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0화 - 전쟁도끼와 은검 -
가도의 전쟁터에 은광이 흩날렸다.
그것은 어느새 하나의 선이 되어서
전장에 그림을 그리며,
오로지 도달점을 목표로 전장을 달라갔다
전장의 최전선에 있는 것은
용감하게 전투를 벌이는
강철공주 베스타리누의 모습이였다
그대로 마치 빨려들 듯
은광이 베스타리누에게 스쳤다
'키이이이이잉'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가도를 메우는 마찰음이였다
그것은 쇠와 쇠가 서로 접합되어 꺽이는 소리,
마치 정신을 억지로 떼어내는 듯한 거센 소리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공기 자체가 눌어붙은 것 같은 정도의 농밀한 냄새,
콧구멍을 막히게 하는 타는 냄새에
베스타리누는 경련하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누르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눈을 깜박거릴 정도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고,
베스타리누에게 흉기를 내리친 은광...
그 일격은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베스타리누는 그 일격에 매우 경악했다.
전쟁도끼는 그 은광의 충격에
그녀 몸의 뼈는 모두 삐걱거리고 있었고
손목은 둔한 통증을 전하고 있었다
단지 일격을 받았을 뿐인데...
그 사실을 되씹는 순간,
베스타리누의 눈동자에 공포의 빛이 묻어났다
뭐야, 저건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것인가
베스타리누의 큰 눈동자가 벌어지며
흙먼지 속에서 이른거리는 그 정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것은
마치 아이가 괴이한 정체를 파헤치려 할 때처럼
독특한 공포와 일말의 호기심이였다
베스타리누의 눈꺼풀이 깜빡거렸다
"네놈이 강철공주라는 거냐,
녀석에게 좋은 선물을 줄 수 있겠군"
거기에 있던 것은, 베스타리누와 비교하면
꽤 자그마한 여검사였다.
그녀는 두 줄로 나눈 머리카락을 흔들고
작은 입술을 물결치며 그렇게 말했다
정말 이 소녀가, 자신을 베려고 했던 존제란 말인가
정말 이 소녀가, 정체 모를 느끼게 한 인간이란 말인가
그 체구는 베스타리누 처럼 장신이라 할 수 없었고,
그녀가 가진 무기는 드물지 않은 은색의 장검이였다.
그것만을 본다면, 강적이라고 생각되진 않았고,
그저 힘없는 소녀가 용기를 내어서
전장에 나왔다고 해야,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눈 앞의 소녀는 가냘펐다
하지만, 저 반짝이는 빛을 머금은 눈동자
그리고 평범한 사람같지 않은 압도적인 존재감
모두 눈앞의 소녀를
상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게 했다
소녀의 눈동자 속에 비치는 강고한 의지는
강자 특유의 오만을 상징하곤 했다.
베스타리누는 저 여자에 대해 몰랐다.
저 은발의 검사가 베르페인의 사병 속에
있었던 기억은 조금도 없다.
사병이라면 틀림없이 그녀의 기억속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래, 이 소녀는 외부인이야
우연히 베르페인을 편드는 것 뿐일거야
하지만 이 소녀는 이미
사병의 우두머리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사병들 또한 알게 모르게
그녀가 만들어 내는 열에
이끌리는 것 처럼, 기세를 더해 갔다
단지 거기에 잇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장부에서 열을 낳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것이 은발의 여검사였다.
베스타리누는 직감했다.
어떤 생각을 한 것도 아닌,
단지 뇌리에 자연스럽게
한 생각만을 도출해내고 있었다
저 소녀는 여기서 숨통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일생의 화근이 되고 말거야
피부를 태울 것 같은 긴장감과
목을 조이는 정신의 압박에
베스타리누는 아주 조금 한숨을 쉬었다
베스타리누가 다시 두 손으로 도끼를 집엇을 때,
그녀에게 가해지던 손목의 둔통은 사라지고 있었다.
은발의 검객을 상대로, 손목의 고통 따위는
그저 사소한 일에 불과했던 것이였다.
그런 사소한 일에 얽매이다간
다음 순간에 목이 하늘을 솟구치고 말것이다.
그 모습이 베스타리누에게 쉽게 상상되었다
도끼를 어깨에 걸치듯 기대면서
간격을 서서히 좁혀갔다
은발의 검객은 고개를 숙이며, 낮은 자세인 채로
베스타리누의 상상을 흉내내듯이
자신의 목을 향해 장검을 휘둘렀다
그 칼끝에는 추호의 떨림이 없어보였다
은의 궤도가 그대로 빨려 들어가듯
베스타리누의 머리로 향했다.
그 섬광에 답하듯,
도끼는 바람을 지면서 강하게 휘둘렸다
도끼와 은검이 맞부딫힐 때마다
바람조차 몸을 비틀 듯 하는
굉음이 가도에 울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