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2장 썩어가는 사랑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22화 - 환상의 전조 -

개성공단 2020. 11. 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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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철컹철컹'

 

주말인데다가 낮이기도 해서 그런지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밤이면 아마 더 넘쳐나려나

 

그렇다고 만석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가게가 아니였다

요즘에 그런 가게가 있다면 도시 쪽일 것이다

유람스럽게도 이 마을은 도시와 시골의 중간 수준

텔레비전에서 특집이라도 짜여지지 않는 한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나나기 시즈쿠가 들어왔다고 해서

누구 하나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가슴 큰 미인이 들어온 정도로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설마 그녀가 사형수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근데, 정말 어디서 옷을 조달해 온 거지?

 

창가 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불안을 느끼는 나와

오히려, 바깥 쪽을 전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만족하는 시즈쿠였다

 

"사형수가 보통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어?

하물며 가게에 대놓고 들어온다니

그런 것은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가라던가

망상벽에 사로잡힌 인간 정도겠지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마주 앉은 건 정답이였어"

 

"왜요?"

 

"네 얼굴이 좋아 보이니까

솔직히 네 얼굴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거 있지"

 

"뭔가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긴 한데

칭찬처럼 들리지는 않군요"

 

"솔직하게 말하는 이유는, 내 자신이 삐딱해서야

하지만 더 솔직하게 말해줄까? 너를 좋아해"

 

그건 너무 솔직했다

시즈쿠는 원래 거짓말을 잘 안하는 타입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대중의 눈이 있는 곳에선, 그 솔직함을 발휘하지 않았음 했다

왠지 공개청혼을 받는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했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표면적인 이유는 쑥스러움을 감추고 싶었던 것이지만

진정한 목적은 손가락 틈 사이로

책상위에 걸터앉은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기 위함이였다

 

본인이 대놓고 봐달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변태적인 행동을 대놓고 하는, 그런 맛이 간 사람은 아니였다

 

"자, 뭐 시킬까?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어?"

 

"8만엔이요

하지만 데이트 계속 하고 싶으니까

여기서 전액을 쓰고 싶진 않아요"

 

"흐흐, 난 그렇게까지 많이 먹지 않아

게다가 배가 불러버리면, 앞으로의 데이트가 즐겁지 않게 될지도 몰라

적당히 먹을 수 있는 걸로 때우자"

 

시즈쿠의 시선이 메뉴판으로 집중했다

나는 생각하는 것이 귀찮았기에

이전부터 자주 주문했던 메뉴로 시키기로 하고

다음의 데이트 플랜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바람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하라고 했지만

생각할 시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할애하는 것이 나았다

시즈쿠를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간 말이였다

 

영화 같은 건 어떨까

 

데이트의 마지막을 영화로 떼우는건

드라마나에서 자주 보던 것이였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마을은 시골이 7할을 차지한 마당에

그런 영화관 같은 것은 없었다

 

놀이공원은 어떤가

 

여기서 조금 걸어가면, 놀이공원이 나온다

하지만 주말이기 때문에, 사람이 붐빌 것이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기다리는 것이 매우 싫었다

기다리는 동안 시즈쿠의 가슴을 주무른다면 몰라도...

 

아니, 그런 짓을 했다간

대중들에게 들키는 날엔, 변태 취급 받고 말거야

시즈쿠가 환영한다고 해도

변태는 허언벽을 가진 이들보다

사회에서 큰 손해를 받기 마련이니까

 

또, 반 친구들과 조우하면 여러가지 귀찮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즈쿠의 설명이...

 

"특제 햄버거 같은 것도 좋을지도...

아 그것과 매일 다른 샐러드라는 것도 음...

어? 내용물이 쓰여져 있지 않은데

이건 뭐야?"

 

"매일 바뀌는 샐러드라는 거니까

내용물은 안 쓰여 있어요

우측 하단에 보시면 주의 사항에 적혀있죠?"

 

"오, 그러네

여기 참 재미있는 가게인걸?"

 

"그 메뉴가 비교적 인기에요"

 

 

노래방은 어떨까

 

하지만 나는 노래에 자신이 없다. 기각

 

연극은?

 

딱히 재미없어 보이는데

 

 

왜, 나는 스스로 낸 제안을

심층에 숨어있는 나에게 부정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걸까

상대가 사형수든 뭐든 데이트니까

내 방자함을 관철당하고 있는 경우인건가?

 

장소가 뭐든, 그녀가 즐길 수만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데이트가 아닐까

 

"시즈쿠 씨는 운동 같은 거 좋아하세요?"

 

"응? 아, 꽤 좋아하는데

이런 옷 입고 있으면, 제대로 움직일 수는 없겠지

그래도 만약 그런 곳에 간다면 대환영이야

이래뵈도 체력은 자신 있어"

 

"정말요?"

 

반쯤 웃는 기색으로. 내가 의아해하니

시즈쿠의 눈동자가 살짝 가늘어졌다

 

"못 믿는 모양인데, 그럼 다음에 보여주도록 하지

넌 결코 나를 따라올 수 없을 걸?"

