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63화 - 성녀의 분투와 사라진 용병 -
성녀 마티아의 외침이
베르페인의 가도에 울러퍼졌다
그녀의 뺨엔 약간의 핏자국이 있었다
"지혈제, 아니면 약초라도 상관없습니다
약이 될 수 있는 건, 뭐든 가져오세요"
그런, 어딘가 긴장된 목소리를 내면서
마티아는 필사적으로
눈앞의 중상자를 마주했다
조금 전에 감았을 붕대에는
벌써 피가 배어 있었다
안돼, 역시 상처가 너무 기퍼
어깻죽지를 찢은 그 상처가
치명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간 피가 빠져서 죽고 말거야
마티아는 눈썹을 올리며
눈 앞의 중상자, 베스타리누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얼굴엔 창백한 빛을 띄고 있었다
억지로라도 피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녀의 생명은 곧 꺼지고 말 것이다
루기스, 저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그는 뒷골목에서 나와 헤어지기 전에
나에게 이런 말을 남겻다
"어떻게 될 줄은 모르겠지만
후위에서 마지막 보루 역할을 부탁하고 싶어요
전쟁터엔, 부상자가 딸려오는 법이니"
그렇게 루기스는 장황하게 말하고
전쟁터로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해서, 막상 옮겨져 온 것은
중상을 입은 여자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였던 것이였다
브루더라는 용병이
등을 피로 물들이며
그녀를 업고 여기로 데려왔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 강철공주를 상대로
누가 이런 중상을 입혔는지 모르지만
너무나 날카로운 상처를 입혀버렸다
조금만 더 거칠고, 더 찢기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좀 나았을텐데...
"...어때, 아가씨
베스...아니 베스타리누는?"
브루더는 벌벌 떨리는 입술으로 말했다
그것은 어딘가 체념을 포함한 듯한 목소리...
피가 상처에서 뿜어져 나올 수록
브루더에게 희망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브루더와 베스타리누의 관계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아는 것 뿐이라곤, 원수지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필사적으로 그녀를 구하려는걸 보면
도저히 원수지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마티아는 크고 깊은 호흡을 하는 사이
문장교도가 얼마 안되는 약을 가져오고 있었다
"불을 가져오도록 하세요
상처를 태우면서, 피의 흐름을 막을 것입니다"
품에서 한 자루의 단도를 꺼내며
마티아는 천천히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야 할 것이다
루기스가 구하러 간 것은, 용병 브루더
그 브루더가 베스타리누를 데리러왔다
그렇다면 분명 그녀도,
루기스에게 있어서
도와줘야 할 존재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루기스는 자신에게 요청했다
부디,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기를,
그렇다면 그 희망에 부응하는 것이
나의 책무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성녀다
눈 앞에서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구원을 청하는 자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나는 지금까지, 타산을 위해
전장에서 수 많은 사람을 죽여왔었다.
그런 내가 새삼스럽게
진심으로 성녀 역할을 하려고 하다니...
분명 문장교도의 신도,
이 광경을 보면
비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위선이며, 기만이다
온갖 어리석은 짓 중 하나일 것이다.
아아, 그것은 내가 가장 꺼려하던 행동일텐데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고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무리 불합리하고
의미없다고 생각할 것 같은 일조차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그 남자가 내게
모든 것을 걸었으니 말이야
쇠를 불로 구워서, 열을 가진 단검을
베스타리누의 어깻죽지에 밀어붙였다
짧은 오열이 베스타리누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그녀의 시선이 살짝 열린듯 했다
"누군가, 물을 그녀에게"
의식이 다소나마 돌아온다면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며,
물을 마실 수 있다면
다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제 그녀의 운에 맡겼다
마티아는 짧게 부탁하면서
그녀의 철검을 상처로 밀어넣어갔다
육신을 태우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티아의 손에는 육체가 떨리는
감촉이 직접 전해져 왔다
그녀 스스로의 호흡도 긴박감에 휩쓸려서
정상을 유지 할 수 없게 되었다
주위가 밤에 물들어 가는 것조차
그제야 깨닫고 말았다
그녀는 눈을 자신도 모르게 깜빡였다
시선을 잠시 베스타리누에게서 돌리자.
베르페인을 감싼 연녹색의 빛을 보게 되었고
마티아는 눈동자를 커다랗게 만들면서
입술을 떨었다
지금 여기 머물러야 하는가
아니면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가
너무나 비정상적인 사태에
머리속이 순산 타산에 흔들렸다
그래, 나는 문장교의 지도자야
문장교를 첫번째로 선택해야 해
나는 문장교의 성녀니깐
그러나 이곳을 떠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눈 앞에 구해야 할
인간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나는 루기스에게 맡겨진
마지막 희망의 보루이니깐
피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베스타리누의 상처에서 단검을 떼어냈다
그리고 약초에 손을 대자
마티아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주위를 무심코 살펴보니
조금전까지 베스타리누의 입에 물을 주며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을
인간의, 모습이...
브루더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마티아의 등줄기가 뭔가를 직감한 듯
소름이 끼치고 입술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