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0화 - 피에르트라는 여자 -
눈을 떴을 때, 내 몸이 있던 곳은
주점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2층이였다.
아마도 시간은 밤으로 보인다.
창가에서 달빛이 방안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주위에는 소리가 없고, 정적이 주위를 감쌌다.
하지만 속마음은 정 반대였다.
가슴속에는 난감함과 혼란이 서로 손을 잡고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뭐지? 어떻게 된거야?
헤르트 스탠리와 검을 주고 받고,
도마뱀의 턱이 작살난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하지만 그 후, 어떻게 현장에서 도망칠 수 있었는지가 확실치 않다.
분명 나는 숨지기 일보 직전이였기에,
누가 나를 여기까지 운반해 준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것은 바람의 포효 였다.
그리고 누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무언가에 감싸이는 듯한 감촉,
그런 감촉을 애매한 의식 속에서 기억하고 있었다.
바람이 나를 끌어안아 건져 올린 것이다.
피에르트 인가
몇 가지의 가정을 더듬어 봐도,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딱 한명.
악의와 먼지가 소용돌이치는 결투장에서,
나를 구해 낼 수 있는 것은 그녀 혼자 일 것이다.
물론, 내가 이제까지 한 행동이 모두 꿈 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려고 한 순간에, 꿈이라는 가정은 부정되었다.
격통이 오른쪽 옆구리에서 온몸을 고통으로 뒤집어 놓는다
무심코 악문 어금니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턱을 떨면서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려내렸다
"...아직 일어나면 안돼.
맹수, 심지어 드래곤도 다치면 안정을 위해 휴식하는 법이야"
드래곤도 잘 못하면 수백년 단위로 상처를 치유하는 거라고,
피에르트가 그림자에 숨은 듯이 나에게 말했다.
말투는 이상하게도 공손하고 딱딱했다.
갑작스럽게 누가 말을 걸어서 그런지
몸이 놀라서 다시금 고통에 휩싸였다.
"...있다면 있다고 말해줘, 왜 숨어 있는 거야?"
"고맙다는 말은?"
이쪽의 말을 씹어 삼키듯, 피에르트는 토라진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나도 모르게 눈꺼풀을 깜박였고,
답답하다는 듯이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고맙다고, 그런 말을 해줬으면 해.
나 말야, 당신을 구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게다가... 내 가슴 속에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고.
어쨌든, '너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이런 말 해주면 안돼?"
그림자 속에서 피에르트가 얼굴을 숙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로서는 눈을 부릅뜨고,
까닭 모를 감정을 가슴속에서 데굴데굴 굴릴 뿐이였다.
왜냐면, 지금 보이는 토라진 어린애처럼 보이는 그녀와,
지난 여행에서 본 냉정하고 우사하고, 매사에 빈틈없는
피에르트 볼고그라드가 너무나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언행도 적잖이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난 것은 틀림없지만,
이번 모습은 지금까지의 모습보다 더 크게 빗나간 것임에 틀림없다.
대체로 나 같은 인간에게 약점을 보이는 존재는 아니였다.
"맞아요. 루기스 형은 누나에게 감사해 하지 않으면 안돼요.
며칠동안, 잠을 거의 자지 않고 형을 간호했으니까 말이야."
어렴풋한 목소리가 방문을 여는 소리와 함깨 들려왔다.
문을 통과하기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거구,
빈민굴의 거주자 우드였다.
동시에 그녀의 여동생 셀레알도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셀레알은 입술을 다문 채 어딘가 서먹서먹하게 눈동자를 흔들고 있었다.
며칠? 아 그런가, 나는 며칠 동안 누워있었던 것인가
"고마워, 피에르트. 네가 없었다면 난 지금쯤 저승사자와 만담을 나누고 있을 거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하며 말했다.
게다가 피에르트에게 목숨을 건진 것은 이번이 첫번째가 아니다.
지하 신전에서도 목숨을 구해진 일이 있었다.
정말 이 여자가 없었으면, 나는 이미 나뒹구는 시체 였을 것이다.
행운의 여신에게는 버림 받았지만,
검은 머리의 여신에게는 버림 받지 못한 것 같다.
...라는 터무니 없는 말을 해본다.
약간 수치스러웠지만, 그래도 카리아에게 구해지는 것보단 나았다.
그녀라면 말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순간, 피에르트의 부끄러움 같은, 묘하게 담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시 한번. 아니 내가 만족할 때까지"
진짜냐
그렇게 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거기서부터 피에르트가 만족할 때까지
찬사를 계속하게 되었다.
우드랑 셀레알도 듣고 있으니 무지 창피했다.
딱히 피에르트가 카리아 보다 낫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을 매우 잘 알게 되었다.
*
"아이고... 그럼, 나도 형과 누나에게 감사해야지"
번지르르 한 칭찬으로 피에르트가 만족한 얼굴을 보이는 가운데,
우드가 중간에 말을 꺼냈다.
우드는 그 거구를 크게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셀레알을... 고마워... 형, 누나. 내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그건 어딘가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 였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에 떴다.
그것은 감사함과 동시에 뉘우침과 한심함이 섞인 목소리 였다
말 없는 셀리알도
자신의 오빠의 태도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조그맣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그것은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내뱉는 듯한 말이였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말을 골랐다.
"우드, 고마워할 필요 없어, 이건 계약이잖아?"
그렇다. 이건 계약이다.
나와 이 남매와의 관계는, 하나의 계약 위에 성립되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