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2화 - 초인 소녀 -
나나나기 시즈쿠에게 아군이 있는 것
아직 세상은 모르고 있었다
그녀를 숨겨줄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였다
나는 몇 가지의 상품을 봉투에 넣은 채, 편의점에서 나왔다
숨겨주고는 있다지만, 나란 사람은 수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아마추어였다
제공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은신처
그녀는 자력으로 증거의 인멸을 도모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사카기와 유우네를 죽였을 때는
나와 연결된 흔적을 모두 쥐에게 먹여 두었던 것 같다
즉 그 시체를 조사해도, 나오는 것은
나나나기 시즈쿠가 그녀를 죽였다고 하는 사실 뿐
나에게는 결코 해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였다
실제로 그 시체를 발견했을 때, 학교는 다시 시끄러워졌지만
나와는 연결된 증거가 없었기에 의심받을 것은 없었다
조금 이상한 것은 케이스케들을 죽였을 때의 흔적을
시즈쿠가 지우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시체를 조사하는 것만으로 내가 학대받은 사실을 알 수 있을텐데
어째서인지 한 번도 경찰이 방문하지 않았었다
이 나라의 경찰은 우수하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능을 드러냈으니
과연 어떠한 술책 같은 것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예를 들면...
"날치기야!"
등 뒤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마스크 차림의 남자가 고급스러운 가방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더욱 안쪽에는 남자 쪽으로 손을 가리키고 있는
여인이 목소리를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 비통한 외침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했지만
정의의 마음으로 도둑을 잡으려는 인간은 그리 많치 않았다
소매치기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말려들기 싫다는 두려움 때문에 옆길로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같은 개인주의 시대에
자신과 도움도 안되는 사태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인간이 얼마나 있을까
상대가 무기가 있든 말든 그건 달라지는 그런 것이 아니였다
정의로운 편을 들 생각은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기에
남자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그 남자를 저지할 틈도 없이, 나는 순식간에 떠밀려갔고
남자는 혼잡 속에 섞여 버렸다
아무리 여성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도
정반대 방향에서 오는 사람까지 사연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였다
남자가 헬레벌떡 뛰어 온다고 해도, 어딘가 바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아아... 내 가방...!"
낙담하는 여인
일어서지 않는 것은 다리가 까져 버린 탓일까
아니면 기분이 침울해져 버렸기 때문일까
쓸모가 없었던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은
처음 보는 여자를 위로하는 일이 아닐까
"...응?"
내가 그 여인을 향해 다가가려 할때
한 발 앞서 그 여인에게 달려간 사람이 있었다
어딘가 본 기억이 있는 여성이였다
저 날씬하고 기다란 신체는... 확실히 여동생이 동경한 그 여자였다
"가방을요? 도둑맞았어요? 범인은 저쪽으로? 색깔이 그렇다구요?
안심하세요. 지금 당장 제가 붙잡아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람들 틈으로..."
여성의 말도 다 듣지 않은 채
그녀... 오기와라 유우코는 근처의 전신주를 발판으로 삼아
인파들을 뛰어넘어 저 멀리까지 날아가 버렸다
"하!?"
파쿠르의 차원이 아니였다
3미터가 넘는 혼잡을 가뿐이 뛰어넘었던 것이였다
스커트 차림인데도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지?
방금 그녀를 뛰어넘어간 인간은 바로 위를 향하면 팬티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궁금하니까 한 번 쫓아가 봐야지
혼잡을 틈타 날치기를 시도했던 남성은
혼잡 때문에 도주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같았다
유우코가 착지하는 것과 남자가 인파를 빠져나간 것은 거의 동시각 이였다
미리 여성으로부터 가방의 특징을 전해들었던 그녀는
이내 그것이 훔친 물건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남자의 팔을 붙잡고선
"어엇?"
"그건 당신 가방이 아니에요. 어서 돌려주세요"
"이거 놔!"
유우코가 남자의 팔을 붙잡자
남자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때리려 했다
그러나 주먹은 유우코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갔으며
유우코는 남자의 옆구리를 잡고, 동시에 턱을 들어올린 다음
동시에 다리를 차버리며 순식간에 남자를 제압했다
"으.....읔"
"날치기에 꽤 재주가 있던 것 같은데 잡혀버렸군요
다음엔 오토바이를 타보는게 어떠실까요?"
