯 했다
나는 그 시선에 답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깁숙히 앉았다
*
브루더는 강철공주 베스타리누를
테이블에서 마주보며
그 동안 담아두던 목소리를
하나하나 뱉어내기 시작했다
술냄새가 약간 코를 찔렀지만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사실, 취기는 이미 오래전에 깨어있었다
"뭐... 간단한 이야기야
나의 아버지... 브루더 게르아는
나와 같은 용병이였다.
그저 조금 괴짜이긴 했지만 말이야"
용병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서로 빼앗고 빼앗는 관계
거기에 진지한 동료관계라고 하는 것은
결코 구축되지 않는 것이였다
특히 베르페인과 같은 용병도시가 생겨나고
조직의 형태가 명확해지기 전에는
같은 진영에 있어도
동료를 찌르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차가운 시절에
브루더의 아버지가 있었다
독실한 대성교 신자이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는
살기 위해 용병이 됬지만
항상 누군가를 도와주며 구원을 믿었다
그런 마음이였다면
더 좋은 직업이 있었을텐데
용병이란 신세로
사랑과 구원을 믿나니...
참 괴짜가 따로 없었다
아무튼 그런 어리석은 아버지의
소망이 신에게 통했는지.
아니면 악마에게 이끌렸는지 모르지만
아버지에게는 믿을 수 있는
친구 한명과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브루더는 베스타리누와
그녀 주위에 있는 모든 용병들에게
말을 걸듯이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녀석의 말솜씨는
훌륭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묘하게 가슴에 와닿은 것이 있었고
누구 하나 빈말 없이
녀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절친한 친구의 이름은 모르도 곤
나도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어
기억은 희미하지만, 나쁜 인간은 아니였어"
브루더의 그 중얼거리는 소리에
일순간, 주위 일대의 공기가 달라졌다
모두가 베스타리누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 모르도를 경애하는 그녀가
이 미천한 용병의 말에 속을 끓이지 않을까
그러나 주변의 기대와 긴장이라고
할 수 잇는 묘한 시선을 날려버리듯
베스타리누는 짧게 말을 건넸다
"...계속하도록"
반론도, 부정도 하는게 아닌
베스타리누는 자신의 입을 벌리며
양손가락을 서로 겹친 채
브루더의 말을 재촉할 뿐이였다.
브루더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목소리를 울렸다.
어두컴컴한 고급 술집 안이
브루더의 목소리만으로 채워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