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46화 - 그녀의 실의와 선택 -

개성공단 2020. 5. 1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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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웅 아르티아의 죽음. 

타살자는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자, 오우후르

 

어째서 오우후르가 아르티아를 죽였는가, 

아직도 도하스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여정을 함께 해왔던 동료이며, 

아르티아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던 그 남자
결코 오우후르도 아르티아를 싫어하던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신뢰했을 터였다.
이상을 공유하고, 함께 하겠다고 서로 맹세를 나누었을 터.

 

도하스라도 그런 그들이기에, 맹우로서 함께 했었다.  

마수이면서도 그들의 고결함에 경의를 표했다.
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남자가 어째서 배신자가 되어, 배신자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됬는가.

조각만큼도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당시 가장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느꼈던 기억이 났다

 

그것은 도하스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당시 생존했었던 아르티아의 맹우들,
그 누구에게도 오우후르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우후르에게 추궁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아르티아를 살해한 후 스스로 그 목숨을 끊었으니까. 

무엇이 일어났고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디서 단추가 잘못 끼워져 모든 일이 엉망이 되버린 건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혹시 어쩌면 아르티아는 오우후르에게만 무슨 이야기를 한 걸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우후르에게 있어서, 

아르티아를 죽이기에 충분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우후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티아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였을까


어쨌든, 아르티아의 죽음의 원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은폐되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건국의 대영웅이,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자에게 살해당하다니. 

그런 말을 당당히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따라서 그녀의 죽음은, 

오랜 세월 가혹한 전투를 거듭해온 것이 원인이 되어 

자연사 했다는 것으로 포장되었다.
행복한 최후였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을 아는 자들 모두의 기도였고 바램이었다.  

누구보다도 고통을 짊어지고 누구보다도 상처를 입어가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던 그녀의 최후만은 행복하길 바랬다.
설령 기록 상에 불과할지라도


그리고, 인류가 가장 위대했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아르티아의 죽음 이후 제국의 반석은 흔들리기 시작해 균열을 일으켰다.


절대적인 정신적 지주였던 대영웅의 부재. 

그것은 포용할 수 없는 야망을 가진 제왕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아직도 모든 것을 아르티아의 위광에 의지하고 있던 

시대였던 것도 큰 타격이었다.


결속되어 있던 제왕의 몇명이 독립을 선언해,

사람들은 스스로의 통일을 외면했다

아르티아 시대에는 서로 손을 잡고, 미소를 찬미했던 인간들이

오직 검만을 대화 수단으로 쓰게 되었다

 

아르티아 이외의 황제는, 황제가 아니다.


그것이 당시 너나 할 거 없이 나왔던 말이다.  

도하스라는 그 당시 인간의 마음이란 녀석을 다시금 이해했다.

 

그들은 오직 압도적인 강자에만 뭉칠 수 있고

그러다 강자가 없어지면, 자신이야말로 강자라며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아르티아가 쌓아올린 제국은, 그녀의 사후 십수년 사이에 무너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인간은 대륙의 패자가 되어, 자신들의 발로 땅을 걷고 자유를 얻었다. 

문명과 문화를 쌓아올리는 행복한 시대를 누렸다.


아르티아가 말하는, 모든 사람이 통일된 깃발 아래

누구나가 구원받고, 모두가 행복한 시대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정령에 지배되고, 용에 슬픔을 나누고, 거인에게 통치되던

시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도하스라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르티아나 동료였던 인간 이외를 도하스라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예전처럼 혐오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아르티아가 죽은 후, 그에겐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증오할 적도 믿어야 할 주인도 없는 나날. 지독하게 허무한 생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고향이었떤 남방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생각했었던, 그 때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를, 도하스라는 평생 잊을 수 없었다.

 

도,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다시 한번 모든걸 이루어보지 않을래?

모든 것을 도색하고, 세계라는 그림을 다시 그려보자

 

도, 도하스라를 가리키는 애칭. 

그것을 부르는 것은 당시의 동료들 뿐으로, 

그리고 이렇게나 친숙하게 부르는 것은 단 한사람 뿐

 

하지만 목소리는 너무나도 예전과 달라서

심장을 움켜잡는 듯한 감촉 같았기에, 도하스라는 아직도 그것을 잊지 못했다

 

 

 

 

 

*

 

 

 

 

 

"아르티아는 죽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성 그 자체가 되어버려, 대마의 주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도하스라는 먼 지평선 너머를 마안 속에 비추며 말했다다. 

목소리는 그가 가진 특유의 것이었지만 음색이 어딘가
쓸쓸한 것으로 들린 것은 기분 탓일까.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면서.   

그래서, 하고.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마수의 뿔이 가볍게 기울여지면서, 눈동자가 동시에 가늘어졌다

 

"딱히 별거 없어요

아르티아의 마는 여전히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잇을 뿐"

 

원시적 종교조직을 대성교로 개편시켜, 

신앙으로서 인간을 하나로 뭉치게 하려고 했다.
아마도 신으로서 사람의 입을 통하는데 있어서

그녀의 이름, 대영웅 아르티아에서, 남성 이름인 구제신 아르티우스로

변모했을 거겠지

 

아르티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고, 도하스라는 말했다.


인간은 국가에 의한 통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나 한 가지의 오만과 소망과 욕구 때문에 일을 하고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위광과 힘으로 억눌러도, 언젠가는 망할 것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통치 같은 건 불가능하다. 지배할 수 밖에 없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하고, 아무것도 사고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저 엎드려 지혜를 버리고, 아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은 지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고

모두가 구원받고, 모두가 행복한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 그들은 모두가 이렇게 말하겠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그렇게, 도하스라는 말을 마쳤다


"이것 뿐입니다

그녀는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습니다

언젠가 영웅이 이곳으로 올 때까지 말이지요"

 

그의 말을 곱씹으면서, 턱을 괴었다. 눈꺼풀이 묘하게 뜨거웠다.


나는 그 마수에게 그것은 반지를 지키기 위해서냐고 묻자

마수는 가볍게 눈을 부릅뜨며,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렸다


이해가 안돼


정보가 머릿속에 몇개나 흘러들어와 난반사를 일으키고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판단을 못내리고 있는 것이였다.

 

아르티우스, 아르티아의 과거

그 목적은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게엔 너무나도 길다

물론 사람 또한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할 순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숨에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이상한 점이 많다

물론 도하스라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정보의 각색이나 결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신앙이니 통일이니, 모두 정신이 아찔해지는 이야기 뿐이군

게다가 대성교도들 중에도 지혜의 배척을 싫어하는 세력은 있을 것이야"

 

피아랄트가 간신히 말을 찾아낸 듯 했다.  

그것은 분명 정론으로, 아르티아의 사상을 베어내버릴 수 있는 한 마디,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기분 나쁜 예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지나친 망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동시에 직감이 들었다

그것은 등골에 추악하고 부취가 나는 것이 저리게 하는 것

도하스라는 피에르트의 물음과 나의 예감에 응하며 답했다

 

"간단한 이야기죠

너희들 인간은 언제든지 궁지에 몰리면 통일이 된다고요

예전에도 그랬다고 말했잖아요, 

그럼 다시 한번 그렇게 하면 될 뿐이에요"

 

그야말로 온 인류가 저항하기 어려운 재해라도 만들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은 원만하게 수습될 것이고,

누구나 구원받고, 누구나 행복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도하스라는 말했다

 

창 밖에 한랭나비가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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