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6화 - 집결하는 배우들 -
매장감옥 벨라
갈라이스트 왕국 남동부에 존재하는 그것은
더러운 생쥐나 벌레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였다.
언제나 어수선하고 땅에 떨어진 음식물 조각들을 청소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수도관에 둘러싸여 있는 영향이나 습도도 적당해
잠자리를 갖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마음대로 석상 복도를 뛰어다녔다고 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있다. 죄수도 간수도 일종의 그런 불결함 같은 것에는 익숙해졌디.
그런 환경 탓에,
이곳에선 평소 쥐도 벌레도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신이 사는 곳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만큼은 상황이 다른 모양이었다.
평상시에는 청결함 같은 건 눈씻고 찾아봐도
흘러내리지 않을 교도관들이 몸가짐을 정돈해
복도의 오물을 청소구로 닦아 갔다
물론 평상시에 청소를 하는 극소수의 인간도 존재하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모두가 변해버렸다는 듯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쥐들도 언짢은 듯이 구석으로 파고 들어갔다.
익숙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한참 마루가 번쩍거릴 무렵,
돌바갇을 딱딱 두드리는 소리가 감옥 안을 울렸다
그것은 상류층이 바닥을 두드리는 버릇과도 같았다
간수들이 정렬하면서, 그 인물을 맞이했다.
"굳게 붙은 이끼란 것은, 임시로는 떼어낼 수 없는 거야
더러움을 감추고 싶다면, 적어도 좀 더 신경쓰도록."
남자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감옥 바닥을 두드렸다
간수장이 남자 옆에 붙어 맨 안쪽 방까지 선도를 시작했다.
소리내어 거만하게 걷는 남자의 옷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묘하게 호사스러워 감옥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그의 언행 하나하나도,
주위의 자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혼자서만 공기 속에 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도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일로,
감옥의 간수를 맡는 자는 거의 모두가 저속한 서민 출신.
학식이란 걸 모르는 자들조차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달랐다.
그는 귀족계급의 일원으로서,
감옥 벨라의 총책임자. 교도소장 팔로마 바사르
갈라이스트 왕국으로부터 감옥 벨라의 죄수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자
그렇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서류상의 이야기고,
실제론 팔로마가 감옥에 지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이런 감옥따위 유지한들,
수중에 들어오는 수입도 거의 없는 것이였다.
손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해봐야 애국자라는 칭호 정도.
그렇다면 영지 경영에 힘쓰는 게 훨씬 이익이였다.
본래라면, 이번 또한 이곳에 발걸음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입 안에서 씁쓸한 것을 느끼며, 교도소장실로 큰 발을 디뎠다.
이곳은 적어도 제대로 신경써서 청소한 것인지,
급하게 청소한 다른 곳들보다는 훨씬 정상인듯 했다.
그럼에도 팔로마는 눈을 크게 일그러뜨리며,
불만스러운 듯이 입가의 수염을 가볍게 매만졌다.
그리고 간수장에게 향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녀. 팔로마가 이 자리에서 그 존재를 고한 순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 간수장은 잘 알 수 있었다.
준비된 대답을 하듯이, 간수장은 말을 나열해갔다.
"예, 수인번호 2066번이라면,
귀빈 수인실에서 정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이면도 없이, 지금의 상태만을 담담하게 표현한 말이었다.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죄수번호 2066번, 죄수명 나인즈.
그녀는 대역죄인 루기스의 어린시절 양부모이자,
동시에 대성교 성녀 아뤼에노의 양부모이기도 하다.
분명 그 취급에는 모두가 마음을 애먹었을 것이다.
대역죄인 루기스와 관계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 존재를 보고도 못 본 체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만약 그 몸에 멋대로 손대어,
성녀의 분노를 산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몸의 파멸뿐...
그러니, 나인즈는 마치 종기를 취급하듯이
끊임없이 감옥을 거쳐서, 최후에는 매장감옥 벨라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팔로마가 떠밀렸다는 뜻이지 말이다
팔로마는 간수장과 시선을 마주친 채,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것은 무언가 의미를 함축한 듯한 말투였다.
"그녀는 대죄인 루기스의 양부모다
구교도 관계자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장 자백을 받아내라"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그 말에,
무심코 간수장은 두 눈썹을 치켜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간 교도소장이 잘 못 말한게 아닌가, 하고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수 있는게 이곳에 이르렀을 때,
나인즈를 정중히 대하라고 말한 것은
다름아닌 교도소장인 팔로마 본인이얐다.
그런 그가 어째서, 이제와서 정반대의 말을 입에 담는 것인가.
무심코, 정말 괜찮은 겁니까, 하고 되물었다.
그걸 예상한 듯이 팔로마의 목소리는 간수장의 말을
그대로 삼키듯이 내뱉어졌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상관없어
저 여자는 사악한 구교도야, 성녀님과는 아무 관계 없어"
팔로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마차 안에서, 몇가지나 생각했던 각본 중 하나였다.
