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61화 - 마력의 종착지 -

개성공단 2020. 4. 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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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란 존재 자체가 마력의 집합소이다

일벌레들이 마력을 긁어모으는 벌집...

 

일찍이 이런 말을 남긴, 

위대한 마법사가 있었고

이 사람이 바로 볼고그라드 가문의 시조라고

피에르트는 어릴적에 아버지에게 들었었다

 

그 위대한 마법사 가라사대

마력이란 무엇인가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다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도,

손가락과 팔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마력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력을 모두 소비한다면

노쇠해가며 죽음에 이를거라고

그 마법사는 말했다

 

마력이라는 동력이 없다면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냥 시체일뿐

손가락 하나 움직 일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마력을 가진다

 

그러다가 모르는 사이에

마력을 흡수하거나 토해내거나 해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의도적으로 행할 수 있는 자가

바로 마법사 인 것이였다

 

피에르트는 검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과거에 들었던 그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서고에 도착하여

그 안을 천천히 훑기기 시작했다.

 

내가 찾는 것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베르페인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베르페인 자체가 국가의 수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곳 서고에는

베르페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서고 안은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아마도 이 안은 청소를 안하는 것 같았다

 

일단 영주의 의무로서

책을 모으고는 있었지만

아마 그 자신은 별로 서고의

쓰임새를 알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참, 아깝기 짝이 없군

 

이건 그냥 마수에게

금화를 주는 격이잖아

보물을 썩히는 데도 정도가 있지

 

피에르트는 책들을 보는 순간

가능만 하다면, 책을 전부 읽고 싶었다

그녀는 지식을 하나 습득할 때마다

마음 속에 즐거움이 피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학원 시절, 서고 안에 틀여박혀

있을 때가 묘하게 그리워졌지만,

물론 이제 와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문득 어둠 속을 이른거리던 손가락이 멈추었다

검고 큰 눈이, 동그래지고, 몸이 떨기 시작했다

 

우연히 손에 닿은 책 끝에

조금의 마력 파편이 느껴지고 있었다

 

책의 겉모양은 구식을 넘어,

이미 보존이 곤란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전에는 마법에 의해서 보존히 행해지던 것 같지만

그 효력도 약해졌는지,

지금은 양피지가 덩어리의 상태로 변해버렸다

 

아마 예전에 수선하려다가

모르고 돼지 기름을 발라버린건가

손에 잡히는 순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피에르트의 콧구멍에 달라붙었다

 

그녀는 조심 조심

양피지를 쓰다듬어갔다

 

 

 

 

*

 

 

 

 

도시에 마력이 쌓이는 이유는

곧 마력의 소유자인 인간이 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시에 모여 살다 보면

날마다 자신도 모르게 마력을 쏟아낸다

그 얼마 안되는 마력이

조금씩, 대지로 축적되어서

도시 자체가 마력 덩어리로 변하는 것이였다

 

과연 볼고그라드 가문의 시조가

사람을 일벌레라고 칭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일자리를 찾아 줄줄이 도시에 모이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며, 마력을 소비하고

마력을 잃으며, 탈진해 가는 것이였다

 

그렇다면 그 도시에 쌓이는 마력은 어디있는가

그것들은 균등하게 도시 전체에 쌓이는게 아닌

어느 곳인가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잇는

마력이 흐르기 쉬운 한 가지 곳에 쌓이는 것이다

 

지금 피에르트는 그 마력의 종착점을

찾고 있었다

 

책 표지를 열면

양피지가 서로 겹쳐가며

베르페인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리고 그 안에는 한장의 지도가 있었다

 

일찍이 베르페인이 도시국가가 되기전

어떤 왕국의 도시였을 때의 지도였다

당시의 왕이 직접 만들었기에

한 번만 봐도,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에 와서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였다

 

시대를 거치면서 베르페인이라는 도시도

상당히 발전되어 확대되었기에

그 지형이나 도시구조도 많이 변모되었다

이제와서 이런 것을 얻은 들

베르페인을 침공하는 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하고 피에르트는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하튼 여기엔 베르페인의 과거가

모두 적혀져 있을 것이다.

 

마력이 모이는 곳도 써여져 있겠지

왕이 만드는 지도란 그런 것일테니까

 

피에르트의 목덜미가 움찔했다

손 끝이 스르르, 양피지를 문지르며

페이지를 넘겨갔다

 

검은 눈이 크게 떠지면서

다른 곳은 아무것도 볼 필요가 없다는 듯이

지도의 가장자리부터 끝까지 외워 나갔다

 

그리고 모든 것이

피에르트의 머리 속으로

스며들 무렵,

천천히 가는 손가락으로 책을 덮엇다

 

마의 힘터, 종착점으로 부르는 마의 집합소

과연 그것이 유효한 가치가 있는가 하면

많은 마법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릴것이다

 

어쨌든, 마력이 많이 쌓여 잇다곤 하지만

결국 서민들이 일상 생활을 하기 위해

조금씩 낭비한 것을, 긁어 모은 것 뿐,

아무런 의지도, 지향성도 없는

마력이 빙빙 무리지어 있을 뿐이였다

 

마법사가 마력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잇는 건

그것이 자신의 마력이거나

타인과 계약한 것의 마력일 뿐이였다

그렇지 않는 나머지는 제어가 되지 않으며

제대로 마법으로 승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마의 힘에 모여있는 마력은

도시를 구성하는 다수의 인간들이

쌓아 올린 마력 덩어리,

온갖 것들이 졸아든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런 것을 자신의 마력으로 다루려고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마의 집합소가 유용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던 것은 과거의 소리였고,

지금은 영주가 행운을 빌며

그 땅에 영주관을 짓는다고 할 정도의

용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 마의 집합소에 쌓인

마력을 이용하려고 부지런히 이론을 주장한 사람은

이 세상에 단 둘 뿐이였다

 

한 명은 볼고그라드 가문의 시조,

기는 마의 역량의 존재와 그 사용법까지

주장하고 다녔지만,

그 이론이 완성됐는지, 아닌지도 모른채

죽어버렸고,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 이론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조롱을 받을 수 잇는 대상이였다

누구나 입을 모으며

말도 안 되는 마술 이론이라고

입을 삐죽이며 외칠 것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마의 집합소에 쌓인 마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열심히 주장하고 다녔지만

주위사람에게서 비난과 조롱을 받을 뿐이였다

 

그녀가 쓴 하나의 논문은

지금도 일찍이 그녀가 다닌

학원의 깊숙한 곳에서 묻혀있었다

 

햇빛도 보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열람되지 못하고

바보같고, 기이함만이 가득하다고

그렇게 저열한 평가를 받은 그 논문은

제대로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묻혀 있었다

 

검은 펜으로 흐르듯 쓰여진

저자의 이름은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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