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01화 - 그 의지와 영혼 -
피에르트가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는 대신전
주위의 공간이 삐걱거리며, 흑구체로 쏠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 광경을 이를 악물며 바라보고 있었다
마력빛이 어둑어둑한 어둠을 피해가는 가운데
그림자는 그 틈을 누비듯이 형태를 바꾸었다
빛에 날려 흩어지는그 모습은, 어느덧 하나의 몸의 윤곽을 만들어 갔다
그 시야 끝에는 팔다리를 부둥키며 마력의 분류를 발하는 그녀와
그들이 있었다,
그 본연의 자세는 그림자에 있어서는 훌륭하기까지 했다
변혁자 피에르트
지난 세계, 나머지 두 명과 함께 아르티우스 이래의 마법혁명을 일으킨 자
이제 그녀는 마법이 가리키는 틀조차 내팽겨쳐 버렸다
그리하여 지금 그들은 자신이 바라던 대로
열심히 대마 아르티우스의 지배 영역을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의지를 가지며, 목숨을 걸고...
그 의지는 분명 루기스가 이들에게 준 것일 것이다
그림자는 스스로 비웃듯 몸을 일그러뜨렸다
권속들의 활약상과 비교해서, 나는 어떨까
"한심하군, 아무런 도움도 못 주고
그저 목소리를 들어주는 역할 뿐이라니, 눈물이 날 지경이야"
그것은 목소리였을 수도 있고, 소리였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 닿을 것도 없이, 그림자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림자는 시선의 끝을 마력의 분류를 발하는 피에르트가 아닌
그녀에게 휩쓸려 가는, 아르티우스 쪽으로 바꿨다
아직 엘프의 기원 주술에 몸을 갇힌 아르티우스에게
비쳐진 마력의 뭉치를 피할 방법은 없다
출현했다고는 해도, 저 몸은 아직 알류에노, 인간의 것이다
그렇다면 엘프의 저주에 사로잡히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래서 아르티우스는 말 그대로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의 혼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난폭한 마술은 창끝이 조금만 빗나가면, 신전을 그대로 삼켜버릴 것이다
그것을 이룰 만한 위세를 그녀는 가지고 있다
인간은 물론 거대 마수조차도 단숨에 삼킬 수 있는 흉포함
하지만, 하고 그림자는 입술을 흔들듯이 떨었다
그 몸이 빛을 받아 조금 꺾였다
그래도 녀석을 밀어 넣기엔 아직 부족해
영웅영걸이 가졌던 검술, 저주, 마법은 저를 쫒기엔 아직 부족하다
심지어 자신의 권속은 대영웅과 함께 쓰러졌다
대마란 그런 존재다
인간이 이겨서는 안 될 존재로서 세계에 창조되었다
일찍이 거인이나, 용, 마족으로 불리는 자가 그랬듯이
그중에서도 아르티우스라는 존재는 더욱 특이했다
온갖 대마를 엎드려 때때로 그 머릿속을 부수고 흘겨보던
왕... 아니, 대마의 주인, 그것이 지금의 그녀였다
아직 그 녀석이 인간이였을 무렵부터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모순되는 것 같지만, 녀석을 죽일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너 자신 밖에 없을 거야
그러니 아르티우스를 물러나게 하려면
한 가지의 일을 더 해야 한다
그림자는 몸을 기울이며, 입술을 치켜올리듯이 웃었다
"아르티우스, 과거의 맹우여
예전에 함께 있었던 것 말야,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나?
