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9화 - 글러먹은 사람 -
"저는 피에르트가 걱정되서 죽어버릴 것 같습니다.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저는 지랄발광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미리 말해 두겠습니다. 만일 그가 피에르트에게
위해를 가했다면, 저는 그와 적대 하겠습니다"
어두운 지하 신전 내에서 카리아 버드닉은
피에르트의 그 말에 눈썹을 비틀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정상적인 말이였다.
하지만 스스로의 심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헤르트 스탠리는 틀림없이 옳음을 쫓는 사람이며,
하는 말마다 진지함이 깃들기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묻는다면,
틀림없이 신뢰할 수 사람이라 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남자와 만난지도 얼마 안됬는데도
왜 이 남자의 말이 모두 맞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을 내리는 걸까?
루기스가 피에르트에게 위협을 가하면 이라고 가정만 했는데도
카리아는 정말 루기스가 그 행동을 해버린 것으로 진실을 내버린 것이였다
"......그런건 지금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닙니다.
만약 그러한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서 처분을 내리도록 하지요"
"그 말이 사실이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카리아는 자신이 한 말이면서도, 그 내용에 경악을 질렀다
처분? 이런 말을 함부로 써도 되는 건가?
루기스, 그 녀석은
헤르트의 말대로 선한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도도하게 굴다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남을 속이는 짓까지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헤르트는 악랄하지는 않다고 했지만, 그와 짧은 시간을 봐왔던 그녀로서는
틀림없이 그는 악랄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였다.
아 그럼 역시 헤르트 스탠리의 말이 맞는 것인가
그 남자의 직감 뿐만 아니라 짐작에서도 그는 옳아 보였다.
그렇다면 그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신가요 카리아 씨?"
생각을 해버리느라 고개를 숙인 채, 자연스럽게 고개가 내려가 있었다.
돌바닥에 희미한 등불에 비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네 놈이 옳다고
그렇게 말했어야 했지만 입 밖으로 말이 꺼내지지가 않았다.
카리아는 고뇌하고 있었다.
옳은 사람의 말이야말로 무조건 맞으니, 무조건 따라야한다?
지난번 길드의 금지구역으로 마수 사냥을 나갔을 때를 떠오르니
바닥에 비춰진 자신의 그림자가 자신을 비웃는 듯 했다.
결과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도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갑자기 시정하고 인정해버린다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긍지를 짓밟는 일임은 틀림없다.
"......아아, 방금 루기스가 불의를 행했을 때를 말하고 있었지?"
발걸음을 멈춘 카리아를 바라보는 헤르트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네, 현재 계약상 피에르트는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하니까요.
만약 그녀가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그때의 책임은 제가 지는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그런가"
그의 말은 토씨 하나 틀린 것이 없었지만
카리아는 그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네놈이 루기스에게 어떤 짓이라도 한다면, 나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놈은 나의 목숨을 구했으며, 동시에 나의 명예를 지켜주었다."
대형 마수와의 전투, 요새에서의 문답, 그리고 버드닉 가에서 탈출
어느 것이든 대책 없는 짓 뿐이였다.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카리아는 흐뭇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다름 사람이 봤을 때, 자신의 분노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우아하고 화사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미소였다.
"나를 여기로 이끈 것은 녀석이고, 그 손을 잡겟다고 결정한 것은 나다.
그렇다면 이미 선택은 정해져 있다. 나와 그 녀석은 동료다.
네 맘대로 판단하게 두지 않겠어"
카리아는 순간 마음이 울렁거리는, 그런 감각에 빠졌다.
이것은 어쩌면 그 녀석을 생각하는, 그런 심정일지도 모른다.
연모, 애정, 사랑? 뭐라고 확실히 표현할 수 없었기에
동료를 위해서라고, 그녀는 속으로 판단했다
어두운 지하의 통로에서
은의 장검을 뽑아든 카리아와
눈을 부릅뜨고 경악의 표정을 지은 헤르트가
조용히 대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