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사형수/제2장 썩어가는 사랑

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27화 - 엇갈리는 그림자 -

개성공단 2020. 11. 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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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녀가 기분이 나쁠 때는

늘 오기와라 유우코가 관련되어 있었다

사형수라는 처지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유우코만 얽히지 않았다면, 그녀는 매우 후했다

 

그건 그렇고

 

그 시즈쿠가 지금 적의와 살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정의중독자라는 아이노쿠라 미츠루... 

아니, 오기와라 유우코를 보면서 말이다

 

"정말 화가 나

나는 너와 다를 바가 없는데

너는 사회에서 환영을 받고, 나는 거절을 당해

너는 모두가 좋아하고, 나는 모두가 싫어애

네가 거리를 걸으면 연예인 취급을 받겠지만

내가 거리를 걸으면 그것만으로 신고감이 된다구

.........솔직히 말해서 부러울 지경이야"

 

아까 내가 말하려던 것을 손으로 제압했을 때도 그렇지만

아마 시즈쿠는 나에게 죄가 씌어지지 않기 위해, 날 지켜주고 있었다

이 발언만 해도, 끝도 없이 외롭다고 쏘아붙임으로서

모든 죄를 자신이 한 것마냥 포장해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적극적 협력자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 나에게 이 남자까지 빼앗으려고 하는 거야?

이게 너의 정의라는 거였나?

뭐, 상관없어

어짜피 따라다녀서 성가셨는데 여기서 죽이겠어"

 

"응? 이름이 가명인데, 날 어떻게 죽이려고?"

 

직접 죽이겠다는 건가

시즈쿠는 특수 능력말고도, 압도적인 신체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선택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유우네를 죽인 곳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할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출입이 금지된 곳이였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여기는 사람이 이따금씩 오는 폐허였다

그렇기에 직접 죽이는 것은 약간의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시즈쿠도 이름을 물어보는 것만으로

죽이기로 나에게 약속했던 점도 있으니 말이다

 

"...야나기마"

 

"어? 내... 내 이름? 아.. 저 녀석이..."

 

"미안해, 계약이 깨져버렸내

사과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너에게 숨겼던 힘을 하나 더 보여줄게"

 

...뭐?

 

"미안해, 하지만 이해해 주었으면 해

내가 이것을 숨긴 것은, 사용할 예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야

이 힘은 말야, 남용을 할 수 없는 힘이거든"

 

시즈쿠는 지면에 손을 찔렀다

예비동작 같은 건가?

 

미츠루... 유우코는 그 동작에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뭐하는 거... 어라?... 앗!"

 

시즈쿠 나름의 최후통첩이 날라오는 순간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미츠루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자세히는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할까

 

"어...? 이게 뭐지? 내가 왜 여기..."

 

지금 이 상황을 모르는 '미츠루'에게는 기억이 혼탁이 일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를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시즈쿠가 지면에 손을 찌른 지 5분

미츠루가 겨우 쥐어짜낸 질문은 너무나도 늦었다

 

"다...당신들, 누구에요!?"

 

"...시즈쿠 씨! 이제 유우코는 없는 거잖아...!?"

 

"그 녀석이 그렇게 만만한 놈이라고 생각해?

이대로 살려뒀다간, 언제 또 우리의 뒤를 밟을지 몰라

위험한 싹은 일치감치 제거해 두는게 좋아!"

 

"무...무슨 소리에요!?

어...이게 뭐야... 여기는 어디고, 당신들은 누구시죠?"

 

시즈쿠의 완강한 자세는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를 괴짜 취급하기 시작한 미츠루가

공포에서 뒤로 한 발 물러서는 순간, 그녀의 키가 줄어들었다

 

 

아니... 키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녀의 다리가 지면에... 그림자에 삼키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녀의 그림자에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원모습이 작아지면, 그만큼 그림자도 작아졌다

이 비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물리학계가 설명할 수 있을까

 

미츠루는 안간힘을 쓰며, 주변의 것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주위 부분은 모두 늪처럼 변한듯 했고

한 번 잠겨버린 것은 다시는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손목이 잠긴 순간, 이제는 죽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뭐야, 왜...!?

이게 뭐야! 싫어! 도와줘! 내가 뭘 잘못 했다는 거야!?"

 

"운이 나빴을 뿐이야"

 

나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미츠루를 구하기 위해 늪으로 달려갔지만

그 순간 시즈쿠가 내 손을 붙잡으면서

 

"죽고 싶어?"

 

나를 죽일 생각은 없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저 그림자는 대상 이외에도 피해가 가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선인이였다면

그 제지를 뿌리치고라도 손을 내밀었겠지만

위선자였던 나에게 있어, 그 제지는 동기의 소멸이나 다름없었다

 

누구 목숨보다, 내 목숨이 소중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죽는 것은 싫었기에 말이다

 

"그만둬! 누가 좀 도와줘! 엄마, 싫어!!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야!, 저기.. 부탁이야!"