"구교도들 중에서 그녀가 구교도라는 밀고가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자백을 강요해서,
저 년의 죄를 인정하게 한 후, 왕도에서 처형해버리는 거야"
그는 그러한 각본을 간수장에게 말했다.
간수장은 더 이상의 반론을 하지 않았다.
팔로마가 말하는 이상, 그것은 이 감옥 내에선 진실이 되버리는 것이였다
오히려 이 이상 이것저것 캐물으면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지도 있었기에 말이다
간수장이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교도소장실을 나서는 것을 보고,
팔로마는 입에서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순간 험악하게 얼굴을 바꾸며
대성교의 실수를 우리가 만회해야 겠어
*
설원에 무겁게 발굽 자국을 남기면서 발레리 브리트니스는 가도를 달렸다.
그 뒤에는 수천의 병사와 기병이 따라다니며 똑같이 달리고 있었다.
철그럭거리는 군화소리가 눈 속에서도
강하게 울려퍼지며 공기중에 울려퍼졌다.
승마술이 뛰어난 탓일까,
발레리의 말은 점점, 주위를 뿌리치고 앞서나갔다.
사실상 병사들이 낙오될지도 모를 기세로
말을 거세게 모는 발레리의 등을 향해 튀는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장군!, 브리트니스 장군!
고삐를 늦춰주세요, 낙오자가 생길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 몇번이나 반복된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 네이마르 글로리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그러면서도 화려하게 말을 다루며 발레리의 등을 쫓았다.
그제서야 겨우 주위의 모습이 발레리의 예리한 눈에도 멈췄을 것이다.
이런, 이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으로 발레리가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 것이 네이마르에게는 보였다.
네이마르가 숨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발레리는 그녀에게 고했다.
"왜 그런가, 네이마르 부관"
정말, 순수하게 의문을 발하듯 단발을 휘날리며 발레리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네이마르는 눈을 부릅뜨고 말을 뱉어냈다.
"보시다시피 지금과 같은 기세로 가시면
병사 들 중에 낙오자가 생기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레리는 네이마르의 말을 삼키듯이, 그런가, 라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이 대화도, 지금까지 몇번이고 반복한 것이다.
그리고 전혀 수긍하지 않은 채, 그녀는 또다시 앞으로 돌진해갔다.
아마도 이번에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무엇이 문제인건지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샌가, 네이마르의 가슴 속에는 발레리에 대한,
어둑하면서도, 깊은 의심과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발레리 브리트니스라는 인간은, 틀림없이 재능을 가진 인간일 것이다.
승마술, 몸놀림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았다.
이전에 네이마르가 동행했던 리처드라는 노장 이상으로,
그녀는 특유의 갈고 닦아진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리처드와 같은 강렬한 존재감이 아닌,
시선 하나만으로 상대를 꿰뚫어버릴 위태로움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과연 그 점을 보면, 마수를 격멸하는 수호 보루에 맡겨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유연하고, 어디까지나 완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병사들에게 있어서 의지할 곳이 될 것이다.
그것은 마수라는 이형과 대면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하고 네이마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개성이 강하다.
모든 게 자기중심적이라고 할까,
자기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자들도 불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었다.
오만함에서 나온 행동이 아닌 것이, 더더욱 질이 나쁘다.
그녀는 진심으로, 다른 이들이 어째서 그녀를 따라갈 수 없는지
깨닫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을 보면, 발레리라는 장군은 리처드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특히 성질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정반대였다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네이마르는 병사들에게 잠시 휴식을 하도록 명한다.
어디를 가더라도 지금 이대로는 도저히 그들의 다리가 버티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낙오자의 합류 또한 필요했다.
눈을 가늘게 뜨자, 일순 소름끼치는 노장군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활을 쥔 네이마르의 손끝에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잘도 뭐, 이런 자리를 알선 해주다니, 그 대대장은...
송곳니가 묘하게 날카롭게 울리는 소리를, 네이마르는 들을 수 있었다.
고위 귀족인 포멀 가문과 겨우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그런 말에 감쪽같이 빠져든 자신의 어리석음이 후회스럽기 짝이 없었다.
"네이마르 부관,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겠디"
이제 어느 정도 낙오병들의 흡수도 끝났겠지,
네이마르에게만 고하는 듯한 목소리로, 발레리는 말했다.
그럼, 속으로 생각하며 네이마르는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대답했다.
본래 동방 국경으로 향할 거라고 들었었는데,
중간에 중계지점을 만든다는 뜻인 걸까.
그러나 여기서 남하한다고 해도, 이렇다 할 요충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작 감옥이 하나 있을 정도...
네이마르가 그리 말하자,
발레리는 방금전과 똑같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우리 부대는 감옥 벨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