"으...읔"
"곧 경찰이 올거니까, 가만히 여기서 기다리시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죄 짓지말고, 열심히 사세요"
어느 새 신고했는지, 확실히 경찰이 왔다
범인은 인도됐고, 가방은 무사히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날치기는 현행범 체포가 어렵다고 하니
사건으로 빨리 종결된 것이, 누구에게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유우코 또한 체포 사유의 청취를 위해, 동행하는 것 같았다
"....무카이자카 군?"
"네?"
그건 내 이름이였다
성으로 불린 것은 오랜만이였기에, 난 무심코 반응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녀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일까?
유우코는 양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내게 꾸벅 절을 했다
"체포 협조, 대단히 감사합니다"
"혀..협력? 전 그냥 떠밀려 나갔을 뿐인데요"
"그럼, 그렇게 해두죠
제 이름은... 얼굴을 보아하니 이미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나중에 또 만나죠"
"자.. 잠깐만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죠?"
오기와라 유우코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곧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아는 게 당연하죠"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오기와라 유우코를 만났구나?"
"엣"
내가 편의점에 발길을 옮긴 것은
원래 시즈쿠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기 위해서 였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먼저 내게 질문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치 현장을 다 보고 있었는 듯한 심문은 나를 경직시켰다
시즈쿠의 눈동자에는 모멸이나 적의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네...네"
"흐음... 찍힌거로구나?"
"아...아니, 별로 그런게 아니에요
소소한 사건이 일어나서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뿐이에요"
시즈쿠는 내가 사온 아이스크림 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꽤 귀여울 지경이였다
"그게 찍혔다는 거야
유우코는 나를 쫓아다니는 일에 대해선 전문가거든
육감이든 칠감이든 뭐든 좋겠지만
뭔가 내게 연결되는 것을 너에게서 느꼈음에 틀림없어
아무튼 그런 놈이야"
"...저기, 이름을 알고 있다면 조종하면 되는 거잖아?"
그녀는 이름을 안 생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그녀가 내 이름을 결코 부르지 않는 것은
나를 절대로 조종하지 않겠다는 성의의 표시였다.
오기와라 유우코는 미디어 출연도 할 정도로
유명한 이름이니까, 조종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시즈쿠가 TV를 켜자
그 채널에서는 지식인이 연예인의 외도에 대해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방송 인 것 같았다
잠시 둘이서 느긋히 바라보고 있자니
느닷없이 방청객 중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야 기분좋다! 북!딱! 북!딱! 북!딱 북!딱"
"와...와카타네 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런 프로는 똥이야! 왜 이딴 곳에 나를 부른 거야?
TV는 정말로 재미없어! 내가 진정한 재미란 것을 보여주마!"
와카타네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갑자기 바지를 벗더니, 국부를 노출했다
영상은 잠시 기다려주세요 라는 화면의 정지화면으로 바뀌어 버렸다
시즈쿠는 재미없다는 듯이 텔레비젼을 껐다
"그건 가명이여서 그래
사실 난 그녀의 본명을 알고 잇지만, 조금... 뭐랄까.. 못 다루겠더라구"
"뭔가 예외가 있는 건가요?"
"아니, 다룰 수는 있지만... 하면 안돼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확실히 자멸할지도 몰라"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다
골똘히 생각하는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 버렸다
그러자, 시즈쿠는 나무 숟가락에 마지막 남은 아이스크림을 얹고
내 얼굴 앞에 갖다댔다
"자기를 섬기는 건 나, 노예의 역할이지?
게다가 난 너의 웃는 얼굴이 너무나 좋아
부탁인데, 그 웃는 모습, 나한테만 보여줬으면 좋겠어"
"...뭐, 시즈쿠씨에게만요?"
"너한테는 말 안했는데, 나는 독점욕이 아주 강한 여자라고?
혹시 환멸을 느낀거야?"
"아..아니, 환멸이라뇨! 그런 여자 너무 좋아요!"
"그래? 그럼, 입 벌려, 아~!"
그녀에게 받은 아이스크림은 유난히 맛있었다
"유우코가 무엇을 노리고 잇는지는 모르지만
조심해, 그리고 만약 미인계를 친다면, 바로 말해줘
내가 세상에서 너를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해줄테니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