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5화 - 마인 -
대마의 수족, 신화의 등장인물, 인류의 적.... 마인
일찍이 대마에 의해 만들어졌던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대마의 영향을 받아
적절한 것이 선택되어 다시 태어난다
대마의 의지로 선별되는 권속과는 별개의 것
거기에다 당사자의 의지 따위는 관계없이
단지 대마, 그리고 전에 있었던 마인이라는 존재로 다시 칠해질 뿐
그림 위에 더 진한 물감을 덧칠하듯 말이다.
사람이든 엘프든 짐승이든 덧칠할 수 있는 것이다
마란 유일무이한 물감... 기억도 역사도... 혈통조차도 덧칠한다
그것이 바로 마인... 재앙 그 자체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갈라이스트 왕국, 왕도 아르쉐
비록 재난과 전쟁으로 흐트러지긴 했지만
아직도 갈라이스트 왕국의 영화는 건재했다
다른 나라보다 더 부유하고, 사람들은 안녕의 나날을 누리고 있었다
약간의 불편은 있다하더라도, 행복이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도시 안에서는 눈이 내리는대도 상인이 오가고 있었고
왕도에 가까운 이 도시는 그 영광의 일면을 강하게 맛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도시의 누군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 있었다
일선 병사들의 고뇌도...
문장교의 숙원도... 여기엔 일체 관계 없다
도시 가도 안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곳에 왔는지를 남자는 기억하지 못했다
가족에게 향하고 있었는지, 애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것은 남자에겐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어있었다
영혼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원시의 추억은 남자를 크게 바꿔놓았다
머리 부터 발끝까지의 피부가 하나 하나, 세심하게 교체되어가는 감촉
절규도 오열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마치 본인이였던 것처럼 변화되었다
문득 깨달았을 때, 남자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였다
그저 다른 종의 개체 였을 분
남자... 마인, 일찍이 통제자 드래그만이라고 불렀던 그 개체는
흰 입김을 내뿜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렸다
그의 표정은 조용하지만 거칠었고, 또한 슬픔을 띠고 있었다
"슬프다... 그야말로 가슴이 칼날로 찢어질 지경이야
이 슬픔을 표현한 길이 없다니..."
그것은 단지 독백이였다
그저 허공에 던져진 말
그것을 들은 인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찌푸리지만
특별히 개의치 않았다는 듯 가도를 걸어내려갔다
"하지만, 이 기분 나쁜 하늘색... 보면 볼 수록 기분이 좋아지군..."
그것은 누구에게 던져진 말이였을까?
혹시 주된 대마 제브릴리스와 그 부하들에 향한 말이였을까?
드래그만은 슬픔을 내뿜으며 그 몸을 흔들었다
그의 긴 입술이 뺨을 가르고, 입김을 내뿜었다
몸도, 얼굴 색조도 더 이상 아까 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전 세계에 있었던 마인의 모습만이 거기에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나?"
위병처럼 보이는 단 한 사람이
가도의 중심에서 우뚝 선 채로 있는 드래그만에게 말을 걸었다
친절과 경계심이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
어깨에 놓인 손에는 조금이나마 힘이 실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건 드래그만에게 아무래도 좋았다
남자든 여자든, 젊든 늙든 상관없다
이 사람은 인간이구나, 정말 슬퍼
드래그만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게 말을 걸지 않아 주겠어?"
한 없이 차가운 목소리
그것만으로 귀가 찢기겠다고 생각할 정도
순간 하얀색 바닥에 빨간색 액체가 흩날렸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은 건 인간은 몰랐다
그렇게 느낀 순간엔 그의 뇌수와 골격이 튕겨나가고 있었으니까
피가 흩어지고, 살은 조각이 되고
마치 폭발이라도 한 듯한 모습
어디까지나 붉은 선혈이 바닥의 눈밭에 흩날려갔다
한순간 뒤, 비명과 고함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에 사람들이 떠들석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드래그만은 그저 슬프기만 할 뿐
아아, 그 위대했던 세계는 어디로 간건가?
