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66화 - 종소리 -
햇빛이 몸을 가린 어둠 속에서
피에르트는 홀로 연녹색 빛을 반짝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만일 이 세상이 정말로
스스로 손을 뻗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단지 두 손을 모아서
신에게 행복을 빌 수 밖에 없는
그런 하찮은 세계라면
그냥 죽어버리는게 나을 것이라고
피에르트는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루기스가 그런 하찮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게 하는 것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은 결과가
피투성이에서 죽을 뿐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기가 싫어, 그러니까 나는..."
이 손으로 영웅을 만들자고
그렇게 생각했어
어둠 속에서 은색의 창이 날라갓다
모르도 옆에 있던 종자가 던진 것이였다
모르도와 종자는 피에르트를 향해
매우 당황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이를 강하게 악물고 있었고
눈동자엔 핏줄이 넘쳐있었다
이상한 것도 정도가 있지, 대체 뭐야?
피에르트는 이런 시선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 것 같았다
스스로를 향해
흉기가 날라오는 와중에도 말이다
이렇게 무례한 시선을 보내다니
저들은 과연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
결코 내가 이상한게 아니야
인간이란, 모두 똑같이 이상한 것이니까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사람을 이상하다고 느끼거나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모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지도 모르는 주제에
나로서는 이것도, 저것도 이상했던 것이다
인간은 이성이라는 가죽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덮으면서
자신은 제정신이다, 라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그 제정신이란
도대체 무엇을 가리켜 말하는 것일까
피에르트의 뺨이 일그러졌다
창끝이 피에르트의 복부를 향해 날았다
바람을 가르는 기세를 따라
본래대로라면 마법사 피에르트의 배애
관통해야 했을 터였다
종자의 창이
피에르트의 몸을 두르는 연두색 빛과
서로 맞붙었다
순간 쿵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소리 밖에 나지 않앗다
"빼앗을 생각도, 습격할 생각도 없엇어요
그러니까 도망쳐주는게 좋을 거에요
뭐, 그래도 루기스는 여기에 와줄테니"
여전히 검고 윤기나는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종자의 창은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다
창은 눈앞의 마법사에 꽂지도 못한 채,
그저 튕겨나가 땅에 쓰러질 뿐이였다
또 하나의 마력이
자신의 배를 채워나가며
피에르트의 내장으로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이런 사고방식은
금화를 되는대로 채워넣자는
멍청한 패거리 같은 생각이였지만
이번만큼은 별개일 것이다
어쨌든 이 마력은, 루기스에게 바치기 위해서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피에르트에겐 얼마든지 있어도
부족하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에르트의 목소리에 응하듯
황금 머리카락이 흔들었다
*
그 모습은 영락없는 도깨비였다
모르도의 눈동자가 냉정하게 깜빡이며
눈 앞의 존재를 그렇게 판단했다
모습은 낮에 응접실에 보았던 소녀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종자가 피에르트를 향해 창을 날렸을 때,
모르도는 곧바로 그녀를 양단할 생각이였다.
창이 저 여자의 배를 꿰뚫으면,
자신의 도끼가 그녀의 머리를 함몰시키는 것
하지만 창은 던져지기가 무색하게
그냥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고
모르도는 그 광경에 경악을 한 채,
두 다리를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리를 움직이려는 순간,
머리 속에서 무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갔다간 죽어버릴 거라고
전쟁터에서 이와 비슷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용사로 불리는 존재와 대면했을 때,
당시 자신의 표정은 공포로 흽싸여 있었다
모르도의 머리속은
그저 도망가라고, 그래야 살 수있다고
외쳐댈 뿐이였다.
"까불지마라 꼬마야"
하지만 모르도의 정신은
그의 머리 속 외침을 앞지르고 있었다.
그는 영주로서 몸에 익혔을
교양도, 귀족풍의 말투도, 예절도
모두 날려버린 채
일찍이 용병 시절에 입에 담았던
거칠게 짝이 없는 말투를
입에서 내뱉고 있었다
나는 약탈자
빼앗는 자인 모르도 곤이다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몸을 짓밟으며
재화도, 목숨도, 행복도
모두 이 손으로 강탈해왔다
이 세상에는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만이 존재한다.
빼앗었던 자가 한번 등을 돌리고
빼앗기는 쪽으로 바뀌어버린다면
빼앗는 자의 복귀는 커녕
이 목숨까지 모두
새로운 약탈자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그러니 도망칠 순 없다
나는 모든 것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모르도의 손가락이 다시 도끼를 쥐었다
굳어버린 육체를 두들겨 깨우듯
그는 눈을 부릅뜨고, 치아로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턱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 기분나쁜 연두색 빛에는
도저히 당해낼 기분이 들지 않았고
눈 앞의 소녀는 여전히 도깨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겠는 가
그랬다간, 비참한 삶이 자신을 반길 것이다
모르도의 떨리는 다리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순간이였다
좋다, 그렇다면 유일한 신의 이름 아래,
너에게 징벌을 내리도록 해주겠다
모르도의 귓가에
장엄한 종소리가 울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