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4장 엘디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71화 - 우연한 만남 -

개성공단 2020. 2. 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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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길 없는 풀밭을 달리느라

마차는 매우 흔들렸다.

 

나의 입에서는 하품이 계속 쏟아졌다

어제 한 숨도 못 잤으니 그럴만 했다.

 

"....저기 용사님.

다른 수단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 질문을 한 사람은

말의 고삐를 쥔 호위기사 였다.

 

험상궂은 말투도 아닌,

순수한 의문을 품은 말투였다.

원숭이 마수 건의 대처를 말하는 거겠지

 

호위기사는 의문을 거듭하듯 말을 이었다

 

"그 와인은 더 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걸 마수에게 던져 주느니,

그냥 그 마수를 없애버리는게 낫지 않았을 까요?"

 

과연, 기사 다운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설령 그가 문장교도 일지라도 기사는 기사.

언제나 늘 기사도를 배우고, 

검과 창을 갈고 닦았던 것이다.

 

원숭이 마수는 그 큰 입에 와인을 한 통이나 들이키자,

곧바로 코를 골며 의식을 꿈속으로 집어 넣어버렸다

술에 대한 내성이 없는 듯 했다.

 

기사는 그냥 마수를 놓고 간 것에

기사도의 자긍심에 반하는 듯 했다.

 

"원래대로라면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엘프들이랑 협상하는 가는 길이 잖습니까"

 

그 기사는 갑자기 왜 엘프가 언급되는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는 엘프등이랑 협상하러 왔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길을 가다가 풀을 밟는 일이 있다면,

 거기에 사죄를 표하고,

길을 가다가 흙을 밟는 일이 있다면,

 거기에 사죄를 표하는 것이

엘프라는 종족이다

...라고 호위기사에게 설명해 주었다.

 

"비록 마수라고 할지라도

허가없이 무턱대고 이 숲을 피로 더럽힌다면

그들은 동맹은 커녕, 우리에게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겁니다"

 

호위기사는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도 예전에 들었을 때는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얼굴을 찡그렸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인간과 다른 종족이였다.

 

언어가 통하고

눈이 두개, 입이 하나, 코 하나, 귀가 두개 있다고 해서

몇몇 사람들은 인간과 동일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이라면 그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이쪽의 도리나 도덕, 

통념 따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솔직히, 엘프의 패거리와 동맹을 맺는 것은

지금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안은 문장교도가 엘프와 동맹을 맺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그들을 잘 아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믿기 어려웠다.

 

"어쨋든 이 숲에 틀여박혀서

이상한 가치관을 가진 놈들은 확실하단 거야"

 

"그렇다. 나도 옳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같은 의견이다. 정말 싫은 놈들이지"

 

순간, 저 멀리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런 건 너무 크게 말하지 않는 게 좋아

여하튼, 그들은 편협하고 깨끗한 거울 앞에서도

자신을 볼 수 없는 놈들이니까 말이야"

 

그러자 숲과 일체화 한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기법은 잘 알고 있었다

엘프가 자주 쓰는 수법인데,

남의 눈을 가릴 때 위장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옆의 호위기사는 

그것을 모르는지, 벌벌 떨고 있었다.

 

"인간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환영하지 않아.

하지만 이대로 숨어서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모습은 드러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그것은 언뜻 보면 단정한 모습을 한 남자였다.

 

머리에 머리카락을 처박아 놨는지

언뜻보면 그것은 단발로 보였고,

허리에 찬 대검의 위치와

긴 바지를 맵시 있게 차려 입은 모습은

영락없는 남자의 모습으로 보였다.

 

적어도 옆의 호위기사는 그렇게 믿고 있는 듯 했다.

 

"너희는 우리 엘프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럼 나는 보답으로 너희들에게 충고 하나 해주마"

 

그 목소리는 조금만 방심하면

얼굴이 녹아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너희는 가자리아의 공중정원에 이르러서는 안된다.

특히 문장교도의 일원이라면, 비극만 낳을 것이다.

알아 들었느냐? 더 이상 가까이 와서는 안됀다."

 

나는 그의 남장을 쉽게 간파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여자의 목소리가

아주 귀에 익었기 때문이다.

 

아아, 나는 역시 평범한 사람이다.

천재들과 함께 있으며,

헤르트 스탠리를 후퇴시켰다는 자만감에 빠진 끝에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일단 내 이름도 대야겠지.

잘 듣거라, 나의 이름은..."

 

눈 앞에서 노래라도 부르는 듯 말하는

엘프를 보며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엘디스다. 엘프 쪽에서는 흔한 이름이지"

 

엘디스, 엘프의 공주.

지난 세계에서 구세 여행의 동행자,

그리고 최악의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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