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36화 - 선택 -
"유키토, 좀 천천히 걸어"
현관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텐가가 내 옷자락을 끌고 있었다
잡념 섞인 감정을 떨쳐 버리듯이 여기까지 왔지만
아무래도 텐가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더 속도를 줄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내 알바 아니였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정말 가슴이 울적해지만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나를 향할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미소 때문에
마음의 흐트러짐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감정이 짜파게티 범벅마냥 섞여있었다
아무도 없는 산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소리치고 싶을 지경이였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 한것을 알기에
"...알았어"
물론 내 고집을 계속 관철시켰다간
이 녀석은 결국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그건 나도 바라는 상황은 아니였다
나는 페이스 다운을 조금 하기로 했다
더 이상 학교 내에서 괜한 주목을 끌기 싫어서였다
텐가의 충고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그렇게 했다
"이걸로 됐지?"
"응, 그렇게 바쁘게 갈 필요 없잖아, 천천히 가자"
그 말에, 나는 의문을 떠올렸다
안그래도 우리는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니시노도 있는 반에서 주목을 받을 바에
차라리 교문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녀석... 정말로 나의 입장과 니시노의 기분을 생각하고 있긴 한 건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신경한거 같은데?
이러다간 니시노와의 사귀는 데 너무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
만일 사귈 수 있다고 해도, 순진한 니시노와의 성격차이 때문에
둘 사이의 원만한 관계가 이어질 수 없음을, 나는 생각했다
오늘 아침 니시노의 웃는 얼굴이 생각났다
그 미소가 나 때문에 흐려지는 것은 죽어도 생각하기 싫었다
연적이라든가의 이전에
이런 형태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미워하는 것도 아닌데도
내가 그런 짓을 하면, 내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야, 텐가, 너 정말 니시노와의....."
"앗"
한 번 따져보려고 텐가에게 말을 걸려고 하니
웬지모르게 텐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뭐 이상한 거라도 본 걸까?
그게 대체 무엇일까 하고, 앞을 향하니
거기에는 이쪽을 보고 있는, 우리와 같은 소꿉친구인
하야마 코토네의 모습이 있었다
"코토네..."
"아...아..."
왠지 코토네는 몹시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아침의 사건도 있었고
조금 어색했기에, 오늘 하루는 마주치지 않았음 했지만
이렇게 딱 마주 보게 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옆에는 오늘 아침과 마찬가지로 텐가가 있었기에
아무래도 아침의 오해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는 뭔가 불안을 느끼면서도, 코토네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어... 지금 하교하는 길이야?"
"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인상 나쁜 인사는 아니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왠지 코토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곧 몸을 돌리더니, 우리를 등지면서
"코..."
"미안해!!"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당황하면서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심상치 않아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토네를 내버려둘 수 없었던 나는 곧 그녀를 뒤쫓으려고 했지만
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강제로 움직임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누군가가 내 교복을 뒤에서 힘껏 잡아당긴 것이였다
누군가 하고, 돌아보니
텐가가 얼굴을 파랗게 하고 몸을 덜덜 떨어대고 있었다
"뭐야 텐가, 이거 놔!!"
나는 텐가의 손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쳤지만
텐가는 두 손으로 잡은 나의 교복을 움켜쥐고,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쩌나 힘을 많이 썼는지, 점점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어이, 텐..."
"가지마"
조마조마할 시간은 없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도, 코토네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힘을 쓰는 것을 포기하고, 텐가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내 귀에 들어온 것은 평상시와 동떨어진 갸날픈 목소리였다
순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것이 텐가의 목소리임을 깨닫고, 나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평소의 억세고 자신이 넘치던 모습은 일변해
나를 보는 그 눈동자에 두려움이 담겨져 있었다
이런 텐가의 모습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지금 그것을 떠올릴 여유는 없었다
나는 잡생각을 잊으며, 다시 텐가에게 말을 걸었다
"이것 놔 줘, 코토네가 가버리잖아"
"그냥 보내면 되잖아?"
"뭐?"
뭐라는 거야, 이 녀석...
"코토네라면 신경 꺼
오늘은 내 상담에 응해 줬으면 하는 게 있고
쇼핑도 같이 가줬으면 하니까..."
"울먹이는 코토네를 그저 내팽기칠 리 없잖아!"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곳이 승강기 근처여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 코토네는 분명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
그러니 그냥 둘 수는 없다
지금까지 코토네에게 많은 신세를 졌어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다니, 그럴 수는 없는 법이야
"나는 갈거야, 그러니 좀 놔!!"
"앗!"
나는 이번엔 억지로 텐가를 뿌리치고, 코토네의 뒤를 쫓았다
주위의 시선 따위 아무래도 좋다
비록 그것이 텐가라고 해도...
"잠깐만, 유키토! 가지 마!"
"미안!"
나는 텐가를 무시하고, 곧장 달려갔다
그대로 교문을 빠져 나갈 때까진, 나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