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2장 썩어가는 사랑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18화 - 암전 -

개성공단 2020. 11. 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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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또 문제가 생겼으면 하고, 유우코가 가버렸으면 했는데

이 나라는 그렇게까지는 치안이 나쁘지 않았기에

평범하게 집 앞까지 와버렸다

 

나는 겉으로는 팔짱을 끼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골머리를 앓았다

애인도 아닌 남자가 갑자기 허물없이 놀리면 싫어할까 했는데

그것도 역효과... 부끄럽다, 라고 말하며 놓아주긴 했지만

그녀는 서투른 수단으로선 나를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집에는 시즈쿠가 있기에, 왠지 복잡한 기분이긴 했다

그녀에게는 시즈쿠를 감지할 수 있는 미지의 감각이 존재하므로

물리적인 벽이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여기가 무카이자카 씨의 집인가요?"

 

"자, 그럼... 오늘 고마웠고, 다음에 보자"

 

"...역시 당신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아니야!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니까!

자, 수고했어! 그럼 내일 보자!"

 

상대는 여성이였기에, 전력으로 몸을 밀착시켜 물리치려 했지만

유우코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체구는 비슷해 보이는데, 이 힘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무슨 이 아스팔트 도로에 다리를 뿌리내리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다

 

"이제 괜찮으니까!

가족들이 자칫 연인이라고 오해하기라도 하면 어쩌러고?"

 

"당신을 지키기 위해선 그것도 나쁘진 않죠"

 

"나는 나쁘지 않지가 않아!"

 

"죽임을 당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유우코는 아까부터 죽는 것 보단 낫다라는 말로

나의 주장을 계속 반박해대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나를 지키려 한단 말인가?

이렇게까지 물리적으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건가?

 

"자... 이제 내 현관으로 들어갔어

이제 괜찮으니까, 집에 들어올 필요는 없어!"

 

"아니요, 혹시라도 집 안에 무언가가..."

 

 

 

"오빠, 집 앞에서 뭐하는 거야?"

 

 

 

메두사의 눈을 본 것 마냥, 나는 온몸이 돌로 변하고 말았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여동생, 루우

 

"루, 루우........"

 

그녀의 시선은 처음엔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무카이자카 네를 방문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어서 인지

곧바로, 내 옆쪽의 오기와라 유우코를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

 

"안녕하세요, 무카이자카 씨의 여동생이신가 보군요

처음뵙겠어요, 오기와라 유우코에요

무카이자카 씨와는 반 친구 사이가 됩니다"

 

"..............."

 

"무카이자카 씨, 여동생이 입을 다물고 있내요, 왜 그럴까요?"

 

"너 말야... 너 꽤 유명인사 잖아?

저 녀석은 너의 팬 정도는 아니지만....

너를 동경하는 위치 쯤에 있다고"

 

"정말인가요, 저의 어디를 동경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도

그런 사정이라면,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겠내요"

 

변함없이 끌어내려고 하고는 있었지만

나의 노력은 유우코의 강력한 완력에 의해 쉽게 패배했다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린 나를 뒤로 하고

유우코는 루우 앞에 다가가, 키를 맞추듯이

한쪽 무릎을 구부렸다

 

"당신의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루, 루우 입니다!"

 

내 여동생은 평소의 말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거짓말쟁이인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아쉽군

 

"그렇군요, 루우 씨?

평소 무카이자카 씨의 모습을 물어봐도 될까요?"

 

"아..... 오빠는..... 그....."

 

"잠깐만 기다려!

왜 남의 사생활을 캐묻는 거야

내 사생활은 절대 비밀이라고!"

 

"다른 화제라도 상관없습니다만

저는 루우 씨를 잘 모르니까요

무카이자카 씨를 화제로 삼는다면 대화하기 쉬울거에요"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막는 것을 포기한 채

될 때로 되라며, 모든걸 내려 앉고 집으로 귀가했다

루우에게 무엇을 물어낼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시즈쿠의 존재에 대해선 눈치채지 못한 것 같기에

일단은 다행이라고 봐도 되었다

 

새옹지마인가

 

조용히 내 방으로 돌아오니, 시즈쿠의 모습이 없었다

 

"...에!?"

 

얼굴부터 전신까지 모든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이불에 싸여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부풀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숨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어디로 간 걸까? 설마 혼자서 몰래 외출?

동시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현관엔 유우코가 있었다

설마 내 방에 들어오려는 것은 아니겠지?