네 놈이 아무리 짖더라도, 이미 그들은 이렇게도 고집이 센 걸"
그림자는 그것만을 입에서 내뱉고 사라졌다
아무도 그림자가 있었던 것도, 그리고 소리를 내뱉은 것도 알지 못했다
*
주술로 구성된 흑구체 안
혁혁한 마력의 섬광을 그 몸에 받으면서
아르티우스는 고민에 표정을 일그러뜨리지도
오열을 흘리지도 않고, 단지 그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이상한 듯이, 의미를 모른다고 할까
황금 머리카락이 흔들거리듯이 꿈틀거렸다
조금전까지 머릿속에 떠올렸던 궁금증이
아직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그 루기스란 자에게
모두가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 하는 건가
거기에 뭐가 있단 말인가
아르티우스는 그것이 신기해 견딜 수 없었다
좋든 나쁘든 루기스란 자의 영혼은 평범하다
영웅적 존재가 아니며, 용자가 될 수 있는 운명을 갖는 것도 아니다
영웅이나 용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예로부터 훌륭한 영혼을 타고나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재능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아르티우스는 그 영혼에 근본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이 어울리지 않으면, 노력은 의미를 이루지 못하고
성과는 주어지지 않으며, 태양은 그 몸을 비추지 않는다
고귀한 영혼이 없는 자의 의지 따위는 얇은 종이 한 장 만큼의 가치도 없다
그들은 정의를 내세워도 쉽게 악으로 짓눌린다
평범한 자의 선의는 짓밟히기 위한 것이고,
성의 또한 찢어지는 것이 상도덕이다
이 세상은 그런 것이며, 분명 모두가 마음속으로 이해하고 잇을 것이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숙이며 사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누가 절망하지 말라, 앞을 걸으라, 그렇게 말할 수 잇겠는가
희망을 갖고 세계를 밟으라니, 참혹하기 짝이 없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아르티우스는 절망을 허용했다
모든 것을 박살내고,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서하며, 행복과 구제를 베풀자
무력한 자의 미연을 허용하는 거야
아르티우스는 그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지상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야말로, 그 지도자에 적격이라고 확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너나없이 그 평범한 영혼만 가진 인간에 가치를 발견하고
그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것인가
카리아 버드닉도, 피에르트 볼고그라드도, 엘디스도
이전에는 모두 원하며, 신령 아르티우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 구원을 받아들였다
아르티우스의 구원을 올바른 것으로 여기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이라기 맞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미연을 받아들 이들은 순순히 그 눈을 감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마치 정반대의 위치에 스스로를 두고 있다
스스로의 피를 흘리는 시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니
역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을 선도한 것이 대영웅이라면. 무슨 방법을 취할 수도 잇을 것이다
그 영혼은 아직 믿을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그 루기스에게 무엇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있는 것은 그저 불손안 자아 뿐인데
그런 하찮은 인간의 무엇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걸까
아니, 근본을 찾으면, 오우후르에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럴 가능성은 크다,
그는 아르티우스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존재였다
그야말로 함께 인간이였을 때 부터 아르티우스에게 유일하게
반론을 이룬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렇다면 지금도 또한 루기스라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만이 아닌
거기에 무언가 장치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강렬한 마의 극광이 아르티우스의 온몸을 핥아갔다
그것은 더 이상 상대에게 아픔을 주는 것이 아닌
존재 자체를 흔들고, 개념을 없애기 위한 폭위 마법
적어도 예전 무렵, 피에르트는 이런 마법을 다루지는 못했다
아르티우스의 뺨이 일그러지고 황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눈에 비친 것은, 상대를 찬양하는 듯한 색조차 떠올리고 있었다
이것도 저것도 그 놈이 미친 영광이라면, 상관없다
아프티우스는 마력의 격류 속에서 한숨을 쉬듯 말했다
오랜만에 사람으로서의 말이 돌아온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원치 않는 것이 들어왔다면, 물감으로 덧칠해 버리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티우스가 가볍게 손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손을 뿌리려던 순간
손가락 끝에 찢기는 통증이 있었다
붉은 피가 마치 아르티우스의 행동을 거절하듯 뚝뚝 떨어졌다
황금 눈동자가 스스로를 비웃듯 가늘어졌다
그러고 보니 너야말로 그에게 영향을 받은, 첫 사람이였나, 성녀 알류에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