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2장 썩어가는 사랑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7화 - 빛과 어둠 -

개성공단 2020. 11. 19. 20:23
반응형

아무리 회상해도 그런 기억은 없었다

그러나 기억의 조작이 사실이라면

생각나지 않은 그것이 그 이유 때문이라는...

 

"나나나기 시즈쿠는 어떠한 이유로 당신을 납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활약한 기억이 없는 건, 그 때문이죠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만일 그렇게 보였다면, 제가 거짓말을 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당신은 저에게 협력해 준 사람... 말하자면 친구 입니다

절 믿어주세요, 무카이자카 씨

반드시 저는 끝까지 당신을 지키겟습니다"

 

오기와라 유우코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게 된 지금,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겠는가

시즈쿠도 유우코도 나쁜 인간에게는...

아니, 시즈쿠는 나쁜 인간이긴 하지만

나를 배신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주는 인간은 나쁘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를 장악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나를 장악했다고?

시즈쿠는 일부러 자신의 능력을 밝히면서 까지

나를 의지하고 있으니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장악하려면 능력을 밝히지 않고, 이름만 대면 끝 아닌가

 

아~ 갑자기 머리를 쓰려니, 돌아버리겠군

 

기억 따윈 없었지만, 나는 유우코 덕에 인기인이 되어있었다

예전의 거짓말 버릇 때문에 농락당하고 멸시 당하던

나는 어느새 반 친구들의 권유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야나기마, 같이 하교하자~"

 

"야나기마, 오늘 한가해? 같이 놀지 않을래?"

 

"야나기마는 자세히 보니까, 멋지네~!"

 

치한을 물리쳤다고 하니, 여성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허언벽을 가진 아이로 여겨지던 때와는 대단한 차이였다

멋있단 소리를 처음 들으니

기억엔 없지만, 일단 마음이 복잡하긴 해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하하하하하! 뭐... 대단한 건 아닌데!"

 

지금의 나라면, 어떤 여자에게 고백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치한마를 격퇴한 이야기는 다른 반에게 까지 이르고 있었다

클래스의 단톡방에서는 내가 화제에 오른 것 같았다

그런데...

 

"...속지 말아줘"

 

뒤에서 조용히 마리아가 말을 걸어왔다

주위의 뜨거운 분위기와는 다르게

그녀는 뭔가 슬픈 목소리를 내 듯이 차분했다

 

"응?"

 

"너는 너란 사람이잖아, 그럼 이만"

 

인기인 취급받는 나를 내버려 둔 채

그녀는 서둘러 귀가해 버렸다

속지 말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걸까

그 말이 걸리지만, 일단은 나는 이 인기인을 즐기기로 했다

마리아의 말은 조금 머리 구석으로 치워 두는 걸로... 그렇지만 말이다

 

마리아는 유우네 때도 경고해 주었던 사람이였다

이번 건에 대해서도 뭔가 알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시즈쿠와 유우코와는 별도로, 나는 마리아에게 모종의 신용을 두고 있었다

 

"미안해, 애들아

나 지금 또 다른 일정이 있어서 말이야!"

 

유우코의 동료가 되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적은 없지만

이런 상황을 모면할 때는 대체로 유용했다

나는 가방을 손에 들고, 마리아의 뒤를 쫓았다

 

"마리아, 기다려줘! 속지 말라니, 도대체 무슨...!"

 

계단을 급히 내려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걷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속도는 불가능한데

달려간 것일까?

그녀는 뭔가 나를 피한 것 같았다

무슨 이유가 있을 지도...

 

일단 교문까지 뛰어봤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대단한 거리도 아닌데, 금방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무거운 걸음을 간신히 학교 밖으로 내미는 순간

뭔가가 내 머리 위를 스쳐갔다

그것은 내가 위를 확인할 틈도 없이

바로 내 앞에서 착지했다

 

"무카이자카 씨, 같이 돌아가시죠"

 

"에!? 유..유...유.. 유우코... 어디서 나타난 거야?"

 

"옥상에서 밖을 관찰하고 있는데

당신의 모습이 보여서, 뛰어 왔습니다"

 

"뛰어왔다니... 너..."

 

옥상에서 교문 밖까지

직선 거리로 연결해도, 60미터는 족히 되었다

무사하느냐를 배제하고

발밑으로 착지하는 것뿐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그 상태에서 달릴 수 있다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교복 주위엔 콘크리트 파편이나, 풀잎이 묻어있었다

여자는 옷차림에 꽤 신경쓰는 줄 알았는데, 조금 칠칠치 못한건가

보기 좀 그러니까, 흙먼지 정도는 좀 털어내라고...

