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59화 - 등불 -

개성공단 2020. 5. 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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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깔보는 놈들은, 모두 후회하게 만들며 죽여버리겠다

 

그런 사상을 처음 떠오른 것은, 언제쯤이엿던가

필로스 트레이트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앗다

 

매형이 욕심에 젖은 눈동자로 날 겁탈하려 햇던건가

아니면 트레이트 가문에 발을 들여놓은 그때였던 것 같기도 했다

 

아냐, 어쩌면 철들었을 때, 말을 하진 않았었지만

그런 생각을 품고 잇엇을 지도 몰라

 

필로스 트레이트의 기억 깊숙한 곳에 있는 것

그것은 눈동자였다.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눈동자

가만히 생각해버니, 나는 줄곧 어떠한 눈동자에 노출되어 왔다

 

기이한 눈, 모욕의 눈, 호색의 눈

어느 것이나, 마치 자기를 분멸하는 것 같은 상태였음을

필로스 트레이트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전부 업신여기는 듯한

깔보는 듯한 색을 감추고 있었으니까

언제부턴가 자신을 향한 그것이 정말 싫어지게 된 것이였다

 

그래서 정했다

자신을 업신여기거나, 깔보는 패거리가 있다면

이 손으로 목을 조르고 말 것이라고, 마음에 맹세한 것이다

 

그렇게 필로스 트레이트는 볼에 조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지금 바로 자신을 우습게 보는 시민들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나는 사랑해야 할 시민들의 목을 조를 수 잇는가

 

으음...

 

느낀것은, 충격, 그 다음에 둔탁한 소리가 머리 안쪽에서 났다

귓가에 소리가 튕겨져서, 눈 앞은 번개가 떨어진 것 마냥 명멸했다

그러한 현상이 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간신히 아픔이라고 하는 녀석이,

강하게 필로스 트레이트의 등골을 태웠다

 

순간 어금니를 물었다

눈꺼풀을 감고, 몸을 굳게 해 통증에 대비했다

아마도 철제 막대기인가 뭔가에 맞은 것 같았다

등의 살이 마치 깎여 나간 것 같은 느낌을 호소했다

 

그 감촉은 너무나도 통렬했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기에

몸을 움츠리고, 오열을 쏟으며 버틸 수 잇는 그런 식이였다

 

".....!"

 

뭔가의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지독하고 추잡한 욕설이였다

나는 이 시민의 얼굴을 모르지만, 상대는 나를 잘 알고 잇는 것이다

분명 욕하면서 자신의 흉측함을 비웃는 것이겠지

 

다시 몽둥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온몸의 근육을 강화시키며, 충격에 대비했다 

 

이번에는 허벅지를 맞았다

정말, 부러져도 상관없다는 정도의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감각이라는 것이 없어져 버린 것처럼

다리가 매우 뜨거웠다

 

견디기 힘든 통증에 이성이 튕겨져 나갈 것 같았고

자신도 모르게 이 시민을 미워하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를 악물고, 턱을 삐걱거렸다

나는 통치자다. 필로스를 통치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시민을 미워한다고, 분노를 터뜨릴 수는 없다

나는 누구보다 시민을 사랑하고, 누구도바 이 도시를 번영시키겠다고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설사 쇠를 맞든, 비웃음을 당해 짓밟히든

시민을 미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남성은 필로스 트레이트의 이런 마음을 모르는지

계속 이렇게 말하고만 있었다

 

"죽어라, 이 더러운 시민의 적!!"

 

철이 다시 소녀의 몸을 노렸다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감옥 속에서

약간의 등불의 불빛만이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빛조차 없는 어둠만이. 필로스 트레이트의 시야를 덮고 있엇다

 

공중에 무언가가 양단하는 소리가 들렸다

몇 순간의 시간이 지나면, 또 그 통렬한 충격이 자신을 덮칠 것이였다

몸을 굳게 가누고 자세를 취하니

어둠이 살짝 드리운 것이 시야의 가장자리에 비추고 있었다

 

구타 소리가 아닌, 살을 찢는 듯한 소리가

귀에 착 달라붙으며, 지하 감옥에 울려퍼졌다

 

통증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신기하군, 소리가 들린 뒤에는 반드시 통증이 왔었는데

 

설마, 자신이 겨우 힘을 빼는 순간에, 때릴 생각일까

필로스 트레이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몸을 굳힌 채, 눈동자를 열었다

여전히 등불이 비치는 소량의 빛 외에는 어둠 그 자체

주위는 이미 어둡다기보단 검은 물감을 칠한 듯한 형국이였다

 

그리고 목소리가 울리니, 하나는 신음 소리, 또 하나는

 

"더럽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였다

 

"어쨌든 나는 선량한 사람과는 달라서 말야"

 

쿵 하고, 뭔가 질량있는 것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야는 아직도 어둠이 펼쳐지고 있었다

단지 거기에 쌍커풀 같은 것이 보였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날카롭고, 검은 색이 짙은 눈동자...

 

필로스 트레이트의 기억 속에 그런 눈동자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그녀는 목구멍에 핏물이 맺힌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말하는게 너무 오랜만에 느껴진 나머지

목구멍에서 나온 목소리는 상당히 흐릿한 목소리였다

 

"......뭘 하러 온 거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왜 자신에게 온 건지, 그런 건 묻지 않았다

그것들은 필로스 트레이트에게 잇어서 지극히 좋은 일에 지나지 않으니까"

 

단지 이상했던 것은, 어째서 그와 같은 인간이, 이런 곳에 온건가

 

악덕의 루기스는 등불을 강화시키며 말했다

그 위험한 눈이 조금 가늘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뭐, 동맹 상대가 감옥에 있다면, 열쇠 정도는 주는게 이치 아닐까?

아 은혜 같은 건 느낄 필요가 없어, 그냥 지나가다 온 것 뿐이니까"

 

루기스는 고개를 떨구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 뭐라고도 가벼운 말투에

필로스 트레이트는 무심코 눈을 깜박였고

순간, 등골이 저리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지나가다가 왔다. 그는 그렇게 말한 것인가

 

즉, 이 남자는 다른 주목적으로 여기에 왔고

지나가가 우연히 자신을 변덕스런 마음으로 도와줬다고 하는 건가

 

필로스 트레이트는 자신도 모르게 메마른 웃음이 떠오를 것 같았다

 

아, 나도 이제 바보 취급 당하는 거군

사랑하고 지켜야 할 시민에게 몽둥이를 맞고

미워해야 할 적에게 손을 뻗어야 한다니

얼마나 왜소하고 경시받는 존재가 되어버린건가

...라고 하면 업신여겨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버릴 것 같아

 

뭐,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 따위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금 힘을 주어서, 말했다

 

"...비루하게도, 저는 도시 필로스의 통치자 필로스 트레이트

남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통증에 삐걱거리는 몸을 기어가며

어떻게든 얼굴을 들면서, 말을 계속했다

마치 전장에서의 재현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등불의 불빛이 하나 더 켜졌다

 

"시민에게 버림받고, 적에게 인정을 받고

그런 꼴을 드러낸 채, 살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그냥 죽이세요, 아무튼 난 당신 편이 아니니까"

 

어둠 속에 떠 있는 두 개의 등불을 바라보며

필로스 트레이트는 사나운 눈매를 하고 말했다

소녀의 볼을 등불의 빛이 핥듯이 비춰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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