 

그녀 몸의 절반이 그림자에 묻혀갔다

저래서는 더 이상 도와줄 수도 없었다

한 손으로 사람을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의 뚝심이 있다면 몰라도

나 같은 일개 고교생에게 그런 힘은 없었다

 

아무튼 발버둥치던 미츠루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그렇다고 침식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미츠루는 어깨까지 삼켜지자

이제는 그냥 죽음을 받아들인 모양이였다

 

 

 

치잌

 

 

아이노쿠라 미츠루는 절망적인 미소를 지은 채

그렇게 자신의 그림자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 이 근처에는 아무도 없다

처음부터, 쭉...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도 없고 유혈사태도 없었기에

어떤 의미에서 말하자면, 이번 사태는 온화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살해당했다는 진실을 감안한다면, 이번만큼 끔찍한 살인은 없었다

 

"자세한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응?"

 

나는 시즈쿠의 손을 잡으며 그녀에게 의문을 던졌다

 

영화 감상은 중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트를 할 기분이 아니게 됬기에

지금은 귀갓길에 오르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몇 번인가 손을 잡자는 권유가 있었지만, 거절해 버렸다

우리들 사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살인.... 저는 따지고 싶지 않아요

왕따를 당했었고, 하마터면 살해당할 뻔 했으니까요

근데 아까의 그거... 의미를 모르겠어요

당신이 느끼는 기척이라는 것도...

그리고 유우코가 빙의를 한 것도...

전혀 알 수 없어요

그러니까 설명해주세요"

 

"설명이라고 해도..."

 

"아니면, 저는 이제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츠루가 유우코의 꼭두각시라는 점에서 말한다면

딱히 설명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노쿠라 미츠루는 분명이 한 번 제정신을 차렸고

그녀가 그림자에 빨려 들어가는 동안

그녀는 분명 무고한 사람이였다

 

사형수에게 제대로 된 윤리관을 설파한다니,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를 동기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유우코를 만나는 것을 무엇보다 피하는 그녀에게

골칫거리는 그만큼 닥칠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니까

 

엄밀히 말하면, 동기라던가 이치라던가

아까부터 시즈쿠가 설명하고는 있었지만

설명하는 사람과 동일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설명해줄게

무엇이 들고 싶은거야?"

 

"기척이란게 뭐에요?

저한테 붙은 냄새랑 뭐가 다르단 거에요?"

 

"냄새는 마킹, 기색은 타겟팅이라고 할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지금의 유우코에겐

나와 같은 힘이 있는 것 같아"

 

"그녀 또한 원래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죠?"

 

"원래대로 돌아왔다...라기보단

일시적으로 조작을 그만두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걸

내가 말했잖아, 유우코도 나도 똑같다고

그 녀석도 그 녀석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환영받을 존재가 아냐"

 

"...도와줄 수 있지 않았나요?

시즈쿠 씨라면, 무슨 계책 같은게..."

 

"계책이라... 그런건 없었어

그저 그녀가 왜 유우코에게 조종당하는 지는 알 수 있었지"

 

그건 어렴풋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속셈 그런거 없이, 순수한 선의의 행동이였을 뿐이였는데

 

"...제가 레스토랑에서 도왔기 때문이겠죠"

 

 

 

"잘 알구만"

 

공원에서 말을 걸어 왔을 때, 무엇인가가 위화감을 느꼈었고

이제는 왜 그랬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내 동무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우코를 만나버렸겠지

그래서 시즈쿠처럼 조종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화감이 생겨버렸던 것이였다

 

......그러나 모든 원흉을 유우코로 삼기엔

몇 가지의 의문점이 있었다

 

 

그것은 어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네가 대답하는 것에 따라, 네 명운이 결정될거야

왜 유우코의 기색이 나지?"

 

"야나기마 씨의 이름 알려준 사람 말하는 거야?

기색이라니... 무슨 소리야?"

 

 

 

 

과연 정말로 조종을 당했다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기척이나 냄새를 숨겨야 하는 그녀로서는

왜 일부러 이름을 들먹이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 걸까?

 

"...정말로 유우코가 조종했다면

어째서 일부러 내 이름을 알려줬다는 정보를 건네줬을까요?"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의문점이라면 또 있지"

 

"네?"

 

"네가 공범인 줄 알았다면

본인이 직접 너를 조종했으면 끝날 일이였어

그런데 왜 누굴 조종하면서까지 점착시켰느냐 이거야

내가 생각하기에, 조종은 할 수 있어도

정보 공유까지는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어떠한 이유로 너를 접착시켜서

나중에 합류해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그래서 흔적도 없이 지웠다는 건가요?"

 

"이해력이 좋네

게다가 시신이 없으면 실종자야

살인사건으로 수사 할 수 없고

경찰에서도 용의자가 누구네 하지 않을거란 말이지

그림자에 휩쓸려 죽었다니... 누가 믿어주겠어?"

 

시즈쿠는 집 앞까지 도착하자

불상 마냥, 내 앞을 떡 하니 가로막으면서

 

"그리고 이제부터는 네 이름을 부르지 않도록 할게"

 

"왜요?

 

 

 

 

 

 

 

"왜냐하면 널 믿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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