 

"당신은 나나나기 시즈쿠에게 눈총을 받고 있어요

혼자 돌아가려 하다니, 자살 행위 입니다.

어제는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괜찮습니다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어요"

 

괜찮다고 사양해도, 그녀는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시즈쿠가 덮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안전을 이유로 그녀는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거절의 이유를 시즈쿠 없이 설명할 자신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결국 그녀의 동행을 허락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셨나요?

저의 동료가 되어 줄 수 있겠다는 이야기는?"

 

그러고보니 보류 했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건 그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

내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나, 아무것도 도와줄 수 있는게 없는데 말야"

 

"그건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치한을 제압할 때 협조도 하셨잖아요"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유우코가 하는 일은 수사 같은 거잖아?

나 같은 일반인이 뭘 할 수 있겠어?"

 

"그건 상관 없다고 했잖아요

처음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판단이니까요"

 

"싫다니깐..."

 

"저를 믿을 수 없는 겁니까?"

 

"아니, 그런게 아니라..."

 

유우코의 발길이 멎었다

 

"그럼 저희 집에서 사는게 어떻습니까

원한다면, 당신 가족들도 데려와도 좋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날 지키고 싶어 하는 건데?"

 

"목숨이 제일인 건, 그 무엇보다도 당연한 거잖아요?

안심하세요, 아무것도 두려워 할 필요 없습니다

옷도 제공하고, 세 끼도 어떤 일이 없도록, 제가 제공하겠습니다

잘 때도 제 침대에서 자고, 목욕도 저와 같이 하기로 하죠

아침은 당신이 원하는 시간 대에 깨우고

그 외 요청이 있다면, 받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보다 확실히 쾌적한 생활을 약속합니다

나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내게 피 냄새가 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노려지지 않는 다고는 할 수 없어

왜 이렇게 고집하는 거야?"

 

"나나나기 시즈쿠를 잡기 위해서요"

 

"그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야

리스크의 분산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야?"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은, 당신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

그렇다면 당신을 관리하에 둘 경우

시즈쿠는 반드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제 말에 틀린 점이 있나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집에 가지 않으면, 그녀는 스스로가 위험해지더라도

나를 되찾으로 올 것만 같았기에 말이다

 

유우네가 바로 그 예시 였다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동물 속에 숨을 수 잇는 것 같고

그녀에게서 나를 막으려면

말 그대로 발레 한 마리 지나갈 수 없는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봐, 가족에 관한 건 내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허가를 받으러 가겠습니다

오해를 사겠지만, 당신의 애인이라는 것으로 한다면

일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뭐!? 잠깐만 그것은... 

알았어! 그...그것만은 기다려줘!

내가 어떻게 잘 말해볼께!

집에만 오지마, 알았어!?"

 

"왜 거절하십니까?

당신의 요구가 어떤 것이든

예를 들어, 천박하고 번뇌에 넘친 부탁이더라도

받아들일 텐데 말이죠"

 

"그런 문제가 아니야!

아무튼 집에 오지마!

나도 나만의 문제가 있다고!"

 

유우코는 표정을 딱딱하게 한 채

 

"...알겠습니다. 그럼 대신에 이것을..."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한 장의 종이 쪽지였다

거기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상황으로 볼 땐, 이 번호는 그녀의 번호겟지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휴대전화 번호입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주세요

3분 안에 달려가겠습니다"

 

"오뚜기 3분요리야?"

 

이걸 거부를 했다간 의심을 당할 수도 있기에, 일단 받았다

사용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한다고 해도, 시즈쿠 바로 옆에서 가능하기나 할까

 

"...일이 없을 때도, 꼭"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디 마음대로 사용해주세요

제 나름대로의 성의입니다"

 

유우코가 고개를 돌리며, 쑥스럽게 중얼거렸다

역시 부끄러움을 타는 감정만은 이해하기 쉬웠다

지금만은 나만의 방법으로서 우월감에 젖고 싶은 걸

 

심술궂은 생각으로 그녀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에 들어있는 손을 억지로 잡았다

유우코의 표정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요지부동이였다

그렇지만 주머니 안의 손은 부끄러운 듯이. 내 손을 피하고 있었고

반대로 그녀의 손을 잡으니, 그녀는 곧 얌전해져 버렸다

 

단순히 싫어한다는 선은 아닌 것 같군

무엇보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려고 하니

이번엔 그녀의 손이 잡아당겨 오니까 말이였다

 

약간의 심술궂은 생각이였는데, 나도 점점 부끄러워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