우리 동포의 영광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어째서 마는 인간과 같은 종에게 이 대지를 넘겨주고 있는 것인가?
한때 대지의 패자였던 우리가 왜 숲으로, 계곡으로 밀려나
이 하등한 종에게 번영을 허락하고 있는건가?
예속된 이 종들은 어쩌다 의기양양하게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다니는가?
드래그만은 옛날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땅에 두 개의 다리를 딛는 동안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마지막 까지 쭉...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인류종... 아니 이 하급종에게 우리의 모든 대지를 내줬다니
말도 안돼, 어떤 비참한 시대에도 이 정도의 굴욕을 맛 본적이 없어
가슴 속에는 무언가의 끓는 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드래그만의 머리카락이 피를 토해냈다
"아... 그래... 아르티아
너만 없었으면... 너만 아니였으면...
이 어리석은 세계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야"
가슴속을 기어가는 분노와 증오가 걸쭉한 집념에 가까운 무언가가
오랜 시간을 거쳐 드래그만을 어루만져갔다
그는 그걸 억지로 삼키며, 주위에 모여든 가축 떼를 보았다
곤혹스러운 눈, 두려움을 품은 눈, 분노를 가진 눈
다양하지만 드래그만에게는 그저 가축의 눈
이전의 세계와 비교하면, 약간 빛이 강해보이는 정도
슬픈일이야... 그리고 불쌍해...
그들에게 적합한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저 수그리고 있는 어둠 같은 눈 뿐, 그저 어리석은 표정일텐데
드래그만의 귀에 뭔가 잡음이 들려왔다
눈 앞의 가축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어인 것은 확실하지만, 발음이 나빠서 알아듣기 어려웠다
아니, 단지 드래그만에게 알아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가축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소나 돼지가 소리를 내는 것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은 없다
그래서 드래그만은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들었다고는 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너희들에게 한 가지만 용서하겠다
나는 관대하다... 나는 보석, 아가토스와는 다르다"
옛 동포의 이름
그녀 역시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이 대지에 영혼을 잠들고 있을까
그것도 뭐, 일단은 상관없다
아직도 자신의 주인, 대마 제브릴리스는 미운 아르티아의 지배하
그렇다면 지금은 자신의 주인에 따르자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드래그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눈 앞에 있는 가축들을 보았다
세계를 있어야 할 모습으로 교정하는 것
사람과 짐승을 가축으로 삼았던 본래 본연의 세계로
멋진 진정한 세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가축에 지니지 않는 존재들이 사회를 발전시킨 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마종의 지배 아래에서 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드래그만이 가진 그들에 대한 애정이였다
그것은 대의
당연한 것으로 정의 그 자체
사람이나 짐승이라는 존재는 위대한 것에 봉사해야
그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정당한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드래그만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생을 마감할지, 가축으로 되돌아갈지 기회를 주겠다
무엇이 행복한 선택인지는 너희 스스로도 자명할 것이다
일단 말하지만, 너희들은 나를 이길 수 없다"
동시에 무기를 든 모험자로 보이는 인간의 목이 터져 버렸다
비유가 아니라, 그냥 그 모습 그대로 피와 살을 뿌려댔다
등을 돌리고 도망치던 자는 두 다리가 으스려져 폭발했다
당황하는 자, 도망가는 자, 광한 하는 자
너무나도 이상한 이 사태에 누구나가 결정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통제자 드래그만은 새악ㄱ했다
우리는 한 번 잘못했다
그 결과 아름다운 세계를 이런 타락스러운 세계로 변모시켜 버렸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겠군
다시 그려보자, 이 세계라는 그림을...
우매한 존재는 그저 우매한 존재로 살려, 순종시키게 할 뿐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행복이 가득찬 그 옛날 세계를 다시 찾고야 말 테다
그래.... 다시 시작해볼까
"좋아... 재밌어졌어..."
인간이 대지의 패자라는
수수께기가 가득 찬 미친 세상을 깔아뭉개고
다시 한번 시작하는 거야, 우리와, 그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