 

"...이거, 미치겠군"

 

혼잣말 버릇은 없었지만

너무나도 예상외의 사태가 터지다 보니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말았다

나는 머리를 감싸매고, 침대에 누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처신을 써야 할까

 

방의 모든 창문이 열려 있던 건, 날 골통멕일 생각인가

아니면 내가 등교할 때, 그만 깜빡 잊어버린 것일까

시즈쿠가 만에 하나라도 발견 되지 않도록

문단속은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절대적으론 아니였다

왠지 학교에서 인기인이 된 그 때부터

나는 나의 기억을 믿을 수가 없었다

 

녹색의 커튼이 움직이더니, 이내 떨리기 시작했다

바깥으로부터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였다

내 옆머리를 스쳐가는 바람은

나를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부추기고 있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화낼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하아"

 

큰 한숨을 내쉬는 순간

모든 창문이 동시에 닫혔다

 

창문을 가리는 커튼 또한 동시에 펄쳐져

순간 내 방을 완전한 어둠으로 지배했으며

뭘 잘못 만진 것도 없는데, 천장의 불이 깜빡깜빡 거리기 시작했다

 

"으악!"

 

바로 방을 나가려고 했지만. 거리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문고리까지 손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마치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밀고 있는 것 마냥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치 밀실이 돼버린 것이였다

 

예전에 TV에서 보기로는

사람이 어둡기만 한 방에 장시간 갇혀 있으면

환각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기억이 있었다

머지않아 정신붕괴 또한 온다고 했었지

 

어째서 이런 일이

문에 세게 부딪혀보기도 하는 등

5분 동안이나 몸싸움을 계속해 봤지만

어깨만 무지하게 아플 뿐이였다

 

"...하"

 

나는 문을 등진 채, 방의 안쪽을 보니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그 그림자는 내 쪽을 향해, 조금씩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얼이 빠졌다

밀실이기도 했기에, 도망갈 수는 없었다

적어도 그 정체만은 확인하기 위해

나는 그 그림자를 응시한 채, 눈물을 글썽였다

 

동시에 내 시야가 어둠으로 가득찼다

 

10초 후, 다시 빛이 들어오더니

내 눈앞에는 나나나기 시즈쿠가 주저앉아 있었다

 

"너 괜찮아?"

 

"아, 아아..."

 

그녀의 짓이라면, 이렇게도 나를 걱정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지금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엄마에게 울며 매달리는 어린아이처럼

시즈쿠에게 달려들었다

 

 

 

 

 

 

 

 

"우쭈쭈, 뭔가 무서운 일이 있었구나

괜찮아, 이제 무섭지 않아

널 위협하는 존재는 내가 다 해치워 줄게

안심해, 다 죽여줄테니까..."

 

"............"

 

사형수에게 등을 어루만져지면서 껴안기는 고교생

무카이자카 야나기마

한심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연쇄살인범을 눈 앞에 두고, 안심하고 있으니

거꾸로 배짱이 두둑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공포를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나도 시즈쿠의 몸 여러 곳을 만졌다

야한 곳은 최대한 피했지만

그래도 촉각으로 그녀의 전신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 만졌다

시즈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받아주었다

 

"...일단 물어보는 거겠지만, 시즈쿠의 짓은 아니죠?"

 

"내 짓이 아니라구

너를 무섭게 하는 면은 없어

나는 네가 믿어줬으면 하는 데 말야"

 

"...거짓말 아니죠?"

 

"아아, 물론이지

너한테 거짓말 같은 것 안해

너를 위로하고 있는 나는 진짜야

그건 지금 네가 증명하고 있잖아, 안 그래?"

 

"...글쎄요"

 

"유우코에게 또 무슨 바람이 들었나

몇 번이고 말하지만, 그녀는 나를 잡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을거야

그녀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는게 좋아

뭔가 특수훈련을 받은.... 그래, 군인이라고 해야 하나"

 

"군인이요?"

 

"그래,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가 유우코라는 놈이야

직접 뭘 할 수 없다면, 주변을 에웠싼다든가

적잖이 관계되는 인간을 매수해서, 

타깃이 추구하는 이상을 연기하게 한다든가

오랜 시간을 걸쳐, 자신이 원하는대로 낚여오게 하는 것이

유우코, 그녀의 수법이야. 그러니까 절대 아무것도 믿으면 안돼"

 

".........."

 

"듣고 있는 거야?

아무것도 믿으면 안 된다구"

 

"......에"

 

시즈쿠는 내 몸에서 나를 떼더니

이번에는 두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좋아,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나를 제외한 아무도 믿어서는 안 돼"

 

시즈쿠는 미소 지었다

나의 뇌는 시즈쿠의 생각으로 가득 찬 채

더 이상의 생각을 하길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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