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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88화 - 기계 장치의 운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6장 동방 원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88화 - 기계 장치의 운명 -

개성공단 2021. 4. 2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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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기스가 라브르의 침실을 떠난 뒤에도
쥬네르바의 회의와 적의는 그치지 않았다
아니 점점 더 진해졌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중후한 부리가 찰가닥 소리를 냈다

이젠 루기스가 인간 출신이라든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자신과 성질과 맞지 않는다고 쥬네르바는 확신했다





"그를 못 믿는 겁니까, 쥬네르바?
즉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는 우리 편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도 의심하느냐고 라부르는 물었다
그것은 그녀가 어리석기 때문에 이해가 미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성질상 이해할 수 없는 것이였다

쥬네르바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는 그녀를 더 신용했다
쥬네르바는 부리를 약삭빠르게 작게 벌리고 말했다



"라브르, 네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런 패거리들은 아주 많이 있었어
충성심이나 은혜 같은 것을 모르는 것들이였지
언젠가 우리들에게 손해를 입힐 거야"





오직 자기 존재에만 입각하여 자기를 증명하는 자들
그들은 쉽게 배신하고, 동료라는 말을 모른다
아니,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배반이 아닐 것이다
자기 뜻대로 일을 저질렀을 뿐

사실 쥬네르바에는 그런 자들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마성들보다 훨씬 어울리기도 쉬웠고
한 면으로 보면 매력적이였고, 이별도 구질구질하지는 않았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알기 쉬운 패들이였다

하지만... 그 겁 많은 배신자를 만나기 전까진...



쥬네르바는 맹금류의 눈을 다시 찡그렸다
아주 싫은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독하게 겁이 많은 내색을 하며
품안으로 들어가 정이 든 듯한 시늉을 하다가
최악의 장면에서 배신한 그 구릿빛...

그 사건으로 그런 패들이
어떻게 발버둥쳐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쥬네르바는 절감했다
그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배신하니

라브르는 흥미롭게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역시 이해한다는 기색은 없었다
단지, 그런 일도 있는 것이라고만 믿었다

쥬네르바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라브르에게 질문을 했다




"아직 정확하게 듣지 못했었군
라브르, 대체 뭘 한 거야?
나로서는 잘 모르겠어"





라브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쥬네르바도 그녀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지는 않았다

헝클어진 머리끝을 흩뜨리며 라부르는 입술을 열었다




"정확히 얘기하겠습니다
그는 운명을 그르쳤어요, 그러므로 그것을 바로잡은 겁니다
즉각 이해를, 그는 원래 이런 자리에 이르는 사람이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쥬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거기까지는 라브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이해하고 있었다
과거 그녀가 몇 번인가 말을 꺼냈던
기계장치의 운명이라든가 하는 것일 것이다

이 세계에서의 우연으로 보이는 운명도
모든 것은 기계적 신들의 길 위에 있는 것이라고 라브르는 말했다

모든 운명은 마성에도, 동물에도, 벌레에도, 인간에게도 결정되어 있다
그것이 크게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가 최초의 신들에게 명을 받은 세 가지
그 중 하나가 즉각 운명을 바로잡으라는 것이였어요"





라브르는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자신의 한 발을 끌어안았다
모든 동작이 인형이 정해진 동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라브르는 텅 빈 몸 속에서 그를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본래 운명에 대해서 였다

아무리 기계마인 라브르도 물론 만물의 운명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저 왜곡을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였다

하지만 직접 언급한 그의 운명은 명료하게 보였다
자연히 눈이 가늘어져 가는 감각을 라브르는 난생 처음 알았다

루기스, 좋게 말하면 보편적인 인간
나쁘게 말하면 평범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그에게 특징이 있었다면 단 한 가지
주어진 재주가 변변치 못한 재주였다는 것 정도일 것
상인의 재주도, 장인의 재주도 아닌...


악한 재주

그것이야말로 본래 그가 영웅을 대신해 주어질 직함이였다

모르는 척 남을 속이고, 자기 위로하고, 쉽게 배반하는 
악당 중의 악당

그것이 본래의 길이었을 것이라고 라브르는 이해했다
그 길이라면 최후까지 그는 그 자신일 뿐이였을 것이고
매우 행복했을 길이였을 것이다

그에게는 영웅의 혼이라곤 없다
싸울 재주도 없거니와 마법을 다룰 줄도 모르고
종족이나 환경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부모 대신이었던 자는 쉽게 없어지고
따르던 스승은 그의 눈앞에서 죽음을 당했다
친구도, 자기를 알아준 자도 모두 평등하게 잃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행로를 가든
불에 탈 정도의 증오의 연기를 내뿜으며 악으로 군림할 터였다
그것이 누군가의 손바닥 위라 할지라도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말할 터였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난 일인지
확실히 그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났다




그는 태양을 보았다
거룩하게 아무에게도 가려지지 않고 먹구름을 날려 버리는 황금색 태양

사람들은 태양을 대영웅이라고 그렇게 부른다

누구나 그 햇빛 아래 있기를 바랐고, 그의 빛에 비춰지길 바랐다
분명 모두가 행복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만이 달랐다
하필이면 그는 태양에 그을리고 말았다

눈을 돌려서도 햇빛의 온기를 만지는 것이 아니라
원컨대 그와 같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그 눈이 타 떨어져, 팔이 떨어져 나간다고 해도...