 

그녀의 눈동자에는 미미한 기대가 담겨있었고

나는 그것을 한 몸에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의 데이트 장소는 정해진 듯 했다

그곳이라면 그녀도 반겨줄 것이다

 

"오케이, 주문 다 했어"

 

"그럼 부르죠"

 

버튼을 누르고, 점원의 도착을 기다렸다

오래 생각을 한 끝에, 피곤해진 나는 잠시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

시즈쿠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엔

그저 소란스러웠지만

이렇게 귀를 기울이면, 다양한 대화가 들려왔다

 

 

"OOO씨, XXX씨 등등 어떻게 성공했는지 아시나요?

우리의 구천지교를 믿으면 성공한답니다"

 

"정말요? 저...저도 그곳에 가입하고 싶어요"

 

들어서는 안 되는 유형의 대화가 들려 버렸다

말릴 의지가 없기 때문에 말리지 않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사기꾼의 수법인것은 확실했다

다른 소리도 들어볼까

 

 

"위험한 뉴스가 들려오내"

 

"응? 뭔데"

 

"벌거벗은 여자가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대

시체가 말야... 쓰레기통과 융합되어 있었다나봐"

 

"뭐? 무섭잖아!"

 

"어쩌면 골목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할지 몰라

벌써 그늘이 무서워지내, 역시 걸을 땐 햇빛 아래로 걸어야 해"

 

 

.......벌거벗은 여자?

 

반사적으로 시즈쿠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형수인 그녀가 제대로 옷을 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상의 이야기는 무시무시해서 듣지는 않았지만

이미 귀에 들어와버린 이상, 호기심을 이길 수는 없었다

 

나는 요리를 손꼽아 기다리는 시즈쿠에게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시즈쿠 씨... 그 옷... 어떻게 구했나요?"

 

"어? 아 이거? 안 듣는게 좋을 것 같은데"

 

"아, 역시... 그... 누군가를?"

 

더 이상은 진실이 되어버릴 것 같아 말을 할 수 없었다

시즈쿠는 나의 공포에 질린 듯한 얼굴에

으음... 하면서 고래를 흔들었다

 

"설마, 너와 데이트를 하려고 할 때

사건을 일으켰다간, 유우코가 날아 올게 뻔하잖아

뒷세계엔 말이야, 나 같은 부류만의 운반책이 있어

그들에게 부탁한거지"

 

"돈은요!?"

 

"따로 돈은 받지 않고, 그냥 구해주던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세세한 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

 

그런 형편 좋은 사람이 있다는 건가

과연 그 말을 신용할 수 있을까, 물론 대답은 예스지만

그런데도 한 번은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

아,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을 받겠습니다"

 

점원이 도착했다

 

 

 

 

 

"음~ 맛있어

혀가 녹아버릴 것만 같아"

 

"돈 받고 요리한 음식이니까요

이런 거 먹으면, 내 음식은 못 먹는거 아니에요?"

 

"내가 입맛이 까다롭긴 해도, 네 음식은 특별해

먹을 때마다, 온몸이 달아오르고, 살갖이 뜨겁고

의식이 희미해지고, 눈 앞의 상대가 사랑스러워지는..."

 

"그만! 제가 무슨 약을 넣은 것도 아니고..."

 

"흐흐, 농담인데"

 

그렇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야나기마! 너 너무 빨리먹잖아!

조금은 우리와 맞춰달라고"

 

"그러게나 말이해, 야나기마는 뭐가 그리 급한거야?"

 

깜짝 놀라, 좌우를 급히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저 창문 너머로 '두 사람'이 회화하고 있을 뿐

나는 저번의 묘한 꿈 이후

내게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 있어?"

 

시즈쿠는 음식에 온 신경 쓰면서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 일어난 현상이 시즈쿠와 관련 되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타이밍이 맞았을 분이지, 그녀가 관여한 것 같진 않다

 

그럼 어째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기억을 떠오르게 되는 것일까

두 사람의 일은, 지금도 친구라고는 생각하곤 있지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떠오를 정도는 아니였다

 

그건 비유하자면

살인죄로 잡힌 남자가 출소한 뒤에도

정기적으로 그 일을 다시 들춰내는 격이였다

설령 갱생한다해도, 죄라는 것은 평생 남는 법이였기에

머리에 들고 다니면서, 일일히 들쑤신다면, 대부분 속이 상할 것이다

 

굳이 죄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신이 저지른 무심한 실수를 일일히 들춰내면 어떨 것 같은가

어떤 하찮은 일에도 유별나게 싫증을 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시즈쿠는 내 옛날 이야기 같은 건 모르죠?"

 

"알고 있다면, 네 이름도 알고 있을거야

게다가 알고 있다면, 네 이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이

아무런 거래 재료가 될 수 없잖아?"

 

그거는 불리한 자의 입장인데

물론 공평을 중시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였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니 말이다

 

"...기분탓이겠지"

 

"뭐가?"

 

"에?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환청이라고 단정짓고 식사를 계속했다

 

 

 

 

 

 

"....멍청한 자식

수다 떨지 말고, 그저 빨리 먹기만 하면

그 만큼 시간이 나와서, 자유시간이 생길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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