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6화 - 애태우는 가슴 -
하나의 은색 선이 나의 옆구리로 다가왔다
모래 먼지가 칼날에서 떨어져가며
그 본체를 비틀며, 햇빛을 반사시키며 나갔다
'키이잉'
쇠끼리 서로 접합하는 소라가
귀 안쪽을 깎아내리듯이 울렸다
순간, 손목에 주어진 것은
그대로 뼈가 부러지는가 싶을 정도의 압력과
틀림없이 힘줄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을 억지로 비틀어서
상대를 차듯이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 거리를 잡았다
목은 순식간에 말라갔고, 초조가 심장을 뒤흔들었다
보검을 쥔 손목엔 아직도 저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 이건
이전에, 왼손으로 헤르트 스탠리의
시퍼런 칼날을 받아들였던 것이 생각났다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해
나의 손목이 부러졌던 것이였다
나는 지금, 그 기억이
재현될까봐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좋다, 처음엔 네가 들어오게 해주마
루기스, 너는 자신을 조약돌이라 말했지
그렇다면 나를 상대로 마음껏 시험해 보거라"
카리아는 은검을 손끝으로 가볍게 튕기며
그 소리를 내어서 검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었고
그 칼의 날카로움은 카리아의 사기를 나타내는 듯 했다
반대로 나는, 아직도 동요가
마음속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알고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는지
이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솔직히 카리아가 주저없이
나를 베려고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마음속 어디에선가
이런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언젠가 카리아에게 버림받고,
내게 칼날을 들이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렇게
곤혹스럽게 머리를 뒤흔들고 있었다
반면 몸은 눈앞의 뚜렷한 위험에
대한 준비를 하는 듯했다.
두 손가락은 자연히 보검을 잡았고
보검은 햇빛을 반사하며 빛을 냈다
검의 이름, '영웅을 죽이는 자'가 떠올랐다
나는 카리아와 시선을 피하면서
입술을 조금씩 움직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너랑 맞서야 하는건데"
조금이라도 카리아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하며, 이런 말을 흘렸다
카리아는 그런 나의 말을 던지듯이
아주 간단한 일이라며, 대답했다
"내게 승리해봐, 루기스
나에게 검을 휘둘러서 이긴다면
네놈은 이제 평범한 사람도, 조약돌도,
납덩이도 아닌, 황금으로 바뀔거야"
그 말은 묘하게 귀에 거슬렸지만
귓가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안심하라고
네놈이 조약돌에 불과하더라도
내가 평생 너를 지키면서, 보호해주겠다
아무 걱정 하지마"
그것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목소리였다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 같지만
패배는 없다고 단언하는 그런 말투인가
물론, 그건 사실이겠지
나는 조약돌마냥 평범한 사람이고
그녀는 황금같은 영웅이다
내가 이길 확률이 어디있을까
나는 어깨를 벌벌 떨면서도
겨우 손으로 보검을 들어올려서
카리아를 향해 겨누었다
"정말 열정적이내요 기사님
나도 모르게 반해버릴것 같잖아요"
"뭐, 별로 상관은 없어
그럼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면 되지"
근게 신호였다
칼날이 공간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귀에 크게 울렸다
나의 첫번째 한 수는,
카리아의 어깨를 향한 일격이였다
나는 일부러 그녀가 오만한 말투를 하며
방심하는 것을 노리며
보라색 빛을 담은 보검을 날렸다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피해갔다
카리아는 마치 내가 어깨를 노릴 것을 알면서
일부로 도발에 응해서, 방심한 척을 했던것이다
그렇게 나와 카리아의
전장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나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카리아의 온갖 곳을 노렸지만
역시 영웅을 뛰어 넘을 순 없었다
'키잉' '키잉' '키잉'
은빛과 보라빛이
서로 얽히듯 겹쳐졌다
순간 어깻죽지에 스치는 아픔이 느껴졌다
핏방울이 모래먼지와 뒤섞여서
공중위로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라고 중얼거렸다
카리아의 은검은 나의 검을 쉽게 물리치고
내 오른쪽 어깨에 살을 파묻혀갔다
나는 혼신의 힘으로 은검을 쳐냈으나
궤도를 조금 늦출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깨에서 온몸을 기는듯한 통증과
피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선명히 느껴졌다
아아, 절망적이군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의 역량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거였나
나는 이것이 술집의 결투가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아까까지만 해도
왜 카리아와 싸워야 하냐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카리아라는 영웅에게
손을 뻗치고 타도할 것인가라는 생각만으로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도대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내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카리아를 설득해서 발빠르게 베르페인을
탈출하는 것일텐데
주위의 사람들은 조용하게
나와 카리아의 결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이 전장의 방식이라는 듯이 말이다
영주의 사병들은 카리아를 자신의 편으로 생각할테고
용병 무리는 베스타리누를 감싼 나를
구원병이라고 생각할것이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아니였다
나도, 카리아도
단지 자신들을 위해서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제 그날 무승부로 끝나버린
술집에서의 결투는
다시 이 전장에서
결말을 보기위해 재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