그것은 틀림없는 저주다
운명을 미치게 하는 저주의 동경
그는 자기의 모든 재주를 버리고 그 동경에 맡기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검에 재주가 없는데도 검을 쥐고
가지지 못했을 자부심으로 오열을 토하며 피투성이의 길을 걷게 됐다




당연한 것이긴 하다
그의 운명은 그의 의지를 거절했다
그에게 영웅의 그릇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비참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버리지 않았다

이를 분명한 운명의 오류라고 라브르는 판단했다
그리고 간과할 수 있을 만큼 사소한 오류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의 운명의 착오는 이미 많은 사람을 너무 말려들게 하고 말았다




"지금 그에겐 누군가의 기억이 거의 없어요
원래의 그에게 있어, 자신 이외엔 아무래도 좋은 존재니까요
기억도, 추억도, 애태우기까지...
모두 올바른 운명 전환으로 사라진 것이에요, 그 뿐 입니다"





은밀한 목소리로 말하고 라브르는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그의 운명에 몸을 의지했다
그 감정에 빠질 때마다 인간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러면 역시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쥬네르바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






마성이 지배하는 도시가 된 볼버트 왕조의 수도
오늘만큼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마성들도 이를 탓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필요함을 알았기 때문이였다

시민들도, 마법사들도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게 있었으니



"들었어? 마스티기오스님이?"


"이런 멍청아, 그럴 리가 있겠어!?"





억측과 불안과 동요가 뒤섞이면서 감정이 술렁임을 더했다
수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세 번째에 이르러도 여전히 믿지 못했다
그렇게 말싸움이 거듭될 뿐이였다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가
사로잡혀 처형된다는 것은 그만큼 믿기 어려웠다

마법사, 시민을 막론하고 한때 마성에 공순을 표한 사람 가운데서도
진정으로 마성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막강한 힘을 보여주면서도
인간이 대륙의 패자라는 자각은 희미해지지 않았다
한때는 굴하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마성을 구축해주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 상징의 하나가 마스티기오스이며
그가 이끄는 볼버트 왕조의 정예들이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전해 듣고도 그들이 패배했다는 것을 어떻게 믿겠는가

희망이라는 것은 항상 분리되지 않기 위한 기둥이라는 게 있는 것



수도 근위전 앞
상시 흥행을 통해 상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위한 곳
하지만 이곳에는 여러 처형대와 끌려온 죄인들이 있었다

마법 장갑병과 정예 마법사
볼버트 주군으로 수도를 떠났을 그들은
이제 패배자로 사슬에 묶여 있었다
마치 구경거리처럼 처형 시간까지 마성의 손에 이끌리고 있었다

굴욕이 아닐 수 없는 광경에 시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실감했다
아, 이 나라는 이제 망했구나

그 광경을 주어진 한 방에서 내려다보며
마인 루기스는 마검을 갈고 닦는 천을 더했다
본래 마검에 그런 것은 필요없겠지만
버릇처럼 그는 그것을 하곤 했다

그가 자야 할 침대에는
검은 머리의 마법사가 오열을 하며 울고 있었다
목걸이나 팔찌로 구속되었지만, 기능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고이 잠들어 있었고, 아마도 깨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루기스가 이곳에 데려온 뒤 줄곧 잠만 자고 있다
루기스는 그녀를 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좀 그렇네"





루기스는 마검에 칼을 꽂고 이를 갈며 말했다
곁을 지키는 자세로 있던 마조가 겁에 질린 듯 날개를 펼쳤다




"무...무슨 문제라도?"


"문제라니, 어째서 내가 저항도 못하는 녀석을 죽이란 거야, 창피하군
그 여자의 생각은 도무지 모르겠어"




피에르트트의 검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으며 루기스가 말했다
마조는 왜 루기스가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마인의 비위를 건드리면 쉽게 우리가 죽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마인님의 생각은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만...
말하자면 통과 의례가 아닐까요?
어린 새가 성조가 될 때, 그 날개를 펄럭일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벼랑에서 떨어뜨려 시험하는 것입니다, 외람된 비유이긴 하지만요"





통과의례...
그렇게 루기스는 반복하면서 피에르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대로 발길을 돌리며, 말없이 문을 박차고 열었다

납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납득은 해줬을 것이다
마조는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용 새에게 말했다





"루기스님은 처형장으로 가실 것이다
전령하도록, 인간들의 처형은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로써 인간들의 희망은 끊긴길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의 원망은 마성이 아니라 배신자 루기스를 향할 것이다

과거의 영웅이 타락해 마성의 편으로 돌아섰다면
이제 인간들은 두번 다시 동맹같은 건 할 수 없어
그리고 모조리 마성에 먹히는 올바른 운명으로 끝날 것이야

마조는 라브르가 말한 것을
그대로 가슴에 새기면서 부리를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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