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45화 - 분수령 -
"루기스 님은 이곳에 계십니다"
문장교도 첩자 중 한 명이
마티아에게 고급 술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눈 앞에서는 고급 술집임을 증명하는
금빛 장식을 곁들인 간판이 빛나고 있었다
고급 술집 중에서도 간판에 금 장식이
돼 있는 것은 상당히 드물었다
이 곳은 정말 귀족이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의
사교장 일것이라고 마티아는 머리끝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안에 루기스와 부르더라는 용병이
들어간 것은, 틀림없다고 옆의 교도가 말햇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간 주모자는
이 도시의 수호자 중 한 명인
베스타리누 곤이라는 것도 말했다
루기스의 행방, 그리고 주모자의 정체,
그 정보는 베르페인에 잠복한 첩자의 손에
너무 쉽게 굴러들어 왔다
마티아는 처음엔 너무나 어이없어서
가짜 정보를 붙잡은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러나 어찌보면 그럴 만도 했다
베스타리누라는 인간은, 이 도시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도시에 들어서면 그녀 자체로
주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 였으니 말이다
때로는 두려워하며, 때로는 공경하며,
때로는 모욕하면서도, 누구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곤은
이 도시에 있어서 그런 존재였다
베르페인의 상징이였으며, 지배자였다
마티아는 루기스와 헤어지자마자
베르페인에 잡입해있던 문장교 첩자와 연계했다
그 이유는, 루기스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면,
그를 구출하기 위한 전력으로서와
동시에 베르페인에서 일어난 사건을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한
정보원으로 유용하게 쓰기 위함이였다
그리하여 그 첩자의 정보를 토대로 도달한 곳이
바로 이 고급 술집이였던 것이였다
마티아는 가슴이 저릴 정도로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존심 따윈 벗어던지고
술집에 뛰어들어서, 루기스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의 냉철한 머리속이
그 행동은 루기스를 오히려 죽음으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게다가 용병을 고용해서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이 아닌,
일부러 어딘가로 데려갔다는 것은
사건의 주모자인 루기스에게
어떤 용건이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낮기에
이쪽도 억지로 발을 디딜 것이 아니라,
책략을 부려서 베스타리누를 유인해야 할 것이다
마티아는 숨을 한번 쉬며
마음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아아, 정말이지
루기스에겐 위험한 짓은 하지말라고 해놓고
나 스스로가 위험한 짓을 하려하다니
마티아는 몇번이고
자신에게 진정하라고 타일렀다
그녀의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보던
첩자는 어쩌죠, 하고 그녀에게 목소리를 흘렸다
"물 속의 모습을 보려면
돌이라도 던져야 하는 법입니다.
베르페인 병사로 변장할 수 밖에 없지요"
*
상당히 어둡게 느껴지는 술집 조명 아래,
거기에는 많은 인간이 있었지만,
단지 한 사람의 목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브루더였다
"...다시 한번 묻겠어, 강철공주"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약간의 확신이, 가슴 깊은 곳에
싹트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싹은 심장을 튕겨 나올 것처럼
온 피가 혈류를 거세게 달리며
몸을 뜨겁게 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 대한 기억이 정말 있나?"
브루더의 중얼거림에 응하는 듯이
강철공주 베스타리누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마라
입 닥쳐, 더 이상 말하지 말란 말이야!"
베스타리누가 말하는 말은 이제
좀 처럼 사람이 하는 말이라곤 할 수 없었다
단지 짐승이 내뱉는 포효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입술을 깨물고 견디는 것은
주위를 둘러싼 어린 용병들의 존재 때문일까
강철공주로서의 수북이 쌓인 존엄성이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베스타리누가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었던 진실이 쓰러진다는 것을...
지금도 의구심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혹으로 커져갈 것이고
베스타리누의 가슴을 메울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며
이젠 끝이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큰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어둡고 시야가 제한된 그 공간에선
그 소리가 매우 잘 울렸다
베스타리누와 주위의 용병들이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베스타리누의 높은 목소리가 울렸다
"누구십니까?
지금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젠장...
내 눈썹이 저절로 찡그러졌다
이 손님은 우리에게 있어서
나쁜 흐름을 가져온 것 같다
베스타리누가 이 문소리에 반응하여
어두워졌던 눈동자에 빛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 어둠의 술집이라는 특수한 공간 때문에
베스타리누의 마음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나타난 당돌한 손님 때문에
베스타리누는 흔들렸던 마음에 평정심을 되찾고
자신이 품고 있었던 의구심을
조금씩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암튼 문을 두드린 손님의
목소리가 술집 내부로 울려 퍼졌다
"여기 계셨습니까, 베스타리누 님
지금 모르도 님으로부터 급히 귀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전령은 최악이였다
모르도, 베스타리누가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그 단어만으로 베스타리누의 정신은
현실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어떤 행동이든 행할려면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
지금 저 녀석은, 질식할 것 같으면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괴로워하다
겨우 수면에서 얼굴을 내밀어
산소를 받아 들인 것 같은 상황이다
분명히, 녀석은 폐에 한번
공기를 들이마셨을 것이지만,
완전히 구원 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한번 안도했던 마음은
다시 한번 물 속으로 끌려가면
더는 저항할 수 없이 가라앉어 버린다
"얌마, 뭔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어?
저 녀석의 발목을 잡아당길 만한 것은..."
브루더에게 그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브루더는 내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묘한 시선을 돌리며, 이쪽에 말을 걸었다
"브루더, 지금은 너 밖에 없어"
"...무책임한 고용주로군
내가 만약 방법이 없다고 하면 어쩔거냐?
다 같이 동반자살이라도 할래?"
나의 말에 거의 끈임없이 내뱉은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벌벌 떨었다
브루더의 입에서 말은 묘하게
초조한 듯한 목소리를 띄고 있었다
반대로 내 입에서는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리가 있나, 그땐 말이야
둘이서 같이 살아갈 길이라도 찾아야지
뭐, 우리끼리 어떻게든 잘 살지 않겠어?"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다
나는 지난 세계에서 브루더를
친구라고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런 들뜬 말을 망설임없이 해버린 것이였다
브루더는 내 말을 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눈꺼풀을 몇 번 깜빡였다
뭐야, 그 묘한 반응은?
그리고 그대로 내게서 시선을 돌리자,
브루더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그 말투는 정말 과거의 브루더와는
전혀 다른 말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 알겠어
걱정하지마, 고용주
고용된 입장으로서
할 수 잇는 것은 다 해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