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2화 - 강자의 긍지와 약자의 고집 -

개성공단 2020. 3.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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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방울이 모래먼지와 뒤섞여서

바람에 흔들려 허공을 날았다

 

카랑, 하고 마른 소리가

묘한 여운을 가지고 가도에 울러퍼졌다

그것은 철과 철이 접합하는 소리였다

 

강철공주 베스타리누에게 주어진 일격은

그녀에 대한 자부심과 

카리아의 경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공포를 눈동자 속에 묻어두면서도

도끼를 자연스럽게 휘두르는

그 자부심에 카리아는 감탄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경의를 표하는 예로서

마지막 순간에 죽음의 고통을

맛보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였기에

카리아는 일격으로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정말로 아까운 솜씨군...

적으로 만난게 너무 아쉽구나

그럼 고통없이 보내주마..."

 

카리아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입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하지만 카리아가 일격을 내리친 곳은

베스타리누의 머리가 아닌, 오른쪽 어깨였다

 

카리아의 시야에는

베스타리누의 오른어깨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강철공주는 오른어깨의 고통에

절규하며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아아, 이 얼마나 처량한 짓을 한건가

이 얼마나 꼴사나운 짓을 해버린건가

원래대로하면 이런 고통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인데

 

대체 카리아는 왜 베스타리누의

머리를 노리지 못한 것인가?

 

 

 

 

*

 

 

 

 

카리아가 베스타리누에게

경의를 표하며

고통없이 그녀의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저 멀리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말이야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한번으로 충분하다고!"

 

은빛 눈동자가 목소리가 나오는 쪽을

재빠르게 응시했다

 

용병치고는 마른 체구에

머리에는 챙이 큰 모자를 갖추고 있었다

약간 갈색 머리카락이 어른거렸지만,

그 얼굴은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외모는 딱히 신경쓸바가 아니였지만

카리아는 그 자가 쥐고 있는 무기가 신경쓰였다

 

그 용병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손바닥만한 길이의 바늘...

 

그 용병이 자신에게 바늘을 날려서

베스타리누를 일격으로 없애지 못했던 거였다

 

"어리석은 놈이군,,,

네놈이 한 짓은 

이 자를 헛되이 괴롭혔을 뿐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카리아는 용병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은 용병을 미워하는 동시에

자신의 불의함을 저주하는 것 같기도 했다

 

카리아는 베스타리누의 머리를 끊기 직전,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투척물에

바로 반응해서, 투척물 쪽으로

검을 휘둘러버렸던 것이였다.

 

그리고 검은 궤도를 그리며

경의를 표했던 용사의 어깨를 갈라버렸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였다

 

카리아가 다시 한번 뉘우치듯

베스타리누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그녀의 눈 끝에서

철빛의 반짝임과

살짝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조금 전처럼,

한 개의 바늘이 날라오는 것이 아닌

 

눈동자, 목구멍, 가슴끝, 급소 등

곳곳을 노리기 위해 날라오는

여러개의 장침이였다.

 

설령 급소를 뚫지 못할망정,

한 곳이라도 맞춰서

바늘 끝에 묻힌 독이라도 집어넣으면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장침이 바늘을 타며 

빠른 속도로 날라갔다

 

'킹킹킹킹킹'

 

다음 순간에 울린 것은

쇠가 튀기는 소리

 

여러개 투척되엇을 장침은

카리아의 손짓 한번으로

순식간에 처리되고 말았다

 

"시시하군"

 

이 투척 기술은 암살술에서

적이 눈치채지 못할 때,

요긴하게 쓰이는 기술이였다

그런데, 정면에서 이걸 행하다니...

 

카리아는 그 용병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네놈은, 거기서 좋을대로 하고 있어라

원한다면 마음껏 상대해 주겠다"

 

이제 네 놈은 안중에도 넣지 않겠다며

카리아는 그렇게 언외에 고하고는

두 손에 쥔 검을

베스타리누에게로 뻗었다.

 

베스타리누는 

오른쪽 어깨에 피를 흘리면서

얼굴에 창백한 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더는 주저앉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연방 오열만 쏟아내고 있었다

 

아마 상당한 고통에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여지만,

적어도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분명했다.

 

"여기서 편하게 해주겠다

괴롭혀서 미안했다. 베르페인의 용사여"

 

카리아는 후우, 한숨을 내쉬며

베스타리누의 목에 검을 갖다대었다

장침의 용병이 자신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카리아는 그냥 무시하고는

 

베르페인의 용사에게

마지막 일격을 휘두르는... 그 순간,

 

"이거 진짜, 악당이나 다름 없으신데?"

 

카리아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그녀가 추구하고 있었던

목소리임에는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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