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73화 - 가자리아의 공중정원 -
그것은 정말 공중정원이라 불릴 만한
위용은 갖춘 곳이였다.
깊은 산속까지 숨쉬기 시작한 정원은
더욱 깊숙히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구름을 발판으로 삼은 듯한
착각을 하게 되는 불가사의한 광경이였다.
일찍이 이곳에 초대받은 시인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우아함과 기괴함이
손을 잡고 있는 도시라고 호칭한 곳이 바로
이 엘프들의 거처인...
가자리아의 공중 정원이다.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두 눈썹이 저절로 올라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여행에서도 이 광경은 매우 놀라웠다.
환상적이라는 이 한마디만이 어울렸다.
일찍이 신들이 이 대지에 내려왔을 때,
분명 그 때는 이런 광경이였을 것이다.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뺨을 때렸다.
어째서 산 위는 태양이 가까운데도,
이렇게 추운 것일까?
그것이 신기해서 견딜 수 없었다.
"엘프의 임금으로부터 대답이 왔습니다...
우리들을 환대한다는 전령 입니다"
마차 안에서 풍경을 안주 삼아
담배를 씹고 있는데,
공중정원으로 갔던 사자의 대답을 들은
마티아의 목소리 였던 것이다.
잔뜩 언짢았던 그녀의 목소리도
이제는 어딘가 음색이 부드러웠다.
"음...의외야
이런 일은 좀 처럼 안되는 건데..."
피에르트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의외라고 하면 나도 의외다
피에르트와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없이 알현할 수 있다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문전박대를 당하는 편이 낫다고
마음 속 깊이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이제 가슴의 두근거림은 멎었나 싶었지만,
순간 그녀를 떠올리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공포의 뿌리는 깊은 것만 같았다.
"어쨌든 만날 수 있다면야 만나는 거지. 뭐"
카리아가 마차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엘프 측에서는 마차는 들일 수가 없다는 것 같다.
그들을 거역해서 일부러 기분을 상하게 만들 일은 없다.
"아, 그러고보니 엘프 왕의 이름은 뭐지?"
"...핀 라기어스라고 합니다.
너무 무례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마티아는 카리아에게 경고를 날리듯이 말했다.
핀은 왕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라기어스 왕 이였다.
그는 구세여행 때,
인간과의 협력을 선언하고
엘디스를 파티에 보낸 사람이였다.
그럼 의외로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내 머리속을 가볍게 스쳐갔다.
과거 역사에서 볼 때,
그 왕은 인간에게 우호적인 왕이였다.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협상이 잘 되면 동맹을,
잘 안되더라도 불가침 정도의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엘프의 협조를 얻었다고
크게 떠들 수 있게 될 것이고,
이 시대에서 엘프에 관해 아는 것은
지배층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아직도 엘프에 대해 미지의 존재로 알고 있는
서민으로 이루어진 병사들에겐
사기 저하로도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이 잘 풀려야 되겠지만 말이다...
그런 낙관적인 공상과
비관적인 망상을 내뱉듯
루기스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
"성당기사 가르라스 가르간티아"
알류에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뱉었다.
이름을 불린 남성은 곧바로 이쪽을 향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뭐야 가희 알류에노 님이시잖아...
성당기사 가르간티아, 이 곳에 대령했습니다"
그렇게 농담조로 가슴 앞에 손을 얹은 모습은
그야말로 경박해 보이는 몸짓 이였다.
도저히 성당기사라고 생각되지 않았지만,
알류에노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면서
꿈틀하고 발을 흔들었다.
표정과 몸짓은 기사 답지 않았지만,
재능만은 성당의 제일인 그 였다.
"가희라니...
저는 그렇게 불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런 꼴을 하고 어디 외출이라 하시나요?"
가르간티아는 상대에게 위엄을 보일만한
백은으로 이루어진 갑옷과 구족을 입고 있었다.
왜 그를 불러 세웠을까...
알류에노는 속으로 궁리했다.
정말로 거의 의식없이 입을 열어버렷던 것이다.
"말 할 수 없습니다만...
가희님 당신이라면, 알고 물어보는 것이 겠죠?"
그의 변함 없는 모습에
그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어버렸다.
알류에노와 가르간티아가 특별히 친한것은 아니였다.
기껏해야 얼굴을 마주하면 인사와 잡담을 나누는 정도였다.
그 둘의 사이를 간단히 말하자면, 지인 정도 였다.
이 시기에 성당기사가 장비를 갖추고
대성당 복도를 걷고 있다면...
목적은 너무나도 뻔했다.
문장교도 토벌에 나선다는 것
아, 그래 루기스가 있는 문장교도의 토벌
알류에노의 눈가가 살며시 가늘어졌다.
황금색의 눈동자가 어둡게 반짝이는 듯 했다.
"그래요, 갈루아마리아엔 언제쯤 가시나요?"
알류에노는 약간 차가움을 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르간티아는 말없이 고개를 젓더니 어깨를 흔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이게 원래는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성당이 엘프와 손을 잡은 모양입니다"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엘프라고 하면, 숲의 백성이라 불리는 존재가 아닌가?
대성당이 왜 그런 족속들과...
그런 의문을 물을 틈도 없이,
가르간티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거기서 전령이 왔습니다만,
주모자 마녀와 배신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잡았답니다"
대성교에서 배신자라고 하는 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소꿉친구 루기스 말고 없었다.
손수건을 맡기고, 재회를 약속한 사람 루기스
알류에노는 적어도 이런 날이 올줄은
예감하고 있었다.
알류에노는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입이 가벼운 가르간티아라면
정보를 더 알아낼 수 있을거라고 믿고,
그렇기 기대하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면 처형은 엘프의 나라에서?"
"아뇨,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교황 휘하는 생포하시길 원한답니다"
그래서 나 혼자 가는거라면서
가르간티아는 울적하게 말했다.
생포라...
알류에노는 그 계획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대성당 또는
갈라이스트 왕국의 수도에서 처형을 집행해서
문장교도의 반란을 진압하는 동시에
대성교의 권위를 확고히 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버킹엄 녀석도 데려가고 싶었지만,
놈을 데려갔다간 생포는 커녕 죽여버릴테니까요"
"성당기사 가르간티아"
투덜거리는 듯한 가르간티아의 말꼬리를 잡아채고,
온화하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알류에는 말했다
"힘들 수도 있지만, 혹시 가능하다면..."
그녀의 작은 입술이 흘려내렸다,
그리고 기쁜 듯한 표정을 지어내며
"배신자의 얼굴을 저에게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