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4장 엘디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6화 - 신들의 동맹 -

개성공단 2020. 2. 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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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세계가 하나였을 때,

신 또한 하나 였습니다."

 

성녀 마티아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는 듯한

말투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대의 신은 많은 모습을 가지면서도

본질적으로는 하나 였습니다.

풍양, 지혜, 운명 등 겸비한 성질은

비일비재하지만, 같은 신이 였다는 겁니다."

 

갈루아마리아 성내의 술집에서

맑은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말을 꺼내는 동안 마티아의 눈동자가 천천히 닫혀갔다.

그녀의 말 한마디는 모두가 녹아 들 것만 같았다.

 

"괘심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할까요.

신을 가리키는 말도 한마디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지나면서

인류 속에서 문명이 등장하고 계급사회가 등장하자,

신 안에 있던 두 가지의 의식이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고통을 못 이겨 오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이름 없는 신이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제 손으로 그 고통에서 구해드리겠습니다.'

 

동시에 또 다른 이름 없는 신이

손을 내민 신에게 반박하듯 말했다

 

'손을 내밀다니 이게 무슨 짓인가?

그들의 고통도 오열도 모두 그들의 몫이다.

당신의 행동은 그들의 삶을 박탈하는 것이다.'

 

두 개의 의식은 서로 갈등하기 시작했고,

격렬한 말다툼 끝에,

서로 갈라서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갈라지면서, 서로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이 둘이

문장교도의 신, 오우후루

대성교의 신, 아르티우스

 

그 날부터 세계는 신과 함께 분리되었다.

국가, 종교, 문명이 태어나면서

모두가 싸움만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신의 통치 아래

평화로웠던 세계는 이제 없다.

 

 

 

*

 

 

 

"...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 두 명의 신이 있게 된 이유 입니다.

...라고 해도, 요즘은 동화 속 내용 같은 것이

되버렸지만 말입니다."

 

성녀 마티아가 말을 끝맺었다.

이런 말이 꽤 익숙했는지,

말 하나하나에 긴장과 초조에 따른

흐트러짐이 느껴지지 않았다.

 

...라고 말해도 청중은 5명.

흥미도 없는 듯이 은발을 만지는 카리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던, 피에르트와 안

재밌어하며 박수를 보내는 우드와 셀레알 이였다.

 

만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성녀의 말씀을

앞에 두고는 너무나 적은 인원 이였다.

 

"이래봐도 갈라이스트 왕국 출신이라고

그런 개소리는 수십번은 들어봤다고"

 

하아, 하고 카리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루기스에게는 제가 나중해 전해드릴게요"

 

피에르트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 순간, 은빛 눈동자와 검은 눈동자의 시선이 겹쳐졌다.

서로 왜 여기 있느냐고 묻는 듯한 시선 이였다.

이 둘의 눈빛 싸움은 주변의 공기를 어둡게 했다.

 

"에... 영웅 루기스님은 아직...?"

 

그런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안은

입을 억지로 열어서 말을 허공에 던졌다.

 

"형은 아직도 2층에서 자고 있어요.

어제 좀 무리했나 봐요"

 

우드 또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안의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은

분위기를 바꾸기엔 어려웠던 것 같아.

 

"고작 저걸 몸져눕다니, 한심하기도 하지"

 

카리아가 가시 돋힌 말로 말했고,

 

"뭐야? 루기스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당신은 사리분별도 못하는 거야?"

 

피에르트가 되받아치며 말했다.

 

다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 쳤고,

주위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차갑게 변했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을 

얘기 하는 것 만큼, 의미없는 일은 없습니다.

안, 아무튼 얘기를 시작 해주시겠습니까?"

 

마티아가 험악한 바람을 가르듯이 말했다.

 

그 말에 카리아와 피에르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마티아에게 재촉을 받은 

안이 천천히 모두의 앞에서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마티아와는 어딘가 달랐지만,

이 쪽도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일단, 우리는 루기스 님의 활약으로

무사히 갈리아마리아를 되찾았습니다."

 

빼앗앗다가 아니라 되찾았다 라는 건가

하긴, 이곳이 문장교도의 성지이긴 했었지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지금의 우리 세력으로는

이 곳을 끝까지 지켜낼지는 불투명 합니다.

그러므로, 대외적으로 원조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동맹을 원한다는 소리군, 그런데 어디와?

 

카리아와 피에르트의 눈동자는

그것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문장교도라고 할 수 있는

군주나 세력이 주위에 없는 것은 확실했다.

 

오히려, 대성교의 세력이 많았기에

문장교도와 동맹을 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였다.

 

게다가 바로 근처에 

대성교의 영향력이 강한

갈라이스트 왕국이 있었다.

 

"물론 여러 곳에

동맹이나 조력을 시사하는 문서는 보냈습니다만...

솔직히 딱히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과거 문장교도가 동맹을 맺었던 세력에

다시 한번 동맹을 요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안이 손가락 하나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세력이란 뭐지?

...하며 카리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 세력은 숲과 산에 숨어있는 민족... 엘프 입니다.

여러분이 그들의 왕국인 가자리아의 공중정원으로

발길을 옮겨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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